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생각나는 것은 그 두 사람의 눈이다. 잠자리에 들 때마다두 사람의 눈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그 눈에 특별히 뭐가 있어서가 아니라, 있어야 할 것이 없기 때문에. 그 눈 뒤에 있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그 공허한 절망에 호기심이 발동한 나머지 나는 가끔 나도 모르게 몰려오는 잠까지 뿌리치며 그 눈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그 눈을 생각할 때면 형에 대한 생각도 덩달아 떠오른다. 내 쌍둥이 형. 형이 마지순간에 자신을 죽인 살인자의 눈을 들여다보았는지 궁금하다. 형도 내가 본 것을 보았는지 궁금하다. 불꽃처럼 순수하고 사람을 상처 입히는 악. - P6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