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 - 내 마음 제대로 들여다보는 법
허규형 지음 / 오리지널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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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토픽과 분야가 차지하곤 한다. 베스트셀러의 제목들만 쭉 읽어 보아도 요즘의 사회 현상이나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개인에게 위로를 전하고 본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내가 읽은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도 이러한 맥락을 이어가는 책이었다.



작년, 밀리 오리지널로 출간되어 올해 8월에 종이책으로 개정 및 출간된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 밀리의 서재에서 종합 베스트 1위를 기록한 후에 종이책으로까지 출간이 이어진 것은 이 책에서 담고 있는 것이 '현재에 가장 필요한 이야기여서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은 대부분 상담자의 사연, 그 사연에서 추출해낸 개념 설명, 전문가의 입장에서 바라본 상담자의 케이스에 대한 결론 순으로 이어진다.


목소리가 떨릴까 봐 걱정하지 말고

오히려 더 있는 힘껏 목소리를 떨어보세요

p.50


본문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의도적 역설' 부분이었다. 의도적 역설은 불안장애의 치료법으로 환자가 두려워하는 일을 오히려 더 많이 하도록 자극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다. 불안장애의 치료로 널리 쓰이는 요법이라지만 나에게 의도적 역설은 생소한 것이다. 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때는 물론이거니와 네다섯 명의 작은 인원으로 회의를 할 때도 큰 긴장으로 목소리가 떨리는 경험을 자주 했었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그런데 '목소리가 떨리면 더 힘껏 떨어보라'라는 처방은 적잖이 충격적이었다. 증상과 싸우는 것을 멈추고 오히려 증상을 강화 시키는 행동을 하여 증상이 가벼워지거나 사라지는 결과가 실로 놀라웠고 나도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본 것 같아 너무 기뻤다.



유난히 정답을 정해놓고 실천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의 보편적 성정이다.

p. 106


그리고 를 다룬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이제 누구나 전문가가 된 성격 유형검사인 MBTI의 오해를 면담자들의 예시로 잘 풀어낸 것이 좋았다. 정답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사회가 선호하는 MBTI에 따라 본인의 타고난 성향까지 자책하며 살아가게 됐다는 것은 아주 큰 문제다. 애초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를 위해 만들어진 검사를 좋고 좋지 않은 유형으로 나누고, 누군가의 유형을 듣고는 그 사람을 그것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정말로 지양해야 한다.




나는 밀리의 서재에서 전자책으로, 그리고 종이책으로 총 두 번 이 책을 읽었다. 전자책은 깔끔하고 간결한 디자인 덕에 집중이 잘 돼서 단숨에 책을 다 읽을 수 있었고 종이책은 속지 디자인이 너무 이쁘고 따뜻해서 좋았다.

특히 (종이책의) 가 인상 깊었는데 저자와 디자이너, 편집자들이 고른 글들을 표시해 놓은 게 색다르게 느껴졌다. 이 덕에 대충 페이지를 넘기다 목차를 꼼꼼히 보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내가 인상 깊게 읽은 글을 누가 pick 했었지' 하며 목차를 자꾸 들춰보게 됐다.

그리고 이 책의 도서 앞 날개에는 '이 책을 읽어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가 적혀있다. 그중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오브제 북'과 저자의 '마음 상담소' 연재다. 종이 안에 담긴 글자를 읽는 행위인 독서에서 나아가 한다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자 특이점이다.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를 읽으며 책 곳곳에서 나 스스로를 많이 만나게 됐다.

책 속에서 다른 이름으로 분해 나타난 나를 현실에서 만나게 될 때, 이 책을 다시 들어 스스로에게 조언을 건네고 싶다.

