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후기 - 결국 책을 사랑하는 일
오경철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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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면, 사람도 자연스럽게 좋아진다고 믿는다. [편집 후기]를 읽다보니 떠올랐던 드라마가 있다. [로맨스 별책부록] 출판사 편집자들의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는 책과 사랑이 주제였다. 만약 작가님께 대본 의뢰가 들어온다면 편집자로서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을까? 궁금해진다. 책을 만드는 사람, 편집자라는 직업에 대해 좀 더 심도있게 알게 되었다. 편집자의 소소한 삶과 일상, 사람들과의 관계, 편집자 자신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편집자들의 숨은 노력과 재능에 대해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작가와 편집자는 다른 직업이지만, 서로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책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창작의 힘이 완성된다는 믿음이 생겼다. 올해로 15년째 방송작가로 일해 왔지만, 작가 일에 대한 후기를 쓰고자 생각만 할뿐, 행동으로 실현하고자 노력하지 않았다. [편집 후기]를 통해 책을 쓰고픈 마음이 생겼고, 시작하고자 한다. 새로운 꿈을 꾸게해 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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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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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작가 | 문학동네
- 나는 이 책은 읽을 때 마다 건강한 생각과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는 말한다. '만국의 개인주의자여, 싫은 건 싫다고 말하라.' 그리고 스스로를 '개인주의자' 라고 칭한다. 보통의 판사를 생각하면 바르고 인자한 품성과 약간의 고지식함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는 좀 달랐다. 솔직하고 담백하되, 자유롭고 건강한 느낌. 그의 책을 읽으면 마음이 한층 가볍고 건강해진다. 좋은건 좋다고 쉽게 말하는데, 싫은 걸 싫다고 말하는 게 왜 그리 어려운 걸까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개인의 생각과 욕구가 다른 건 당연한 일인데, 타인의 생각에 맞추는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그 순간 내 생각 일 뿐이다. 그러니 솔직하고 진솔한 사람이 되자. 우린 다를 뿐이다. 선하고 좋은 것은 Yes하고 나눌 줄 알되, 악하고 나쁜 것은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감한 개인주의자가 되자. 이 책을 읽는 당신도 행복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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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가 되는 주문 저스트YA 4
단요 지음 / 책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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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와 문과 사이에서 나는 뼛속까지 문과인 사람이다.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나는 감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과학과 사회 사이에서 사회 점수가 높게 나온 SF 세계와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SF문학을 읽었다.
책을 읽기 전 작가 단요의 인터뷰를 읽었다.
'[마녀가 되는 주문]의 아이들은 모두 인간 관계와
물질적 조건 사이에서 복합적으로 갈등하는 존재입니다. 여기에서의 물질적 조건은 단순히 돈일 수도 있겠지만 사회 규약이나 주변 환경일 수도 있겠지요.'
단요 작가는 청소년들의 생각과 세상을 잘 관찰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인 것 같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 입시란 우선 순위가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우선 순위였다. 그래서 국문학을 선택했고, 지금도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과 그에 맞는 재능을 키우는 일은 내 노력 여부에 결정되고, 따라 책임과 자유가 뒤따르고 지금도 내 선택에 후회한 적 없다. 하지만 대다수는
소위 입시 스트레스로 괴로워 하고,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하는 경우가 많다. 때때로
청소년들이 입시 스트레스로 자해를 하거나,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그것은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
사회적인 규범과 치열한 입시 선호 사상의 문제다.
