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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달력 1
장용민 지음 / 시공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다빈치 코드의 대흥행 이후 우리나라 또한 팩션의 붐이 일었다. 군대 내무반마다 한 권씩은 있었던 다빈치 코드. (라이벌 책으로는 연금술사, 그 남자 그 여자 등이 있었다.) 무교가 많았던 우리 중대에서 목사의 아들이었던 내 일주일 후임은 매일 이 책의 진위여부를 두고 시달려야 했고, 그는 어쩔 수 없이 웃으며 '허구가 많습니다. 저도 재밌습니다.' 라는 말을 반복해야 했다.
댄 브라운의 소설은 사실 추리소설의 면으로 본다면 뛰어나지는 않은 편이다. 예측 가능한 내용전개와 쉽게 찍어낼 수 있는 범인은 소설의 질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그의 책은 독특한 소재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역사와 위인들이 종교적인 비의와 비밀 결사 속에서 남긴 수수께끼를 한정된 시간 속에서 풀어내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미션 임파서블'과 '24' 등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박진감 넘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팩션이라고 한다면 '김진명' 씨의 여러가지 책들이 있겠다. 최근작인 '천년의 금서' 에서는 대한민국의 '한' 이라는 글자의 기원을 쫒는 과정을 통해 애국심을 고취....하셨다. 김진명 씨의 책은 몰입감은 좋으나 언제나 애국심 고취에서 발목을 잡히고, 첫 끝발이 좋은 만큼 끝의 허무함이 큰 단점이 있는 듯 하다.
'신의 달력' 은 김진명 식 대한민국 팩션과는 아예 시작부터가 다르다. 우리나라 작가가 썼을 뿐, 한국 소설이라고 보기 힘들다. 등장인물부터 배경, 사건의 기원부터가 서양의 기독교 문화, 잉카나 마야의 고대문명이다.
서양 사대주의에 빠진 것은 아닌지 의심하면서 김진명 씨는 역시 애국작가다 되뇌이며 책을 읽었는데, 재밌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책은 국내 장르소설이 건드리고 싶은 소재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해 있다는 증거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주어진 단서를 주인공만 아는 지식을 통해 풀어나가는 불친절함은 이런 류의 책이 갖는 공통점이지만, 그걸 보는 재미가 여타 다른 유명 소설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흥미롭고 그럴싸하단 소리다. 다빈치 코드를 재미있게 읽고, 천사와 악마 또한 읽었다면. 안 봐야지 하면서도 김진명의 새로운 소설이 나왔다는 소식에 관심이 간다면, 이 책을 지나칠 이유는 없다.
그 책들보다 재밌기 때문이다.
별 넷/ 별 다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