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물리학 - 거대한 우주와 물질의 기원을 탐구하고 싶을 때
해리 클리프 지음, 박병철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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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사샤 세이건의 책에 이어 실험물리학자 해리 클리프의 다정한 물리학에서 또 만난 문장. “아무 것도 없는 무의 상태에서 시작하여 사과파이를 만들려면, 우선 우주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그 영향으로 원제목이 <에서 사과파이 만드는 법 How to make an apple pie from scratch>인 이 책은 마지막 부분에 친절한 조리법까지 제공한다. 조리시간이 무려 138억 년 소요되는.

 

다정한 물리학. ‘아니, 어떻게 물리학이 다정할 수 있나?’로 시작해서, ‘물리학이 다정한 게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학문이 다정하다는 거야!’로 끝났다. 화학 전공자인 나로서는 이 책의 내용부터가 너무나 신나고 즐겁고 재미있었던 데다가, 물리의 정없음이 알고 보니 깊은 애정이었음을 몰라 본 나의 무지와 오해를 반성한다.

우리가 보는 우주의 모든 것이 선스펙트럼처럼 제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듯해도, 우주의 오븐은 이 모든 것을 충분히 가깝고 연속된 집합체로 두었다. 누구는 신의 섭리로, 누구는 우주의 원리로 또 누군가는 그저 받아들이면서 저마다의 사과파이나 떡볶이를 궁리한다. 그 궁리의 도중에 이런 책을 만나면 꽤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 주기도 하고 호기심에 불을 지피기도 하겠구나 생각하는 것은 나의 대학 시절 전공과 이과적 호기심의 기여가 크다. 하지만, “차세대 충돌기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은 돈이나 정치, 또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힉스입자 연구에 일생을 바칠 젊은 물리학자를 확보하는 것이라는 언급(p.451~452)과는 달리 사실은 궁금했고 찾고 싶으며 알고 싶고 알아내고 싶은 호기심이 더 많아져 물리도 우리도 서로에게 다정한 사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좀 더 욕심 내자면, 화학도 물리도 수학과 기계장치와 우주까지 쭉 맛 볼 수 있는 이 책이 중고등학생들에게도 깊이 읽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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