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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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수많은 상실수많은 죽음에 담긴 산 자와 죽은 자의 이야기

 

소담출판사 에쿠니 가오리의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는 제목에서 풍기는 슬프로 스산한 분위기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이번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작품 중 한 편은 <플랜75>이다. 75세 이상의 노인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통과해 죽음을 신청하면 국가가 이를 실행하는 제도이다.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는 자발적인 죽음의 영향을 다루고 있다작품 속 세 노인인 시노다 간지(86), 미야시타 치사코(82), 시게모리 츠토무(80)은 젊은 시절 출판사에 함께 근무한 사이다이들은 양력 설날을 하루 앞두고 호텔에 모여 함께 엽총으로 자살을 실행한다이들의 소식은 방아쇠가 되어 남아있는 사람에게 충격을 던진다.

 

노인이 되어 자신을 드러내는 세 가지가 있다면 돈건강가족일 것이다이미 초고령사회를 걷고 있는 일본의 세 명의 노인은 돈을 가지고 있으며 가족과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시노다 간지), 건강은 유지하지만 해체된 가정으로 가족의 왕래가 없는 사람(미야시타 치사코), 돈과 가족이 없지만사회생활에서 만난 후배와 정을 나누는 사람(시게모리 츠토무등 사회 구성원의 전형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한다.

 

            Photo by Evgeni Tcherkasski on Unsplash

이들 세 사람이 함께 자살을 실행하는 것도 특이하지만 이야기는 이드의 장례식을 기점으로 펼쳐진다시게모리의 후배 가와이 쥰이치는 츠투모의 송별회를 열어주기로 하고나머지 사망한 노인의 가족과 이야기하며 소설은 사망한 노인과 그들의 남겨진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죽음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인간은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아버지로선배로선생님으로남편으로오빠로서 그들의 가면은 상대에게 하나로 주로 비친다바라보는 이도 하나의 페르소나에 익숙하다내가 아는 사람의 다른 페르소나를 다른 사람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은 몰랐던 정체성을 발견하고 낯섦을 인식하게 한다.

 

인생은 비가 내릴 때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는 여정이다.

 

어느 순간 가지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없다이제는 충분히 살았고 자신의 유언을 전하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실행하는 것은 남아있는 자의 몫이다.

 

                 Photo by Lerone Pieters on Unsplash

죽음이 자연적이거나 사고에 의한 일이 아니고 인간의 의지로 실행되었다면 이는 남겨진 이들에게 불편함을 전한다왜 그런 결정을 내려야 했는지이들의 마지막 연락에 눈치채지 못한 미안함과 그런 결정을 알았다면 이를 말리지 못했는지 자책한다.

작가는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 일상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보여준다때로 그녀가 전달하는 담백하고 처연한 화법이 기억에 남는다.

 

덴마크의 안데르센이 상징하는 바도 즐겨 시청하던 피키 블라인더스도 취향에 공감한다.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는 것보다 죽음이 가지는 의미와 일본 고령사회를 살아가는 노인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은 의미가 남다르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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