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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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없는 가족으로부터 먼 친척 부부에게 떠맡겨진 소녀가 인생 처음으로 마주하는 짧고 찬란한 여름

 

얼마 전 영화관에서 아카데미 후보작 <말없는 소녀>의 포스터를 보고 동행한 이에게 어쭙잖은 이야기를 전한다저 작품 원작이 있는데하루키가 예전부터 주목한 작가라는 둥작년 맨 부커상의 최종후보작이라는 둥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를 전하며 벌써 번역작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알고 보니 이번에 첫 번역작이 나왔다완벽한 타이밍에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foster>를 읽게 되었다.

 

다산책방에서 출판한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는 어린 소녀의 성장 소설이다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접한 소녀가 기존의 행동규범에서 벗어나 성장하는 과정을 상상력을 더해 공갈할 수 있다.

 

동양화의 가치가 여백의 미라고 하고문학의 최고점이 라고 알려져 있듯이 무언가를 서술하기보다 글을 줄여나가는 것은 까다로운 과정이다클레어 키건은 24년간 활동하면서 단 4권의 책만을 폈는데 모든 작품들이 얇고 예리하며 우수하다.

 

저자는 축약된 대화를 통해 사건이 일어난 후 등장인물의 행동을 통해 감정의 변화를 보여준다소녀는 성장하며 때로는 침묵의 중요성을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느낌을 배우게 된다진정으로 사랑하는 가족이 가지는 유대감과 친밀감을 느끼며 달려가는 장면은 가슴이 뭉클해진다.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짧은 소설임에 깊은 여운이 남아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 방학이 되면 친척 집에 맡겨져 지낸 적이 있었던 터라 소녀가 느끼는 상황에 공감이 갔다.

 

낯선 곳에서 밤을 지내다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고 있어 소변을 끝끝내 참다가 이불에 쉬를 해버린 경험식사 예절이 달라 사소한 행동에도 멈칫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소녀는 형제자매가 많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부모의 사랑과 손길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지냈다엄마는 또 다른 아기를 임신하고 출산을 앞두고 있어 먼 친척인 킨셀라 부부의 집에 맡겨진다데리고 있고 싶은 만큼 데리고 있으라며 자신을 데려다준 아버지는 볼일만 보고 급하게 돌아가느라 소녀의 짐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 집에 도착해 마주하는 것들은 소녀가 그동안 겪어온 일상과는 완전히 상반된다킨셀라 아주머니는 다정한 마음으로 소녀에게 알뜰한 배려와 관심을 베푼다부부에게는 극복하기 어려웠던 실연의 경험이 있어 소녀를 딸처럼 살뜰하게 챙긴다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 교감을 나누게 된 후 소녀와 킨셀라 부부는 가족애를 느낀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69~70)

 

5월 말에 개봉 예정인 <말없는 소녀>를 통해 다시 한번 감동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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