목소리가 떨릴까 봐 걱정하지 말고 오히려 더 있는 힘껏 목소리를 떨어보세요 - P50

유난히 정답을 정해놓고 실천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의 보편적 성정이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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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는 능력을 진단하는 도구가 아닌 ‘선호‘에 대한 검사다. 사람마다 제각기 조금씩다를 뿐 더 좋은 성향이나 더 나쁜 성향은 없는 것이다. 성격을나누는 것은 나와 다른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기억하자. MBTI에서 같은 지표에 해당하더라도 개개인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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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누워 한 뼘 휴대폰에 떠오르는 것을 톡톡 두드려 넣는 시간 동안 쓰는 일이 나다워지는 일이며 나를 구원하는 방식이구나 싶었다. 무수한 타인으로 살아가는 배우로서가아닌 그저 나 한 사람으로서 살아오며 느꼈던 기분좋은 어색함과두근거림, 그리고 잔인한 물결들을 지금 이 책에 고스란히 잇대고싶다는 열망만은 분명하다.

당장에는 그럴 만한 일이 크게 없었지만, 아마도 크기가 정해진 주머니에 수위가 차올라 더이상 작은 것도 받아들일 수 없을 때 발작처럼 알레르기가 올라오는 게 아닐까 싶었다. 얼마나 기가 막힌 삶이었길래 그랬을까. - P43

이렇게 3년의 시간이 흘렀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게 ‘생각‘만이었던 것처럼 회의감을 베개 삼아 시간에 드러누워 열량만 축내고 있다. 대체 언제까지 이어질까. 하고 싶은 걸 찾기는 할 수 있는 건가 또 생각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발전하고있다는 자기위안 속에서, 나는 허송세월을 너무 즐기고 있는건 아닌지... 진짜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닌 뭐라도 해내야 하는 일에 있는건 아닌지... 가치라는 프레임을 씌우자면 곧 버려질 시간들로부터 수당이라도 챙기는 게 맞는 건 아닌지...
여전히 생각들로만 가득찬 하루를 보내고 있다. 행동은 막연하고 선택의 폭은 너무 좁다. 무언가 갈증을 느끼다가도 이내 없던 일이 되고 만다. 내 삶에 대한 책임감과 열망의 끝에는 한 뼘짜리 지문으로 통하는 세상에서 자멸하는 엄지손가락의 고뇌만 춤출 뿐이다. - P17

가능성 ‘1‘을 포함한 이야기는 가능성 ‘10‘을 만들고 누군가의 입방아에 의해 고개가 끄떡여지는 순간 ‘100‘이라는 확신으로 점화된다. 입에서 입을 타고 불붙은 성화가 활활 타오르는 동안 우리는 발가벗겨지고 태워져 얕은 바람에도 쉽게흔들릴 만큼 나약해진다. 태울 것이 미약해져 재미없어진 성화는 이제 관심 없다는 듯 그제야 스스로 꺼지고 만다. 재투성이가 된 우리는 다시 일어서기 위해 두려움을 털어내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자리에 오를 각오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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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왜 이런 것에빠져드는지 냉정하게 생각해보라. 그간의 시간이 의미 없었음을솔직히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깨달았음에 감사하자. - P107

나는 스스로를 믿지 않는다. 자유의지를 믿지 않는다. 인간은 그저 유전자와 환경의 조합으로 움직이는 공식 같은 거라 생각한다. 타고난유전자는 이미 어쩔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을 조작해 원하는것을 이루려고 할 뿐이다. 환경 설계가 불러온 행동과 판단의 차이는 하루하루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고, 수년이 흐르면 넘어설 수없는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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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고자라고 죽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라는 존재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까를 고민했다. 선이가 죽고 혼자 남겨졌을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과연 달마처럼 순수한 의식으로 영생하게 될까? 나의 마음은 점점 반대로 기울었다. 내가 하나의이야기라면 그 이야기에는 끝이 있어야 할 것이다. - P286

잊지 않고 피어줘서 고마웠다. 잊지 않고 찾아주어 반가웠다. - P304

가끔 내가 그저 생각하는 기계가 아닐까 의심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순간이면 그렇지 않음을 깨닫고 안도하게 된다. 봄꽃이 피는 것을 보고 벌써 작별을 염려할 때, 다정한 것들이 더이상 오지 않을 날을 떠올릴 때, 내가 기계가 아니라 필멸의 존재임을 자각한다. 그럴때 나의 시간은 과거와 미래에 가 있지 않고 바로 여기, 현재에있다. 그렇게 나를 현재로 이끄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다.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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