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문트 바우만 - 유동하는 삶을 헤쳐나간 영혼
이자벨라 바그너 지음, 김정아 옮김 / 북스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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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하는 삶을 헤쳐나간 영혼이자 현대 사회를 번역한 세계적인 사상가

 

북스힐에서 출판한 이자벨라 바그너의 <지그문트 바우만>은 그의 평전과 자서전 형식을 취하는 도서이다기본적으로 평전이지만책 중간에 바우만의 남긴 인터뷰와 그의 출판물을 왕왕 싣고 있어 그의 행적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도서이다.

 

이자벨라 바그너는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폴란드 포즈난 음악대학교에서 음악교육학을 전공하고이후 프랑스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첼로 연주 거장들의 사회적 생산을 연구하여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폴란드 콜레지움 시비타스대학교 사회학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교/CNRS의 DynamE 부연구원이자 파리 융합이주연구소바우만 연구소의 연구원이다.

지그문트 바우만 책날개 중 ]

 

           Photo by Iwona Castiello d'Antonio on Unsplash

지그문트 바우만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현대철학 사상가이며 근대를 새롭게 해석한 인물로 다른 책에서 종종 만나곤 했다폴란드 태생의 유대인이라는 그의 정체성은 현대 사회의 처절한 경험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야 했다.

 

폴란드 포즈난에서 태어난 바우만의 어린 시절은 고난 속에서 행복이 있었다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부모는 바우만에게 문학과 책을 사랑하며 몇 시간 동안 책에 빠져드는 경험을 선사했다.

 

닥치는 대로 고전과 문학을 섭렵한 바우만은 폭력에 노출된 자신의 신분에 차츰 깨닫게 된다부모조차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수 없다는 걸 체득한 바우만은 사회가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에도 노출되었다.

 

폴란드에서 발생한 반유대주의의 광풍은 나치를 피해 폴란드를 탈출하여 소련으로 도피하게 했다소련의 사상에 심취한 바우만은 마르크스주의를 옹호했고스탈린 체제하에서 사회가 사상을 이용해 어떻게 변질할 수 있는지 경험했다.

 

청년 바우만은 징집에 동원되어 모스크바 경찰이 되었다모스크바인에 의한 내란을 두려워한 스탈린은 치안을 외국인에게 맡겼다전쟁에 참여하고자 했던 바우만은 군에 자원입대했고사관학교에 입교 후 부사관이 되었다신설된 폴란드군 보병부대의 보안대에서 장교로 근무했다.

 

유대인으로 자신에게 찾아온 입학과 승진은 기적과도 같았다처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사회에서 인정받은 바우만은 유대인이라는 신분을 감추어야 했다.

소령으로 진급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관이었지만바우만을 따라다니는 것은 폴란드군 장교이기에 앞서 유대인이었다반유대주의는 그의 진급을 가로막았다.

 

바우만은 군에서 대학으로 옮겨갔다바르샤바대학교에서 바우만은 석사 논문 지도교수 호흐펠트를 만난다사회주의자였던 바우만은 공산당의 모순을 발견하고 자신이 속한 세상이 모두 옳지 않다는 현실을 보기 시작했다호흐펠트의 정직한 지식 추구가 의심을 더 부채질했다.

 

마르크스주의 사상가로 활동한 바우만은 1968년 새로운 시련을 경험했다폴란드 공산당이 주도한 반유대 캠페인의 절정기에 교수직을 잃고 국적을 박탈당한 채 조국을 떠나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주목할 점은 폴란드어를 모국어로 하는 바우만에게 언어는 늘 새로운 도전이었다러시아어영어를 끊임없이 연마해 어느 정도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었지만자신의 사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Tel-Aviv Photo by Shai Pal on Unsplash

이스라엘에서는 사생활은 안정적이었지만대외 사정은 그렇지 못했다중동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고립되었고자녀가 커가며 군대 문제가 걱정이었다바우만은 이스라엘을 떠나 더 큰 문명사회에 속하기를 바랐다.

 

바우만은 미국으로 가고자 했지만그의 전력은 학자의 길이 아닌 반공전문가로 활동해야 한다는 생각에 영국에 가기로 했다.

 

마침내 리즈대학교에서 정착하며 끊임없는 이주 생활은 한 바우만은 정착하게 된다.

 

우연찮은 일로 리즈대학교 사회학과 학과장이 되었지만바우만의 정체성은 이주민이자 경계인이었다교수 사회는 외국인 억양으로 말하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지식으로 무장한 바우만을 의심의 눈초리로 마뜩잖은 시선을 보냈지만해가 지날수록 존경과 신뢰와 지지를 받았다.

 

바우만이 분석한 현대 사회의 특성은 자신의 경험을 기초로 한다단단한 근대사회는 개인주의의 확대로 액체 근대 즉유동하는 근대로 변모하였다.

 

그는 자산이 경험한 전쟁 이전의 반유대주의와 전쟁 동안 벌어진 홀로코스트를 히틀러의 광기나 비합리성에서 발현한 것이 아니라근대 합리주의의 결과로 바라보았다.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의 강력한 힘을 몸소 체득한 덕분에 끊임없이 유동하는 삶을 살아야 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을 대신할만한 액체 근대는 이렇게 탄생했다많은 학자는 바우만이 분석한 사회상을 동조했고바우만은 세계적인 석학의 반열에 올랐다.

 

바우만은 자신의 정체성과 소속 사회가 부여한 정체성 곧 주된 지위’ 사이에서 끝없이 투쟁한 영역에서 가장 크게 성공했다바우만의 삶은 지위의 충돌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다.

 

사람들은 바우만의 지위 즉 폴란드인이냐 유대인이냐공산주의자냐 사회주의자냐철학자냐 사회학자냐는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아예 의식하지 못했다.

 

바우만은 손에 넣기가 거의 불가능한하나뿐인 특별한 주된 지위를 얻었다지그문트 바우만이라는 지위를.

 

<지그문트 바우만>은 한 사람의 다채로웠던 행적을 시기별장소별로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바우만의 일생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이 책을 한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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