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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에코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 보통 나는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에는 별다른 말을 구구절절 하고 싶지 않아지는데, 해리 보슈의 데뷔작 <블랙 에코>가 바로 그렇다. 더군다나 서평을 억지로라도 조금 부풀려볼까 잡은 <라인업>에서 마이클 코넬리의 글을 읽다보니 또다른 감격 같은 것을 떠안게 되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져버렸다.

데뷔작이란 걸 감안할 필요조차 없이 노련하고 능숙하게 이야기와 캐릭터를 만들어 낸 작가에게 놀랐다면, 그 이야기의 뒤편에 그토록 많은 삶의 경험들이 축적되어 있다는 것에는 존경을 표할 수 밖에 없었다. 분명히 예전에도 재미있게 읽었던 글인데, <블랙 에코>를 읽고 난 후 다시 읽게 된 코넬리의 글은 느낌이 달랐다. 어릴 적 자신이 느꼈던 터널에 대한 공포와 베트남에 다녀온 군인에게 들었던 '땅굴쥐'를 연관지어 죽음만이 가득한 땅굴 속에서 자신 혹은 타인의 삶에 숨이 막혀야 했던 남자들의 이야기를 생각해냈고, 경찰 출입기자 면접시험에서 제시된 은행 강도에 대한 기사에서 그 남자들의 비극적인 미래를 창조해 냈다.

히에로니머스 보슈. 해리 보슈.
호퍼의 '나이트 호크'에서 모든 이의 시선을 끌어당겨 버리는 남자의 뒷모습처럼 그는 말을 걸 수 없는 어떤 낯설음과 내 스스로를 겹쳐보게 되는 동질감을 동시에 느끼게 만드는 신비함을 갖고 있다. 코넬리는 보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나는 보슈가 오랜 세월 밖에서 내부를 들여다보는 사람으로서의 입장을 대변하는 법칙을 지니고 있길 원했다. 나는 그의 근본을 잊지 않게 해주면서 약자의 편을 드는 그런 법칙을 세우길 원했다. 나는 보슈가 어리석은 사람들을 눈감아주거나 강력하고 부유한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지도 않을 행동 강령을 토대로 공정하게 처신하길 바랐다. 보슈는 공정하게 행동하면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사적인 이익을 취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는 피해자가 누구건 단서가 어디로 이어지건 상관없이 모든 사건을 최선을 다해 조사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할 것이다.
사건 앞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
이것이 그의 법칙이 될 것이다.' <라인업 중에서 발췌>
15권이 넘는 시리즈에서 해리 보슈는 좋게든 나쁘게든 처음의 모습과는 다를 것이라는 걱정이 들지만, 마이클 코넬라면 변하지 말아야 할 본질적인 것들은 고스란히 지켜내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다. 별 다섯에 별 다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