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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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를 잇는, 격동의 시간을 산 사람들의 이야기.

눈 앞에 그려지는듯 미학적 서사로 시작한 호랑이 사냥꾼에서 야마다로 이어지고, 죽임을 당한 백 씨가 평양의 은실과 이어진. 소설적 설정이라 치부하기엔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이었기에 어쩌면” “맞아, 그럴 듯해할 인물 간의 연결고리들이 안타까웠다.

기생이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인물들의 상황과 심리들은 그 시대가 그들의 선택을 그렇게 종용한 것은 아니었음에도 사회의 암묵적 인정이 느껴져서 화가 나기도 했다.

시간을 따라 쭉 이어지는 전개가 아닌, 중요한 길목마다의 장면들만 보여주어 들려주지 않은 그 사이의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드라마로 제작된다는데,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 많은 드라마와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영상미를 기대한다.

 

p.429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용감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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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물리학 - 거대한 우주와 물질의 기원을 탐구하고 싶을 때
해리 클리프 지음, 박병철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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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사샤 세이건의 책에 이어 실험물리학자 해리 클리프의 다정한 물리학에서 또 만난 문장. “아무 것도 없는 무의 상태에서 시작하여 사과파이를 만들려면, 우선 우주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그 영향으로 원제목이 <에서 사과파이 만드는 법 How to make an apple pie from scratch>인 이 책은 마지막 부분에 친절한 조리법까지 제공한다. 조리시간이 무려 138억 년 소요되는.

 

다정한 물리학. ‘아니, 어떻게 물리학이 다정할 수 있나?’로 시작해서, ‘물리학이 다정한 게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학문이 다정하다는 거야!’로 끝났다. 화학 전공자인 나로서는 이 책의 내용부터가 너무나 신나고 즐겁고 재미있었던 데다가, 물리의 정없음이 알고 보니 깊은 애정이었음을 몰라 본 나의 무지와 오해를 반성한다.

우리가 보는 우주의 모든 것이 선스펙트럼처럼 제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듯해도, 우주의 오븐은 이 모든 것을 충분히 가깝고 연속된 집합체로 두었다. 누구는 신의 섭리로, 누구는 우주의 원리로 또 누군가는 그저 받아들이면서 저마다의 사과파이나 떡볶이를 궁리한다. 그 궁리의 도중에 이런 책을 만나면 꽤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 주기도 하고 호기심에 불을 지피기도 하겠구나 생각하는 것은 나의 대학 시절 전공과 이과적 호기심의 기여가 크다. 하지만, “차세대 충돌기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은 돈이나 정치, 또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힉스입자 연구에 일생을 바칠 젊은 물리학자를 확보하는 것이라는 언급(p.451~452)과는 달리 사실은 궁금했고 찾고 싶으며 알고 싶고 알아내고 싶은 호기심이 더 많아져 물리도 우리도 서로에게 다정한 사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좀 더 욕심 내자면, 화학도 물리도 수학과 기계장치와 우주까지 쭉 맛 볼 수 있는 이 책이 중고등학생들에게도 깊이 읽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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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인 케미스트리 1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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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질 줄 몰라도 된다고!

하지만 부러질 생각도 없다고!!

시종일관 깡그리한 엘리자베스를 보자니 

왜 팔자에 없는 딸 보는 친정엄마가 되고 마는건지 ..


요리는 과학이라며 물분자가 어쩌구 이성질화가 어쩌구 .. 엘리자베스표 커피는 마셔보고 싶긴 했는데 커피집을 하셨음 어땠을까


설마 이렇게 죽는다고? 싶던 캘빈의 마지막이 너무 속상했고 여섯시 삼십분이 매들린에게 대신한 애정을 쏟는 것이 짠했다


전체적으로 인물들의 대사가 쫀득쫀득하며 시점이 자유롭게 왔다갔다 심지어 개의 시점까지 나올줄이야! 재미있었다 


엘리자베스 조트와 매드 조트와 여섯시 삼십분의 뒷이야기가 엄청 궁금하니까 조만간 2권을 봐야겠다


“그대가 살아갈 많은 날들에 의심보다는 확신으로 노 저어가시길 응원합니다!!”

