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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돈의 세계사 - 화폐가 세상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서수지 옮김 / 탐나는책 / 202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돈의 본질, 모습, 기능과 역할이 시대에 따라 어떤 흐름으로 변화했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책을 읽으니 파편적인 지식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기분이다. 특히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변화의 배경까지 알게 되어 무척 흥미로운 독서 경험을 했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세계 문명과 더불어 시작된 다양한 돈의 기원, 팽창하는 돈과 투자와 투기에 대한 역사적 사례,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으로 인해서 세계적 규모로 돈이 움직이게 된 배경, 금본위 체제와 국제 통화 금이 미국 달러에게 그 권위로 내어주게 된 과정, 현대 경제를 통제하는 중앙은행과 통화의 탄생, 미국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 배경, 전자화되고 암호화된 돈의 불가시성이 불러오는 심각한 문제점과 버블의 대붕괴에 대해서 조목조목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5,000년 전에 4대 문명이 탄생하면서 각각의 문명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단순하게 교환의 수단으로만 기능을 담당했던 돈은 사회와 문화, 경제의 발달과 더불어 시대를 따라 모습과 역할을 바꾸어오고 있다. 이집트 문명에서는 금을,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는 은괴를, 중국 문명에서는 조개껍데기를 소재로 한 돈을 사용하였다. 세계 각지에서 상업과 무역이 발전함에 따라 필요에 의해서 편리한 환어음, 수표, 지폐가 등장하게 된다. 운송과 교환이 용이한 화폐가 필요했던 것이다. 금화와 은화는 지폐로 변하고, 다시 기호로 변하여 '돈'은 실체 없는 존재로 존재하기도 한다. 현재는 수표, 증권, 신용카드, 현금카드 등의 전자 기술을 구사한 회계 수단으로 움직이거나 계좌를 통한 이체, 결제를 기호로 주고받는 과정으로 바뀌었다. 이는 일부 금융 전문가가 돈을 조작하여 돈이 돈을 증식시키는 현상을 가속화시킨다. 점점 보이지 않는 암호의 형태로 돈은 변화했지만 단순한 교환 수단의 기능에 불구했던 역할은 스스로 증식이 가능해짐에 따라 최상의 수단이자 목적이 되어 왔다.
특히 '신항로 개척 시대'를 시작으로 이후 상업혁명과 가격혁명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상업 규모가 확대되어 있는 자들의 여유 자금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 여유 자금으로 중세에는 금지되었던 투자와 투기가 수면 위로 떠오기는 계기가 된다. 경제학자 케인스는 장기적인 전망을 보고 결정하는 행위를 '투자'로 보고, 단기적으로 감에 맡기는 행위를 '투기'로 설명한다. 워낙 '투자'와 '투기'의 차이가 한 끗 차이인지라 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이 둘은 동전의 양면처럼 늘 함께한다. 네덜란드의 튤립 파동, 영국의 남해회사 거품 사건, 미국 서부를 뒤덮은 토지 투기 열풍, 세계공항이 불러온 주식 대폭락, 1987년의 블랙 먼데이, 일본의 토지 거품 붕괴, 서브 프라임 사태의 발단이 된 증권 버블 붕괴까지 투기의 대상은 달라지지만 투기를 향한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은 여전하다. 심지어 현재도 인플레이션에 힘입어 부동산, 금융 상품, 전자 화폐까지 팽창된 돈은 갈 일을 헤매고 있다. 엘리트인 금융전문가들은 'high risk, high return'의 부호를 외치며, 투기적 성격이 강한 선물 거래와 옵션 거래, 정크 본드, 헤지펀드, CDS 상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이런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 '돈의 모습'을 내정하게 보고,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돈'을 신봉하고 싶지도 않지만, '돈'에 소외당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V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