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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데이먼 갤것 지음, 이소영 옮김 / 문학사상 / 2023년 4월
평점 :
2021년 부커상 수상작 : 남아공의 포스트-아파르트헤이트 소설
문학사상에서 출판한 데이먼 갤것의 <약속>은 마치 남아공의 ‘토지’처럼 다가온 작품이다. 남아공의 한 백인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대기를 통해 남아공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 1963년 남아공에서 태어난 갤 것은 자신의 청소년기를 보내며 지켜본 아파르트헤이트가 개인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봤을 것이다.
사회의 부조리는 가정 내에서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마을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정치적인 분열과 역사를 해석하는데 입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소설은 스와트 가문에서 벌어지는 약속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조망한다. 백인 기독교 가정에서 유대교 출신의 세 아이 어머니인 레이첼은 자신을 돌봐준 하녀 살로메에게 그녀가 거주하는 농장에 딸린 오두막을 주라는 약속을 남긴다. 아내의 약속에 동의한 남편과 아내의 대화를 막내딸 아모르가 들었다. 어머니의 사망 후 장례식을 끝나자마자 가족과 친척들은 약속을 지킬 의지가 없다. 사회적으로 흑인은 소유권을 가질 수 없었던 시기였기에 그들의 주장은 일견 타당하다.
어머니의 죽음에 이어 아버지, 오빠, 언니의 죽음으로 아모르는 마침내 살로메에게 남긴 어머니의 약속과 그녀의 유산 상속분을 함께 전한다.
아모르는 기독교인은 절대로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는 신념을 온몸으로 오랜 기간 지켰다. 이를 상대하는 살로메의 아들 루카스의 말은 오늘날 남아공이 겪는 갈등을 한눈에 읽을 수 있다.
“아직도 네가 모르고 있는 게 있는데, 네 것을 주는 게 아니야. 이 집은 이미 우리의 것이니까. 이 집뿐만 아니라 네가 사는 그 집도 그렇고, 그 집이 서 있는 땅도 그래. 우리 거야! 네가 정리해서 호의로 나눠 줄 수 있는 네 소유물이 아니라고. 백인 아가씨, 네가 가진 모든 것은 이미 내 것이야. 내가 요청할 필요도 없이.” (475쪽)
루카스 처지에서 자신의 땅에 들어온 백인의 소유권은 지극히 부당하다. 1990년대 만델라가 선거에 승리해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할 때까지 흑인이 겪어야 할 부당한 처우, 인권 유린은 법적으로 사라졌지만 국민이 겪었던 상처는 제대로 봉합되지 않았을 것이다.
남아공 사회를 구성하는 소수의 백인 기득권층, 다수의 원주민이 겪는 갈등의 배경에는 권력과 소유에 대한 불만이 자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데이먼 갤것의 <약속>이 부커상을 받은 이유는 국가적 이념이 개인과 가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심지어 가족 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신념을 어떻게 발현하는지 갈등과 이를 지키는 과정이 극적이고 장대하게 진행하는 서사를 제대로 그리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남아공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약속>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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