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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훔친 남자
양지윤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10월
평점 :
‘돈’과 ‘쓸모’만이 인정받는 황량한 시대에 고하는 이름 없는 주인공들의 통쾌한 반란
나무옆의자에서 출간한 양지윤 작가님의 <나무를 훔친 남자>는 8편 단편 작품을 모은 소설집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가지는 특징은 날카롭고 유머를 담아 저격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사회라는 조직의 기능 한 부분으로 전락했고 다른 이를 돌보는 것은 무능으로 간주한다.
표제작 <나무를 훔친 남자>는 회사 건물에 아무도 돌보지 않는 87그루의 나무 화분을 훔친 남자의 이야기다. 회사 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내가 아니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내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로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다. 직분에 맞게 각자의 일을 하는 모습이 처연하다. 총무과는 나무 화분을 구매하고 청소를 담당하시는 분을 나무가 죽으면 치우는 일을 한다.
“나무들은 죽은 줄도 모르게 죽어 나갔다. 그리고 교체되었다.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나무를 돌보는 과장은 능력이 없고 시간이 남아돌아 나무를 돌보는 비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쏟는다고 해고당한다. 과장의 이야기를 들은 주인공은 나무를 돌보기로 작정하는데···.
나무를 돌보는 행위가 잘못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일에 전념해야 하는 체계적인 조직사회는 인간적인 교류는 지양해야 하는 것이 된다.
<알리바바 제과점>은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헌신하는 종업원은 어느 순간 자신만이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된다. 사업장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와 업장에서 급여를 받고 일해야 하는 사람의 평행선을 잘 드러내는 <알리바바 제과점>은 자영업의 어려움과 직원을 활용하는 자원으로 간주하는 이야기는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이외에도 <나무를 훔친 남자>는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나 이상에 대해 예술과 접목해 추구하는 방향성과 이를 이루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을 보여주는 <우리 시대의 아트>, 남과 다르게 매 순간 박수를 치는 남자가 겪어야 하는 일생이 돋보이는 <박수 치는 남자> 등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의 이야기를 유머를 가지고 풀어간다. 이야기 끝에 느끼는 답답하고 쓸쓸한 감정은 우리가 주변에서 살아가는 동안 겪었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은 나를 둘러싼 주변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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