이 책은 어른들이 모르는 아이들의 상상 속 판타지
세계를 구체적이라 세밀한 문장으로 표현해두어
머릿 속에 하나의 세계가 그려진다. 해피엔딩도,
새드 엔딩도 아닌, 요즘 아이들의 가려진 내면이
담긴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나는 마법소녀야. 마녀일지도 모르겠지만.“
졸업 이후 불안한 앞날이 이어질 바엔 차라리 생의 단절이 나을까 고민하던 열일곱 살 서아는 비밀리에 운영되는 게임 서버에 ‘마법소녀’로 참가한다. 학교와 게임 서버의 이중생활을 적응해 가던 어느 날, 서아는 게임과 관련한 수상한 죽음이 15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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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문제라는 말씀이시죠. 저도 알아요. 이선이랑도 그 얘기를 했으니까요. 괴물을 불러 주는 게 진짜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요. 빚이 죽음보다 더 끔찍할 뿐이지, 그 애들이 정말로 죽음을 바라는 건 아니니까요. 너무 일찍 가능성을 없애 버리는 건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어쨌든 게임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시 말하지만 내 요지는, 우리가 무의미한 일을 했다는 게 아니야. 게임도 세상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이라는 거지. 도움도 죽음도, 세상의 방식 안에만 있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네가 남들보다 더 미안해하거나 더 큰 책임감을 느낄 필요는 없어.“ - P.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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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뭔가를 꼭 해 줘야 한다는 생각부터가 이상한 거야. 그건 책임감이 아니라 오만일 수 있어. 남들은 적당히 좋은 이야기만 해 주고 그냥 넘긴단 말이야. 누가 죽든 말든 신경도 안 쓰지. 난 너한테 나쁜 사람이 되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남들처럼만 하라고 말하는 거야. 그게 오히려 더 옳은지도 몰라.”
“저는 그 남들이 아니니까 이러는 거예요. 제 친구 중에도 안 풀린 애가 하나 있고요.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거 아니에요?” 그게 도움이 맞는지는 생각하지 않기도 했다. 그 말은 세 가지 생각이 서로를 지탱하고 옥죄는 퍼즐 조각처럼 얽혀 있었다. 어떻게든 살아가다 보면 행운을 만날 수 있는 게 세상인데, 기껏해야 스물 언저리인 학생들을 너무 일찍 죽음으로 몰아넣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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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거기에서 출발하는 거야.”
“출발, 이라고요.”
“가끔은 물러나기도 하고, 가끔은 도망치기도 하겠지만. 용감한 사람들은 계속 있을 거야. 소중한 것을 포기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면서 무언가를 해내겠지.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똑바로 보고 그 복잡함을 이해해야 해.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올바른 목적지에 도착할 수는 없으니까.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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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라는 인물은 어쩌면 대다수의 그 또래를 대변하는 보통의 인물이다. 누군가가 공부를 하고 무언가를 할 때, 서아는 죽음을 연습했다. 그 시기 현을 만나 새로운 세계로 입문하게 되는데, 어쩌면 서아가 그 세계를 만나지 않았다면, 죽음을 선택했을 것 같다. 소설 속 아이들이 현실을 탈출 할 수 있는 방법은 선택받고 날아오르거나, 그러지 못해 떨어지거나. 선택의 폭이 이리도 단순하고 좁다는 게 아쉽다. [마녀가 되는 주문]에는 어른이 없다. 그저 아이들 서로가 서로에게 어른이 되어줄 뿐, 사랑이 없다. 어쩌면 한 사람이라도 찐 어른이 있었다면 소설 속 이러한 세계 자체가 만들어지질 않았겠지. 현실 사회는 곳곳의 많은 어른들이 있고,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는 힘도 있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이 있고, 오늘보다 더 성장하는 내일의 아이들을 위해 멋진 어른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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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유감 - 울면서 걷기, 넘어지며 자라기
한소범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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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범 산문집 [청춘유감]
이 책을 통해 나의 이십 대를 추억하기도 했다. 15년째 방송 작가로 국문학과에 진학해서 학보사 기자로 활동했던 게 시작이었다. 수습 기자부터 에디터, 프리뷰어 등 대학생 신분으로 글 쓰는 일은 닥치는 대로 했고, KBS에서 다큐 프리뷰어를 시작으로 방송작가라는 직업에 발을 들였다. 한소범 기자는 소설가로 시작했지만, 기자라는 직업에 애정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행복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을 감수해야 하는데, 청춘 한소범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씨네 21 잡지를 즐겨봤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열정페이를 경험한 이야기 등 그녀가 기억하는 그녀의 청춘의 시간은 치열하고도 뜨거웠다. 기자와 작가는 같은 듯 다른 직업이지만, 그래서 더욱 공감되고 애틋하다. 그녀가 계속 소설을 써줬으면 좋겠다. 치열했던 청춘의 시간을 에세이로 만났으니, 다음은 창작의 결과물로 그녀의 소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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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있는 집
김진영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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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말이 필요없는 올여름 신작!
