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새해 첫날에 자살사건이 많이 터졌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희망과 새로운 각오로 새해를 맞이했지만, 새해 첫날을 죽기에 딱 좋은 날로 보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 중 일부는 돌이킬 수 없게 될 때까지 자신의 실수를 깨닫지 못했다. 방금 본 그 할머니처럼. - P10
피해자가 어린이인 사건들은 늘 보슈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그런사건들은 그를 완전히 기진맥진하게 만들었고 상처를 입혔다. 그 독이묻은 탄알을 막을 만큼 두꺼운 방탄조끼는 없었다. 어린이 사건들은 이세상이 잃어버린 빛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만들었다. - P36
"별것 아니야. 어렸을 때 몇 번 가출을 한 적이 있었는데 한번은 산페드로까지 내려갔었어. 거기 어촌 선창가에 갔더니, 참치잡이 어부들상당수가 손에 이 말을 새겨 넣었더라고, 단단히 붙잡아. 어부 한 명한테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자기들의 좌우명, 철학 같은 거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몇 주 동안이나 거센 파도가 넘실대며 위협하는 바다에 나가 있으면, 단단히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랬어." 보슈가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삶을, 네가 가진 모든 것을 단단히 붙잡아라, 그 말이지." - P99
이 세상에는 텔레비전에서 본 것을 전부 그대로 믿어버리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았다. - P192
궁극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길을 자기가 선택한다. 다른 사람이 길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손을 잡고 다른 데로 이끌기도 하지만, 언제나 최종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누구에게나 상어를 막아주는 울타리가 있다. 그런데 그 울타리 문을 열고 상어 속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은 위험을 알면서도 무릅쓰고 그렇게 하는 것이다. - P324
가는 길에 보슈는 조포가 발사된 지점에서 걸음을 멈췄다. 발로 잔디를 뒤적이던 그는 반짝이는 놋쇠 탄피 한 개를 발견하고 주워들었다. 그러고는 손바닥 위에 놓인 탄피를 한참이나 바라 보다가 재킷 주머니에 넣었다. 이제까지 경찰관의 장례식에 참석 할 때마다 조포의 탄피를 주워왔다. 벌써 한 항아리 가득 모였다. - P332
"언젠가 누군가가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삶이란 한 가지를, 다시 말해 속죄를 추구하는 것이라고요. 속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삶이라고요." "뭐에 대한 속죄죠?" "모든 것에 대해서요, 어떤 것에 대해서라도요. 인간은 누구나 용서99받기를 원하니까요." - P482
그는 항상 형사라는 직업과 경찰 배지와 임무가 없으면 자신은 길을잃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모든 것이 있어도 마찬가지로 길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그 모든 것 때문에 길을 잃을 것 같았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것이허무의 수의가 되어 그를 감싸고 있었다. - P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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