p.211 "그대가 살아갈 날은 많……다. 많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캘빈과 누워 그가 어린 시절 주문처럼 되뇌었던 말을 들려줬던 슬픈 밤을 떠올렸다. 살아갈 날은, 많아. 그녀는 어안이 벙벙해진 채로 다시 사진을 바라보았다.
- P211

p.276 "조정이 재미있는 점은 말이죠, 앞을 보지 못하고 노를 저어야 한다는 거에요. 조정이라는 운동은 마치 우리에게 자신을 앞서가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 같달까요."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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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식물상담소 - 식물들이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
신혜우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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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미션이나 숙제 느낌 없이, 귀농에 대한 단 꿈도 아닌 이야기로 읽고 그림으로 만져본 책, 이웃집 식물상담소. 정말 이웃에 이런 상담소가 있다면 처음에야 쉽게 들어서지 못하겠지만 하루 이틀 기웃대다가 그림에 반해 홀린 듯 들어서지 않으려나 싶다. 온실같은 갤러리에 발을 들인 기분으로 끝까지 읽었다.

식물로도 참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 절화는 이미 살아있지 못 하게 된 꽃이라는 걸 왜 자각할 수조차 없었나, 남산 타워 아래에 열쇠가 그렇게나 많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네, 깃대종_맹아지_자연사_식물인간, 등등 이야기마다 어머! 어머! 하며 읽었다. 그리고 생각난 “식물은 뭐든 될 수 있다”던 김초엽님의 지구 끝의 온실, 작가의 말에 나온 이야기. 그래, 식물은 뭐든 될 수 있어서 누구에게, 무슨 이야기로든 뿌리내릴 수 있구나, 멋지다.


당연한 듯 초록을 보지만 키워낼 줄은 모르고, 좋아는 해도 할 줄 아는 대로만 할 뿐 뭘 좋아하는 지 궁금해한 적이 없었던 나의 화분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갈증을 달래 줄 물로 대신 해본다.


p.164 식물이라는 생명에 대해 소유가 아닌 반려가 시작될 때 사랑하는 식물은 잘 자라줄 것이다. 


p.280 아, 처음 알았어요. 이런 거. 어릴 때 진작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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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수학 플레이어 1 - 낯선 모험의 시작 도전! 수학 플레이어 1
김리나 지음, 코익 그림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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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도 더 전에, 6학년 때, 수학 경시반 담당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던 ‘차원이 다른 야구선수’ 이야기는 요즘 도 종종 아이들에게 해 주는 무서운 이야기. 차원이 다르다는 게 뭔지 처음으로 상상해보다가 소름이 돋고 덩달아 약간의 모욕감과 절망까지 배웠던 기억이 있다. 이 책에서 벌크라는 개념으로 다시 만난 그때가 떠올라 굉장한 기분을 느꼈다. 이런 걸 그 나이쯤 배우게 되는 게 맞나보다 하면서도 요즘 아이들은 어떤 기분과 소감으로 이 내용을 받아들일까 궁금해진다.


수학은 그저 나 힘들라고 있는 과목인갑다 했던 때도 있었고, 신나게 문제집 풀어제끼며 홍성대 안 부럽던 때도 있었지만 그냥 이런 아줌마가 되고 보니 수학은 이래서 배웠던 거구나 .. 전혀 다른 이유로 감동과 감탄과 감사를 할 때가 있다. 그때의 내 이유가 아니라 지금의 내 이유를 이 책을 읽을 아이들이 조금은 덜 힘들고 조금 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수학의 맛과 멋을 느껴볼 수 있길 바란다.

p.159 당연하지만 놀라운 사실이지. 하늘의 태양도,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우주도, 너도, 나도 그리고 이 작은 돌멩이도 1이라는 수로 나타낼 수 있어. 1을 이해하려면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의 본질을 이해해야 해. 색이나 크기, 모양처럼 본질을 가리고 있는 모든 것을 제거했을 때 남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수라는 것을 알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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