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의 비밀스러운 삶
아틀레 네스 지음, 박진희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그는 주변의 모든 사물을 거대한 구조의 일원으로 간주하는 거시적이고 풍부하고 대담한 상상력을 갖고 있었다.

나는 리만이 작곡가이자 지휘자처럼 느껴진다. -본문 중에서'

 

 

 공대를 다니면서도 가장 싫어하는 과목은 단연 수학입니다. 애시당초 수학에 취미가 없었던 탓도 있지만 스스로의 한계를 그보다 더 잔인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과목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만 위안이 되는 것은 수학을 좋아한다는 사람들의 세계에는 더 큰 절망감을 느끼게 만드는 천재들과 증명이 불가능한 문제들이 널려있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그 무서운 나선계단에 발을 올려놓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 또한 수학교수이지만 중년에 접어들어 어떠한 뚜렷한 학문적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나선계단 중간 어디쯤의 남자입니다. 딸과 아들을 두고 적당히 병들어 있는 현대의 평범한 가정을 가진 평범 그 자체의 사람. 그는 수학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천재 중 한명인 리만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에 대한 평전을 쓰기로 결심합니다. 문학적인 소양을 기르기 위해 신청한 수업에서 그는 한 여성을 만나게 되고 불륜의 달콤함에 점점 빠져들게 됩니다.

 

 그의 소심함과 나약함, 섬세함은 리만의 그것과 묘하게 닮아 있기에 그는 글쓰기에 더 매진합니다. 하지만 불륜에 빠져들면서 종교와도 비교할 만한 리만의 순수한 열정에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리만의 행적과 심리상태를 따라 글을 쓰다가 어느새 자신의 마음이 평소에 담겨 있던 상자에서 튕겨져 나와 있음을 발견한 그.

 

 그의 글은 온전히 완성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미 변해버린 그와 가족의 생활은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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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여러가지로 읽는 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소수'가 갖는 의미에 집착한 '리만'이라는 사내도 그렇고 그 리만에 집착하는 주인공 또한 제가 이해할 수 없는 세계의 사람들이기 때문이었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책 내용은 의외로 수학에 대한 이론보다는 수학자들과 그들에 관한 에피소드 형식을 언급하는 정도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다만 그 결말부의 애매모호함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리만의 가설'이 현재 증명되지 않았다고 해서, 리만의 삶이 알려진 바가 적다고 해서 이 책까지 그럴 필요가 꼭 있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이 책의 작가 입장에서 주인공과 리만의 겹치기- 작품과 리만을 겹치는 것이 꽤 근사하게 여겨졌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에 열린 결말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계속 풀고 싶을 정도의 자극이 되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주인공과 리만이 애초에 감정이입이 힘든 부류의 사람이기에 그들의 모습을 확실하게 지어내는 것이 '소설'을 읽는 제가 원했던 모습이거든요.

 

 어쩌면 제가 그만큼 이 책의 결말을 궁금해 했기 때문에 그 반동이 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와 겹쳐 보이진 않았지만 리만이란 수학자는 꽤 매력적이라 느껴졌습니다. 신선한 소재와 여타 작품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는 괜찮은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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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5-10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전에 읽었던 어떤 책이랑 비슷한 내용 같은데...제목이 생각 안나는 걸요~
암튼, 공대 출신이시군요.
가만 보면 공대 출신 들이 이쪽 장르소설을 꽤 즐기는 듯 하더군요~^^

전 공대 출신은 아니지만, 깔끔하게 답을 도출해 내는 수학문제를 풀고 싶을 때가 가끔 있지요.
장르소설에서도 그렇구요, 열린 결말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