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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웬디 미첼 지음, 조진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0월
평점 :
치매 환자가 들려주는 치매 이야기
문예춘추사에서 출판한 웬디 미첼, 아나 와튼의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은 치매 환자인 저자가 자신의 상태를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우리가 치매에 관해 다루는 수많은 매체는 치매에 걸리는 환자를 둘러싼 그의 가족의 서사에 주목한다. 가족이 무너져 내리고 절망하는 순간을 포착하며 치매라는 질병의 무서움을 인식하는 게 일반적이다.
문득 치매 환자는 본인은 어떠한 심리와 감정의 변화를 거치게 되는지 궁금했다. 치매 환자 스스로 남긴 기록이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건 나의 친척 이야기도 한몫한다. 젊은 시절 일에 몰두하고 가족을 부양한 친척 한 분이 경증 치매를 시작으로 이제는 중증 치매로 이어져 딸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다.
Photo by Steven HWG on Unsplash
부모를 간병하는 딸이 이에 견디지 못하고 뇌출혈까지 앓고 있어 치매 환자는 어떤 인지 과정을 거쳐 기억을 잃는지 너무도 궁금하던 차였다.
저자는 감각이 왜곡되어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치매가 진행하면 환자는 자신의 서재에 꽂혀있는 인생을 담고 있는 책장에서 앞선 시간의 선반을 선택하는 것이라 한다. 최근의 기억은 빨리 사라지고 인상적이었던 과거 경험이 그를 지배하는 것이다. 미디어에 등장한 치매에 걸린 노인이 자신이 발레리나 시절 익혔던 몸동작을 보여주고, 치매 연주자가 자신이 연주한 곡을 기억하는 모습은 울컥하고 감명 깊은 장면이었다.
치매라는 질병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간병에 있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오랜 시간 환자를 돌보는 상황은 서로에게 불편을 초래한다. 환자는 자신이 기억하는 특정한 시간대에 기억이 머물고 있어 간병인은 대화를 통해 기억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다행히 치매를 조기에 발견에 증상을 늦추는 약도 개발되고 있지만, 여전히 치매 환자를 누가 간병할지는 중요한 사항이다.
Photo by Danie Franco on Unsplash
환자의 치매를 확인한 순간, 그는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인식해야 한다. 치매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대하려는 방안이 등장하고 있어 환자 가족에 희망이 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호그백 치매 마을은 엄청난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갑자기 나타난 수많은 치매 마을에 영감을 주었다. 대한민국에도 호그백 마을을 모델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치매 마을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중증 치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격리는 선택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격리는 환자의 ‘정상적’으로 보이는 생활을 차단할 수 있다.
저자와 같이 인지능력이 뛰어난 치매 환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호그백 마을에서 시행하는 조치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도 흥미롭다. 저자는 인위적으로 조작되고 부자연스러운 환경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환자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 못했던 터라 환자 처지에서 치매 마을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매는 서서히 진행하는 질환이다. 고령 인구의 증가로 치매 환자를 접하게 되는 사례는 점점 증가할 것이다. 그들을 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한 대화와 관심이다. 환자도 의식이 있을 때는 우리와 같은 일반인과 같은 방식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낀다.
치매 환자가 저술하는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은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치매 환자의 인지 과정과 치료에 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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