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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한문 수업 - 고전으로 세상을 잇는 어느 한문번역가의 종횡무진 공부 편력기
임자헌 지음 / 책과이음 / 2022년 9월
평점 :
고전으로 세상을 잇는 어느 한문번역가의 종횡무진 공부 편력기
책과이음에서 출판한 임자헌 님의 <나의 첫 한문 수업>은 한문번역가가 된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번역이라고 하면 으레 영어, 일본어와 같은 외국어 번역을 먼저 떠올리는데, 한문도 새로운 언어로 이해하면 한문 번역이 쉽게 와닿을 것이다.
한자는 우리 한글 조어의 70%를 차지하지만, 한자을 배우지 않은 사람에게 한문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처럼 다가온다. 간혹 역사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 회원들이 한문을 번역하는 실력을 보곤 다들 어떻게 고전을 해석하는지 신기했는데, 한문이라는 언어를 익힌 분들이라고 생각하니 수긍이 갔다.
Photo by Cherry Lin on Unsplash
한자를 알면 한문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한자를 외워보지만, 한문을 여전히 해석하기 어렵기만 하다. 나는 저자의 첫 한문 수업을 통해 한문을 익히기 과정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자는 심리학을 공부하고 미술 잡지 <월간 도예> 기자로 일하던 중, 우연히 접한 도자 예술에 마음을 빼앗긴다. 미술평론가가 되자는 생각에 대학원 진학 과정을 준비하던 중 전통 도자와 미술사학과의 접점을 이루는 제2외국어로 한문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된다.
한문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한국고전번역원 고전번역연수원에서 공부하며 <논어>, <맹자>를 비롯해 한문을 익혀나간다.
한문을 위한 문법이 따로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한문을 별도의 문법이 없고 많은 문형을 외우고 익혀 머릿속에 저장해 해석해야 한다고 한다. 특히 <논어>와 <맹자>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문법책이라고 여기면 된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맹자>를 소리 내어 이해할 때까지 읽어 깨쳐야 한다는 것이다. ㅜㅜ
Photo by Marco Zuppone on Unsplash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번역위원이 되어 <일성록>을 시작으로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고 <조선왕조실록> 현대화 사업에 참여했다. 고전의 번역은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날아가는 것과 같다. 정치 제도의 용어나 관직, 군사 제도, 행정 제도 등 몰랐던 용어가 자주 출현해 당황스러웠다.
더군다나 조선이 어떤 나라인가? 기록의 나라이지 않은가? 군주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기록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결과가 우리가 만나는 <조선왕조실록>, <일성록>과 같은 저작물이다.
<일성록>에 드러난 정조에 관한 이이기는 인상적이다. 암살 위험에 종종 노출되었던 정조는 깊은 잠을 이루기 어려웠고, 책을 자주 읽어 유학자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정조가 남긴 비밀 편지는 그가 붕당을 이해하고 이들을 활용한 모습이 잘 드러난다.
저자는 한문 번역을 자신만의 현대어를 사용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번역작업을 기획하고 있다. 이를 기점으로 책도 출판하고, 방송에도 출연하게 된다. 하나의 시작이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도 한자로 덕을 본 적이 있어 한문 수업이 남다르다. 낯설었던 군대 생활을 하던 중, 부대의 군기를 담당하던 선임의 아버지 기제사가 되었지만 아무도 지방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없었고 신임이었던 나는 그를 위해 지방을 써주었다. 큰일은 아니었지만, 무척 고마워하던 그의 얼굴을 지금도 가끔 떠오른다.
잊고 지냈던 한문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들었다. 아니 한자부터 다시 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첫 한문 수업>은 한문을 통해 바뀌는 저자의 인생을 극적이고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다. 저자와 같은 한문 전문번역위원들 덕분에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기록을 한문을 몰라도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한문을 새로운 언어로 인식하게 되었으며 공부하는 이유를 하나 더 알게 되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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