완벽할 것 같았던 가정을 꾸린 주인공이
남편을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심리 서스센스 가정 스릴러 <마당이 있는 집>

<마당이 있는 집>은 두 여자가 주인공이다. 주란은 마당이 있는 집에 산다. 친언니의 죽음으로 아픔을 가진 여자가 원인 모를 악취로 인해 뒷마당을 파보게 되는데, 그때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상은은 가정 폭력을 겪고 있는 임산부로, 남편이 사망 후, 사망 보험금을 타고자 한다. 하지만, 남편을 살해한 장본인. 자살은 사망 보험금을 받을 수 없으니, 남편은 타살이어야만 한다.
한마디로 이 소설은 올여름 스릴러 중 최고의 명작이다. 소설을 먼저 읽고 드라마를 시청했는데, 결말을 알면서도 매 장면마다 긴장감이 돌았다.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누군가에게는 감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구슬펐다. 살인자라는 소름 돋는 단어보다, 엄마로서 아이를 지켜야 하는 마음이 더 간절하게 와닿았다. 가정 폭력, 성매매 등 현시대적인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그 안에 담긴, 모성애, 가족애가 절묘하게 담겨 공감대를 형성했다.

남편을 살해한 상은이 말한다. ‘내가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면, 남편이 나를 죽였을 거야.’ 섬뜩하면서도 슬픈 현실이다. 임산부임에도 남편은 상은을 구타하고 폭행했다. 이유야 어쨌든 살인은 범죄다. 하지만 상은은 자신과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남편을 살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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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형사를 번갈아가며 간절하게 쳐다봤다. 부디 내 진심이 전해지길 바라며.
”제 남편은 분명 살해당했어요.“
단호한 내 어투에 두 형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남편은 분명 살해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만큼은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진실 중 하나였다. p. 150

주란의 남편은 소아과 병원 원장으로 겉보기엔 능력 있고 다정한 남편이지만, 현실은 성매매로 미성년자를 임신 시킨 범죄자다. 더불어 그 여고생을 죽인 살인자다. 주란은 악취를 맡는 그날부터 남편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상은을 통해 남편의 실체를 알게 된다. 화목할 것만 같은 마당이 있는 집은 사실 진실을 감추기 위한 감옥과도 같은 공간이다. 주란은 그 감옥을 벗어나 상은이라는 여자를 통해 남편의 실체를 파헤쳐 간다.

- 생각해 보면 그 의사는 남편의 선배고, 그 병원으로 나를 인도한 건 시어머니다.
”내가 화단 아래에서 본 건 시체가 맞고, 김윤범이 가져다 놓은 낚시 가방에 시체를 담아서 그날, 4월 9일에 산에 묻은 거야. 그걸 당신 부모가 도와줬고, 그리고 같은 날 모든 걸 알고 있던 김윤범이 죽었어. 맞지? 이게 망상이라고!“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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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를 지켜보는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예상하지 못한 기척이었다. 머리에 피를 흘리며 상은이 거실 바닥을 기고 있었다. ‘저 여자 아직도 살아 있었구나.’ -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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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의 스토리는 전반적으로 디테일하고 긴장감이 넘친다. 문장을 통해 나타나는 입체적인 심리 상태와 행동들이 몰입을 높힌다. 일기 형식과 같은 날짜를 활용해서 주인공마다 시점을 교차로 보여줘서 참신하다 여겼는데, 드라마에서도 활용됐다. 원작 그대로 살리면서 배우들의 연기와 탁월한 영상미로 한편의 긴 영화를 본듯하다. 결국 결말은 살인자 남편을 살해하는 아내 주란으로 끝난다. 남편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했던 그녀가 원인 모를 악취를 통해 집 밖으로 나가게 되는 건 어쩌면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귀신보다 무서운 게 사람이고,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에게 실망하면 상처가 큰 법이다. 남편을 살해하고 상은의 범죄를 남편이 했다고 거짓 자백하는 장면에서 그녀를 향한 배려와 모성애를 보았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가 생각했다. 내가 죽지 않기 위해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을 살인으로 선택한다는 점이 섬뜩하기도 했지만, 왠지 모르게 공감되었다. 살면서 죽이고 싶은 사람이 없었다는 게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은 범죄이고, 이유 불문 용서받을 순 없다. 소설이기에 작품으로서 올여름 최고의 스릴러 명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마당이 있는 집을 보게 되면 왠지 뒷마당을 살피고 악취가 나는지 확인하게 될 것 같다. 그만큼 여운이 깊이 남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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