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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시선 - 여성의 눈으로 파헤치는 그림 속 불편한 진실
이윤희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2년 7월
평점 :
여성의 눈으로 파헤친 그림 속 불편한 진실
아날로그에서 출판한 이윤희 교수님의 <불편한 시선>은 열 가지 키워드로 그림 속 여성의 존재를 돌아보게 한다. 여성의 시각에서 미술관, 혹은 박물관에 전시된 여성의 그림을 보고 어떤 점이 불편할 수 있는지 저자의 시선을 통해 다시 알 수 있었다.
이윤희 교수님은 1970년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 진학해 미술의 역사, 미술의 언어를 공부했다. 이후 월간지 《공간》 미술기자를 시작으로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 청주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수원시립미술관 학예실장 등 공사립미술관에서 전시기획을 했다.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초빙교수를 역임했고, 고려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미술의 역사를 강의했다.
[ 불편한 시선 책날개 중 ]
Photo by Birmingham Museums Trust on Unsplash
아무래도 여성의 그림에 관한 가장 큰 충격은 오르세미술관에 전시된 퀴스타브 쿠르베가 그린 <세계의 기원>을 마주했을 때이다. 이 그림 앞에 서게 된 관람객은 너무도 적나라한 그림에 망연자실하게 된다. 쿠르베는 “내가 천사를 그려야 한다면 천사를 내 눈앞에 보여달라”고 했다. <세계의 기원>이라는 제목이 주는 인식의 틀을 제거하면 이 그림은 모델의 동의를 얻었는지 모르는 도촬의 그림과 같다.
터키 외교관이 주문해 파산하며 경매에 나왔고, 마지막 소장자가 철학자 자크 라캉이 은밀하게 간직할 걸로 유명세를 더하지만, 여성의 나체가 화가와 관람객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나 역시 이 작품에 대해 쿠르베의 기존의 관습을 벗어던진 혁신적인 작품이라 생각했지만, 여성 미술사학자인 저자가 주장하는 <불편한 시선>에도 동의하는 바이다.
저자는 이처럼 미술사에서 위대한 여성 미술가가 존재하지 않았는지에 관해 의문을 표현한다. 요즘 들어 나혜석, 프리다 칼로와 같은 여성 미술가에 관한 관심을 늘어나고 있지만, 그 시대 이전을 살았던 여성 미술가는 선 듯 떠오르지 않는다. 저자는 이에대해 여성이 주류 미술사에게 철저하게 배제되었고, 교육의 기회도 제외되었다는 사실을 영국 왕립아카데미를 사례를 들어 소개한다.
Photo by Birmingham Museums Trust on Unsplash
여성의 인권에 부상하기 이전 여성의 존재는 부당한 시선을 견뎌야 했다. 남성의 누드가 자신감을 드러내며 전신을 표현하는 작품이 다수지만, 여성의 누드는 불편한 시선을 감내하고 자신의 몸을 가리며 부끄러움을 표현하는 작품이 다수라 상반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의 시선이 부끄러움을 보이지 않고 정면을 응시한 작품인 마네의 <올랭피아>는 프랑스 전역의 분노를 일으켰다. 그림 속 자신있게 관객을 응시하는 올랭피아는 당대의 남성 관객들이 기대하는 여성상에 배치되었고, 내심 즐기던 에로틱한 관음증에 찬물을 끼얹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여성에 대한 악녀 프레임을 씌우는 당대의 남성 사회다. 성경 속에 등장하는 최초의 악녀는 아담의 첫 아내인 릴리트이다.
릴리트는 아담에게 순종하지 않고 자신이 성행위를 주도하여 아담과 다투고 난 후 그를 떠났다. 그녀는 최초의 인간 여성이자 최초의 이혼녀였다.
예술가에 의해 대표적으로 악녀로 뒤바뀐 여성에는 유디트가 있다. 유디트는 근대가 지나면서 자신의 성적 욕구를 채운 뒤 남성을 살해하는 팜프파탈로 각색되기 시작했다. 이후 클림트의 유디티처럼 에로틱한 유디트로 탄생했다.
또 한명의 대표적인 악녀 프레임을 가진 사람은 살로메이다. 세례자 요한의 목을 요구해 그를 죽인 사람으로 낙인찍힌 살로메는 요한의 목숨을 원하지 않았다. 그의 목숨을 요구한 사람은 살로메의 어머니인 헤로디아였다. 헤로디아는 왕의 동생 부인이었고 다시 왕과 결혼해 요한은 이를 비도덕적이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헤로디아는 요한을 죽일 순간을 기다렸고, 살로메의 청을 들어주겠다던 왕의 조건을 이용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향후 오스카 와일드와 예술가들은 살로메의 역할을 과장하고 그를 세례자 요한을 죽인 악녀로 몰아갔다.
사회의 부당한 시선과 편견에 여성은 오랜 시간 고통을 겪었다. 여성은 무자비한 납치와 성폭행의 대상이 되었고, 화가들은 이 순간을 중요한 순간이라 생각해 작품에 자주 등장시켰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작품을 새로운 시선을 바라보니 너무도 다른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그동안 애써 무시하고 있었던 점은 <불편한 시선>은 정확하게 직시한다. 여성주의에 입각한 예술사를 돌아보고자 하는 분은 <불편한 시선>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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