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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클럽연대기 - 조용한 우리들의 인생 1963~2019
고원정 지음 / 파람북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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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한 시대에 던져진 저마다의 운명, 상처와 사랑!
파람북에서 출판한 고원정 작가님의 <샛별클럽연대기>는 베이비부머의 일대기를 그리는 소설이다. ‘쌍팔년도’는 서기 1955년으로 단기로는 4288년이라 부르는 말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서기가 박정희 대통령 이후에 본격적으로 사용한 말이니 지금 60대, 70대에게는 쌍팔년은 전쟁이 끝나 보릿고개가 있었던 시절이다. 6·25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고 모든 일이 지긋지긋한 세월에 어른들은 ‘이놈의 쌍팔년도 빨리 좀 안 가나…?’라고 말하고 했다.
<샛별클럽연대기>는 쌍팔년도 근처에 태어난 친구들 이야기다.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이승복 어린이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치며 처참하게 목숨을 잃은 장면과 남학생은 교련으로 예비군 역할을 배우며, 여학생은 부목과 붕대감기를 배우던 시절이었다. 반공은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사상이었다.
사상에 관한 자기 생각이 무르익기 전에는 모두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지만, 모둠이 커지고 머리가 커지면 사상이 다른 친구와 어울리기 어렵다. 샛별클럽은 문창초등학교 2학년 친구들이 모여 만든 클럽이다.
문창 지역에 내려오는 전설에 따라 사상이 뒤얽혀 버린 집안 출신도 있고 부자 가문인 친구도 모두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이들의 성장과정은 산업화사회로 거듭나는 한국사회를 압축해 보여준다.
영특하고 공부를 잘하는 한요섭, 장윤태, 박광도, 오창수. 이들은 급장 부급장을 하며 많은 아이들을 이끌었다. 한 반에 80명 정원에 오전반, 오후반이 있던 시절이고 정원 만 명이 넘는 국민학교가 있던 시절이다.
문창초등학교에 처음으로 학예회가 열리기로 했다. 당연히 군대의 군가를 부르길 원하는 이입삼 선생과 강창성 선생은 대립한다. 강창성 선생은 학예회에 연극을 공연하자고 했다. 함께 연극을 한 친구 모두 별이라고 샛별클럽이라는 이름을 만들었고 10년에 한 번씩 만나자고 약속했다.
이입삼은 이들은 간첩 조직으로 신고하며 ‘문창간첩단 사건’으로 비화한다.
샛별클럽 회원은 이후 각자 다른 인생의 길을 걸어가고 십 년마다 한 번씩 모이자는 약속은 차츰 퇴색해간다.
주인공들의 행적은 가공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인물로 구성되었다. 이들이 겪는 4·19 민주화 운동, 5·16, 필화 사건, 삼청교육대, 권력에 항거한 이야기, 서서히 타락해 가는 정치인, 사건을 꾸며내는 악역 등 샛별클럽은 한국 사회의 단면을 해부한 모둠이다.
이 게 장송곡이던가? 느리고 어둡고 장중한 음악이 끝도 없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간간이 울음을 참는 듯한 아나운서의 목소리. “박정희 대통령은 가셨습니다….” 이어서 박정희의 이력이 소개된다. 끝나면 음악의 볼륨이 높아지고… 되풀이되고 또 되풀이된다. (273쪽)
작가님은 주인공 문인호로 보통 사람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정치적인 격변에서 이를 지켜보고 기록하는 사람은 보통 사람들이다. <샛별클럽연대기는>는 사회 각층으로 진출한 문창 출신의 주인공들을 통해 대한민국의 구불구불한 현대 역사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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