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어의 맛
구효서 지음 / 문학사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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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에 대한 오랜 탐색그 완결작

 

문학사상에서 출판한 구효서 작가님의 <웅어의 맛>은 인간의 오감을 소재로 살아있음을 느끼는 소설이다각종 문학상을 수상한 구효서 작가님의 깊이 있는 생각을 감각을 통해 설명하는 점이 인상적이다너무나 일상적이라 소중함을 잘 못 느끼는 감각은 때로는 지나버린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요는 칼날이 가운데 아랫니 사이로 파고들도록 세우고 윗니로 칼등을 지그시 눌렀다어쩌다 그랬다날이 두껍고 둔한 식사용 나이프를 미가가 준비한다는 걸 나는 알았다그러나 요는 이따금 그녀의 눈길을 피해 날카로운 과도를 움켜쥐었다시런 칼날이 이 사이를 비집고 잇몸에 닿을 때까지 윗니로 천천히 밀어 내렸다한 모금 피 섞인 침을 삼키고서야 요는 천천히 음식을 씹었다. (12)

 

상상만으로 잇몸의 피가 흘러내리는 느낌이다은결은 해수면에 반짝이는 것이다햇빛에 빛나는 물비늘을 윤슬이라 하고 달이 뜨면 은결이라던데포구에서 내려다보이는 은결 인근의 숙소에 요가 찾아온다자신의 사랑하는 이를 찾아 모든 포구를 돌아다니며 확인하다 마지막 하나 남은 포구를 남겨두고 이곳에 머무르는 요를 숙소 주인 미가와 동네 사람은 불안하게 살펴본다.

행여 이곳에서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것은 아닌지.

 

미가는 혈액형이 바뀌었다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대만 사람의 골수를 이식받은 후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살아있음을 느끼는 방법으로 요가 행하는 의식이 묵직하게 다가온다포구 사람들은 요를 걱정하며 끝까지 가지 말고 바다를 위해 남겨 두라고 말한다그는 길 잃은 편지인 길 편지를 우편함에 넣고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난다.

 

작가님은 오감을 제재로 색을 나타내는 은결-결편지’, 소리를 나타내는 풍경 소리’, 향기를 나타내는 육두구 향’, 맛을 나타내는 웅어의 맛’, 촉감을 나타내는 ‘Cafune 카푸테’, 법을 나타내는 밤춤’ 여섯 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다.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불렀던 성불사의 밤에 등장하는 풍경 소리가 두 번째 단편의 이야기다.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

주승(主僧)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듣는구나

저 손아 마저 잠들어 혼자 울게 하여라

 

미와는 자신의 노트에 풍경 소리를 적는다풍경 소리가 그윽하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애당초 주승은 풍경을 풍탁이라고 하고 금탁 또는 첨마라고 한단다소리가 나는 대로 옮기는 것이 이렇게나 다르다.

한국의 강아지가 멍멍 짖고 미국의 강아지가 바우 와우 짖는 것과 같다.

 

목탁 소리를 적어 보라고 내민 종이에 적혀진 목탁 소리는 모두 제각각이다학교 종은 땡땡땡이라고 울리는 것은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언어로 규정했기 때문이다절간에 매달려 흔들리는 풍경 소리는 다채롭지만누군가 언어로 정의하는 순간 그렇게 인식하게 된다.

 

각각의 작품이 감각적이고 쉽게 접하지 못했던 느낌을 전한다불교적이고 토속적 색채가 강하게 다가오고 죽음에 찾는 사람이 관계를 통해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은결-길편지), 과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 자신의 좋아하던 맛을 잃어버린 주인공(웅어의 맛), 자매의 일생을 뒤덮어버린 칼춤의 기억(밤춤등이 인상적이다.

 

소설이 색다른 시공간을 대신 경험하는 매체라면 <웅어의 맛>은 독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전달한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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