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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어 - 예비용 왕자에서 내 삶의 주체가 되기까지
서식스 공작 해리 왕자 지음, 김광수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예비용 왕자에서 내 삶의 주체가 되기까지
오픈도어북스에서 출간한 해리 왕자의 <스페어>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화제를 모았고 드디어 김광수 역자님 덕에 한국어판으로 출시되었다. 이 책에 대한 화제는 영국에 관심을 가진 많은 이들을 경악게 했는데 해리 왕자의 비행과 영국 왕실에서 벌어진 치부를 과감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책은 해리 왕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그의 기억에 기초하고 있어 일부는 사실과 살짝 다른 점도 있다고 하나 기본적으로 영국 왕실에서 벌어졌던 암투의 원인과 결과를 이해할 수 있었다.
서식스 공작 해리 왕자는 현 영국 국왕 찰스 3세와 다이애나비 사이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면서 왕세자 윌리엄의 예비용 왕자였다. 조선 시대를 돌이켜보면 왕권에 가장 방해가 되기에 예비용 왕자의 역할과 한계는 명확하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 다이애나가 왕실에서 뛰쳐나가 언론에 의해 살해당하는 모습을 보았기에 아내인 메건 마클과 아들, 딸의 경호에 진심인 그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기도 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당선인이 되면 어린 시절의 비행으로 인해 미국에서 추방될 수 있다는 기사까지 보았기에 이 책에 그가 적시한 내용이 영국 왕실과 절연을 물론 그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자서전은 크게 해리 왕자의 유년 시절을 다룬 1부와 영국 육군에서의 활약과 자선활동을 하는 2부, 인상 깊게 봤던 미국 드라마 슈츠의 여주인공 메건 마클과 우연한 만남에서 결혼, 미국으로 거주지를 정하는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어린 시절, 나치 행세를 하고 금지된 약물을 복용하는 그의 비행을 여론에 퍼뜨린 이면에 아버지 찰스와 새어머니 카밀라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 형인 윌리엄과 해리의 관계는 암투가 벌어지는 게 우리 역사를 비추어 보면 일견 당연해 보이나 아버지가 자신의 내연녀를 지키기 위해 둘째 아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모습은 이해되는 한편 안타깝기만 하다. 영국에서 왕실의 일거수일투족은 매일 보도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가진다. 입헌 군주제를 상징하는 영국 왕실에서 자신의 안위를 위해 다른 가족 구성원을 언론의 희생양으로 던지는 모습은 냉혹하다.
덜떨어진 왕자, 바보, 얼간이라는 온갖 부정적인 왕자의 이미지를 가진 해리는 군에 복무하고 자선 활동을 벌이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다. 온갖 특혜를 늘이며 살았지만, 왕가에 어울리지 않는 메건과 만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트라우마에서 시작한 그의 불완전하고 감정적인 폭로는 가족 관계를 긴장을 불러올 수 있지만, 진실을 향한 그의 몸부림으로 다가왔다. <스페어>는 영국 왕실의 내밀한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의 궁금증을 충족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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