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낙엽
토머스 H. 쿡 지음, 장은재 옮김 / 고려원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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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이후로 나는 인생의 절반이 부정(否定)이며,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에서조차 우리를 지탱해주는 것은

우리에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못 본 체 하기로 결정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은 지 꽤 되었다. 쓸쓸하고, 슬프고, 가슴 아픈 이야기.

사실 읽는 동안 너무 답답해서 이게 재미있는지 없는지조차 헷갈릴 정도였는데,

결말이 쎄다.

 

토마스 H.쿡의 <붉은 낙엽>이라는 책은 토마스 쿡의 주특기인 유려한 문장력에서 비롯된 어둡고 쓸쓸한 분위기가 먼저 눈에 띄지만,

정말 무서운 건 철저하게 주인공 에릭 무어의 한계를 독자에게 각인시킨다는 점이다.

 

이웃 소녀의 실종, 좁혀오는 수사망, 감당하지 못할 과거 등에 대처하는 방식은 너무나 소극적이고,

숨기지 못하는 불안감과 극도의 긴장이 응축되다 못해 폭발하는 순간마저 짜증날 정도로 일반인스럽다.

 

그래서 그 모든 불행과 아픔이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해지는 걸지도.

 

할런 코벤과 조이스 캐롤 오츠 뿐만이랴, 이 책이 재밌다는 추천사도 이 책의 분위기에 대면 시들어 버릴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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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소네 케이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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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보면 특유의 어두움에 질려버리는 책들이 있는데, <사채꾼 우시지마> 같은 만화책이 그렇다. 마나베 쇼헤이의 만화에 등장하는 인간 군상들은 사회의 밑바닥, 그것도 물컹물컹하고 불안정한 연약층을 고개도 못 들고 기어다니다가 쥐도새도 모르게 허우적거리다 사라지는데... 읽다보면 참담한 기분이 드는 에피소드들이 참 많다.

 

나도 읽었다. 열 권이 넘게 읽었다. 답이 나오질 않는 루저 마인드가 넘쳐 흐르던 시절에도 꾸역꾸역.

그러다가 정말 짜증나고 무서워서 백수 생활을 하면서는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어제 소네 케이스케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읽다보니 문득 생각났다. <사채꾼 우시지마>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같은 어두운 작품을 읽으면 어떤 확신이 든다. 어둠과 타협할 수 있는 인간은 없으며 집어삼켜져 굴복할 뿐이라는 것을.

 

 

어마어마한 돈이 든 가방을 사우나 옷장에 넣어놓고 덜컥 사라져 버린 손님 때문에 고민하는 늙은 남자, 빚을 갚으려 몸을 파는 주부, 야쿠자에게 재수없이 물린 부패형사의 이야기가 세 시점에서 펼쳐진다. 

 

더럽게 꼬여가는 이야기와 범죄가 범죄를 낳는 이야기의 흐름이 느와르 장르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철저하게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회파 소설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어떤 분위기를 놓고 장르를 나누는 것이 우스울 정도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의외로 다양한 장치들이 산재되어 있는데, 언급하면 재미없어지는 그런 요소들까지 깨알같이 들어가 있다.

 

억지로 숨기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자는 스스로가 느낀 위화감을 잘 따라가다 보면, 나름대로 이야기의 큰 틀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개인의 편차는 있겠지만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이야기의 진짜 흐름이 눈에 들어온다 싶으면, 이야기의 종반이 속도감 있게 휘몰아 친다. 분량 조절을 잘 했다. 무리하지 않아서 더 좋았고, 작품의 분위기와는 별개로 이런 깔끔함이 소네 케이스케의 이번 작품에서의 백미라고 평가한다.

 

 

기괴한 소재에도 묘하게 리얼리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코>라는 연작집을 뒤늦게 떠올려 본다.

잔혹한 동화나 우화, 은유 속에서도 기발한 시각으로 날카롭게 파고들던 작가의 패기에 감탄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완벽한 느와르, 완벽한 미스테리 소설, 신랄한 사회파 소설 같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작가의 개성, 매력,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같은 것을 거의 100%에 가깝게 내뿜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앞으로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소네 케이스케다.

 

별 다섯에 별 넷.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착실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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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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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장용민 작가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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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의의 쐐기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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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87분서. 

한 여인이 방문한다.

정중하게 돌려 보내려 하는 코튼 호스.

그러나 10월의 금요일 오후, 87분서를 방문한 여인은 돌아갈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살의 가득한 총알을 박아 넣기 위해, 한 손에는 38구경 권총을, 그리고 다른 한 손엔 니트로글리세린이 담긴 치명적인 검은 가방을 들고 형사들을 인질로 삼으며 형사 '스티븐 카렐라' 를 기다린다.

 

 

이런저런 설명할 것 없이 <살의의 쐐기 Killer's Wedge>는 챕터 1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카운트 다운은 없다. 해결책도 마땅치 않다. 조마조마한 가운데 갖가지 변수들이 등장한다.

그 얄궂은 장난이 짜증나기보다는 킬킬거리면서 상황의 변화를 주시하게 만든다.

 

훌륭한 이야기다. 짧지만 몸이 근질근질할 정도의 스릴이 있다.

<살의의 쐐기>는 에드 멕베인의 87분서의 진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최근 몇몇 다른 책에서 스스로 불감증을 의심했던 내 자신감을 완전히 살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역시 재미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줄 아는 사람이다. 라는 자신감.

 

이 정도 이야기라면 아무 사심없이 재미있다! 라고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살의의 쐐기>는 사랑하는 사람을 카렐라 때문에 잃었다고 믿는 '버지니아 도지'가 니트로글리세린 병과 38구경 총으로 87분서 형사들을 인질로 삼고 카렐라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이야기와 밀실 살인사건 현장을 찾은 스티브 카렐라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카렐라는 87분서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87분서 형사들은 그가 돌아오기 전에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애를 쓴다. 이 두가지 이야기는 모두 '살의의 쐐기' 라는 제목을 서로 다른 이야기로 풀어가며 결말의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87분서의 형사들은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하고 독특하면서도, 그 제각각의 사고방식이 서로의 눈빛만 봐도 동료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맞아 돌아가는 걸 보면 일종의 짜릿함을 주는 것 같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드러나는 장면과 폭탄을 들고 쳐들어와 대놓고 자신의 동료를 쏘아 죽이겠다고 말하는 미친 여자에 대한 분노를 모으는 장면은 이 소설의 진정한 클라이막스이자 별미. 코튼 호스의 분노도, 마이어 마이어의 엄청난 인내심도, 피터 번스의 카렐라에 대한 애정도 어느 것 하나 멋지지 않은 게 없다.

 

짧지만 깔끔하다. 별로 트집잡기 싫다.

앞으로 더 많은 87분서 책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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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음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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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구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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