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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 1
박완서 지음 / 민음사 / 2024년 8월
평점 :
조선 말부터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거쳐 분단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이야기
민음사에서 출간한 박완서 선생님의 <미망>은 고향 개성에 대한 그리움이 진하게 드러난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고향에서 지낸 어린 시절의 그리움이 잘 드러난다면, 고향이라는 장소를 생동감 있게 만드는 것은 그곳의 주민들이다.
선생의 작품을 즐겨 읽는 사람에게는 <미망>은 다소 특별한 지위를 가진다. 이 책이 자신의 대표작으로 남아 있을 거라는 선생의 생각과 드물게 시도한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이전 시대의 역사소설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주변 친척과 지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연구를 통해 소설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대하역사소설은 그 자체로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지금을 갈래야 갈 수 없는 개성의 풍속과 문화를 <미망>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 작품의 배경이 되는 1888년은 조선왕조의 후기에 해당하고 1894년이 되면 갑오개혁으로 공식적으로 신분제가 폐지되는 역사적 순간이 다가온다.
개성은 고려 시대의 수도를 지낸 만큼 조선왕조에 대한 반골 정신이 투철한 사람들이 많았고, 양반으로 벼슬길에 나아가는 것보다 상업에 몰두해 인삼과 특용작품 거래로 무역의 중심지로 지위를 유지한 곳이다.
<미망(未忘)>은 제목이 나타내는 것처럼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상태를 나타낸다. 또한, 제목의 동음이의어인 ‘미망(迷妄)’, 즉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상태’인 주인공의 모습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소설은 개성의 거상인 전처만 집안의 4대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미망1>은 전처만과 그의 손녀 태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전처만은 어린 시절 동네 이생원으로부터 씻을 수 없는 치욕을 경험했다. 처만의 어머니는 생원의 아들 문수에게 젖을 물리기 위해 정작 당신의 아들에게는 물을 들이켜며 젖을 줄 수밖에 없었다. 처만이 돈을 벌어 상인으로 거듭나고 신분제가 폐지되고 생원의 가문이 몰락하고 문수의 아들 종상이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중 하나에 일하는 모습을 우연히 확인한다. 불현듯 과거의 치욕과 분노가 치솟음에도 동행한 손녀 태임은 문수의 아들 종상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처만이 아들이 건강하지 못해 가계를 이을 목적으로 빨리 며느리를 보고 2세를 가지게 하지만 아들이 아닌 딸이 태어난다. 손녀 태임에 당시 조선의 여인들이 살아가는 기구한 운명에서 벗어나게 해 줄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하던 처만은 신식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아씨는 친정으로 돌아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불같은 마음이 가슴에 일어나 2세를 잉태하고 아들을 생산한다. 처만은 며느리가 남긴 손자가 부족함 없이 살 수 있도록 배려한다. 처만과 태임은 기구한 역사가 소용돌이치는 시간을 어떻게 돌파할지 궁금하기만 하다.
박완서 선생의 작품은 당대 여성이 가지던 한계와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여인들의 욕망과 바람을 작중 인물을 통해 구현한다. 북한을 갈 수 있다면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도시 중 하나는 평양과 개성이다. 고려 시대 수도로 얼마나 많은 유적이 남아있는지, 박완서 선생의 고향이라는 점이 개성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미망>의 재출간을 통해 소중한 작품을 알게 되어 반갑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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