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닮았다

웃음이 닮았다 -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 ㅣ 사이언스 클래식 39
칼 짐머 지음,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4월

우생학, 인종주의, 성차별로 얼룩진 유전학의 빛과 그림자

사이언스북스에서 출판한 칼 짐머의 <웃음이 닮았다>는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를 다루고 있다. ‘닮았다’는 이 한마디에 인류는 무수히 오랜 기간 편안함을 느끼는 반면, 차별과 고틍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칼 짐머는 호평받는 과학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저널리스트이다. 그는 〈뉴욕 타임스〉로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영민한 과학 저술가”, 〈뉴욕〉으로부터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과학 저널리스트”라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현재는 예일 대학교에서 분자생물물리학 및 생화학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며, 기고 활동과 과학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 웃음이 닮았다 책날개 중에서 ]

뛰어난 저술가이자 저명한 대학교의 분자생물물리학 교수인 저자는 유전의 역사에 관한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를 다방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첫 딸의 출산을 기다리며 자녀의 유전질환을 걱정하고, 딸에게 유전자를 물려준 사람들을 생각한다. 딸과 아내의 ‘웃음이 닮았다’라는 사실에 착안한 책의 제목으로 유전자에 관한 다방면의 내용을 전한다.

유전이라는 용어의 탄생은 지금과 사뭇 다르다. 유전이라는 말은 상속자 신분을 뜻하는 법률용어로 1700년대까지 사용되었다. 1800년대 다윈에 이르러서야 유전의 근대적 개념이 구체성을 띄었고 유전에 이어 유전학의 언어라 불리는 유전자와 DNA의 해석이라는 방대한 지도까지 완성했다.

역사적으로 합스부르크 왕가는 왕권을 보전하는 방안으로 사촌 간 혹은 삼촌과 조카가 결혼하게 되었다. 이들의 자녀는 ‘합스부르크의 턱’이라는 유전적 결함을 가지게 되었고 돌연변이를 물려받을 확률을 높였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 펄 벅 여사의 ‘대지’의 탄생 배경에는 딸 캐럴이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말하지 못했던 유전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과정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유전에 관한 가장 잘못된 사례는 1912년 <칼리카크 가족>이라는 책으로 화제가 된 우생학에 관한 점이다. 바인랜드 훈련학교에 다니는 에마 울버턴은 정신박약을 유전할 거라 생각한 고다드는 에마의 가계를 조사해 선조 한명이 번듯한 여자와 가정을 꾸리는 동안 정신박약인 여자와 아이를 낳은 적이 있다고 했다. 고다드의 책은 저능아는 후손을 남기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여론을 만들었고, 히틀러는 ‘칼리카크 가족’이야기를 통해 아리아인의 우수성과 유대인을 학살하는 데 이용했다.

칸트는 백인의 우월성을 강조했지만, 백인의 정의를 확립하기 위한 미국 내에서 벌어진 일화도 우습기만 하다. 그들의 존경하는 이를 백인으로 포함하기 위해 16분의 1의 혼혈인까지는 백인이라는 점은 인종에 관한 뿌리 깊은 차별이 한낱 허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우생학을 따르는 이들은 다윈의 이론, 멘델의 유전학, 바이스만의 실험에서 자신의 이론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를 선택했고 현대 과학을 바탕으로 생활에서 제도로 마련해 인종차별 조치를 확대해 나갔다.

현대의 유전자 연구는 백인이라는 인종의 개념이 얼마나 허황한 것인지 증명한다. 백인의 DNA에서도 데니소바 인의 DNA가 검출되었으며 이들은 네안데르탈 인과 가깝고 이들은 현생 인류에 유전자 표시를 남겼다. 유전자 연구는 내 조상의 유전자 분포와 조상의 흔적을 찾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심지어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CRISPR)를 이용해 많은 생물 종은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수단을 획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전은 단순히 부모로부터 자녀에게 특정한 유전자를 이어가는 개념을 넘어선 그 이상의 작용을 나 개인과 자연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칼 짐머를 최고의 과학 저술가 중 한 명으로 불리게 할 만큼 <웃음이 닮았다>는 방대한 저자의 지식을 확인할 수 있다. 과학과 유전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이 책에 담고 있는 내용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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