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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퍼트리샤 록우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평점 :
사랑, 언어, 인간에 대한 심오하고 현대적인 명상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한 퍼트리샤 록우드의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인터넷 세상을 나타내는 포털에서 인기를 얻었던 인플루언서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정체성의 흐름을 드러내는 소설이다.
퍼트리샤 록우드는 미국의 시인, 소설가, 수필가이다. 그녀의 독창적인 글쓰기 스타일은 100여 년 유행을 선도했던 의식의 흐름 기법의 현대판 버전으로 옮기면 이럴 듯하다. 현대인은 자고 일어나면 가장 먼저 휴대폰, 혹은 노트북으로 뉴스와 SNS를 검색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때로는 SNS를 통해 나만의 글로 소식을 나누며 팔로우와 소통한다. 내가 남긴 글이 나의 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이것들을 모아두면 하나의 기록이 될 것이다.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의 두 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포털로 대표되는 인터넷 세상을 나타내는 초반부와 오프라인 세상을 드러내는 후반부로 크게 나뉜다. 포털에서 누구보다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플루언사이자 2017년 자신이 주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에 대해 포스팅한다. 주제도 제한되지 않으며 개인의 신변잡기에 시작해, 국제정치, 기후 변화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수많은 포스팅이 나열된다.
인생을 뒤흔드는 문자 한 통과 함께 후반부는 실재 세상에서 그녀의 역할과 충격적인 사건이 어떻게 우리를 엄습하는지 알 수 있다. 주인공 여동생의 출산과 조카에 닥친 위기는 저자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고, 지금까지 온라인 세계에서 주도적으로 여론을 주도한 그녀에게 삶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렵게 한다.
시인이라 그런지 록우드의 글은 수많은 함축된 의미와 유머와 풍자를 담고 있다. 그 속에서 기성세대의 권위에 도전하고 성적으로도 과감한 시도를 보인다. SNS를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교감하는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 현대 사회를 생각하면 이 소설은 인터넷 세상에서 가지는 공감의 의미가 현실 세계에서도 여전히 주요한 의미가 있는지 보여준다.
처음 소설을 읽었을 때, 포스팅의 의미가 무엇인지 일관된 메시지는 무엇인지 찾느라 고민했다. 자신의 하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자의 생각을 편안하게 따라가다 보면 그녀에게 다가오는 커다란 충격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느낄 수 있다.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작품이 의식의 흐름 기법의 토대를 마련했다면 우리의 의식을 드러내는 적합한 장소는 우리가 글을 써서 올리는 온라인 공간일 것이다.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처음 겪어보는 특별한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 이런 철학적이며 정치적인 메시지를 온라인 포스팅이라는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한 작품으로 주목할 만하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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