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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 - 내 마음 제대로 들여다보는 법
허규형 지음 / 오리지널스 / 2023년 8월
평점 :
베스트셀러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토픽과 분야가 차지하곤 한다. 베스트셀러의 제목들만 쭉 읽어 보아도 요즘의 사회 현상이나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개인에게 위로를 전하고 본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내가 읽은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도 이러한 맥락을 이어가는 책이었다.
작년, 밀리 오리지널로 출간되어 올해 8월에 종이책으로 개정 및 출간된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 밀리의 서재에서 종합 베스트 1위를 기록한 후에 종이책으로까지 출간이 이어진 것은 이 책에서 담고 있는 것이 '현재에 가장 필요한 이야기여서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은 대부분 상담자의 사연, 그 사연에서 추출해낸 개념 설명, 전문가의 입장에서 바라본 상담자의 케이스에 대한 결론 순으로 이어진다.
목소리가 떨릴까 봐 걱정하지 말고
오히려 더 있는 힘껏 목소리를 떨어보세요
본문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의도적 역설' 부분이었다. 의도적 역설은 불안장애의 치료법으로 환자가 두려워하는 일을 오히려 더 많이 하도록 자극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다. 불안장애의 치료로 널리 쓰이는 요법이라지만 나에게 의도적 역설은 생소한 것이다. 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때는 물론이거니와 네다섯 명의 작은 인원으로 회의를 할 때도 큰 긴장으로 목소리가 떨리는 경험을 자주 했었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그런데 '목소리가 떨리면 더 힘껏 떨어보라'라는 처방은 적잖이 충격적이었다. 증상과 싸우는 것을 멈추고 오히려 증상을 강화 시키는 행동을 하여 증상이 가벼워지거나 사라지는 결과가 실로 놀라웠고 나도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본 것 같아 너무 기뻤다.
유난히 정답을 정해놓고 실천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의 보편적 성정이다.
그리고 를 다룬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이제 누구나 전문가가 된 성격 유형검사인 MBTI의 오해를 면담자들의 예시로 잘 풀어낸 것이 좋았다. 정답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사회가 선호하는 MBTI에 따라 본인의 타고난 성향까지 자책하며 살아가게 됐다는 것은 아주 큰 문제다. 애초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를 위해 만들어진 검사를 좋고 좋지 않은 유형으로 나누고, 누군가의 유형을 듣고는 그 사람을 그것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정말로 지양해야 한다.
나는 밀리의 서재에서 전자책으로, 그리고 종이책으로 총 두 번 이 책을 읽었다. 전자책은 깔끔하고 간결한 디자인 덕에 집중이 잘 돼서 단숨에 책을 다 읽을 수 있었고 종이책은 속지 디자인이 너무 이쁘고 따뜻해서 좋았다.
특히 (종이책의) 가 인상 깊었는데 저자와 디자이너, 편집자들이 고른 글들을 표시해 놓은 게 색다르게 느껴졌다. 이 덕에 대충 페이지를 넘기다 목차를 꼼꼼히 보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내가 인상 깊게 읽은 글을 누가 pick 했었지' 하며 목차를 자꾸 들춰보게 됐다.
그리고 이 책의 도서 앞 날개에는 '이 책을 읽어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가 적혀있다. 그중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오브제 북'과 저자의 '마음 상담소' 연재다. 종이 안에 담긴 글자를 읽는 행위인 독서에서 나아가 한다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자 특이점이다.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를 읽으며 책 곳곳에서 나 스스로를 많이 만나게 됐다.
책 속에서 다른 이름으로 분해 나타난 나를 현실에서 만나게 될 때, 이 책을 다시 들어 스스로에게 조언을 건네고 싶다.
목소리가 떨릴까 봐 걱정하지 말고 오히려 더 있는 힘껏 목소리를 떨어보세요 - P50
유난히 정답을 정해놓고 실천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의 보편적 성정이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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