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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에서 1 ㅣ 미도리의 책장 6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오랜만에 나온 기시 유스케의 신작으로, 장르가 SF이며 2008일본 SF대상 수상작이라고 하니 얄짤없이 SF이다.
그러나 이 책은 바로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기시 유스케의 신작으로 단순한 SF가 될 수 없고, 쪼이는 맛과 뒤통수를 치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여러가지 떡밥을 담고 있기에 미스테리의 장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기시 유스케의 책을 읽을 때마다 작가가 결벽증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그것은 독자에게 트집을 잡히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고쿠도가 독자를 질식시키기 위해 탐정의 입을 빌려 장황하게 요괴강좌를 하는 것과는 달리 기시 유스케의 이론 강좌는 "그러니까.... 내 말이 뭔지 알지? 모른다고? 하아... 들어봐..이제 알겠지?"(뭐 이런 패턴) 이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아예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기 위해서 만들어 낸 적당히 폐쇄적이고 특이한 법칙에 지배받는 세상에서 그는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같다. 이야기는 좀 더 박진감 넘치고 자신감이 드러나는게 지금까지의 작품에서 느꼈던 박력과는 좀 틀리다. 완전히 주무를 수 있는 세상에서 기시 유스케는 정말 누구보다도 멋진 작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를 거꾸로 뒤집은 느낌도 받았다. 신들의 사회에 도전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닌, 신들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주인공의 이야기로 본다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물론 재미는 기시 유스케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재미면에서는 비교가 불가하겠지만 말이다.
두 권이나 되는 책을 새벽까지 읽으면서 검은 집에서 느꼈던 쪼이는 맛, 천사의 속삭임에서 느꼈던 그로테스크함 (징글징글함), 푸른 불꽃에서 느꼈던 고뇌 + 약간의 성적인 묘사와 연애에 관한 새로운 시도 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신세계에서' 야 말로 지금까지 본 기시 유스케의 책 중에서 최고라는 생각이다.
그에게는 어떤 책을 써달라고 바라는 것도 좀 우습다. 다작하는 작가도 아니지만 하나하나 다 다른 작품을 들고 나타나니 말이다. 그냥 기다리고, 나오면 될 수 있는대로 빨리 읽고, 또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별 다섯에 별 다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