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이와 차이 - 장애를 지닌 언어학자의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
얀 그루에 지음, 손화수 옮김, 김원영 추천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애를 지닌 언어학자의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

 

아르테에서 출판한 얀 그루에의 <우리의 사이와 차이>는 장애를 극복한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다.

 

얀 그루에 1981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태어났으며현재 오슬로대학교 언어학 교수다. 얀 그루에는 고뇌하는 인간의 내면을 언어학자의 시각에서 독창적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탐색하며소설논픽션학술서아동문학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왕성하게 집필하고 있다.

우리의 사이와 차이 책날개 중 ]

 

저자 얀 그루에는 세 살 때 척수근육위축증이라는 난치성 유전질환을 진단받았다이 병은 진행성 질환이고 통상 스무 살이 넘으면 걷지 못하고 서른 살이 넘으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 저자와 알고 지냈던 사람들과 종종 마주치면 그들은 성인이 된 얀의 모습에 놀라움을 숨기려고 애쓴다. ‘네가 아직도 살아 있었니?’라는 생각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는 대신잠깐의 피할 수 없는 침묵으로 대화를 시작한다얀의 어린 시절은 배움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혔다자신에게 남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열망을 더욱 타오르게 했다.

 

철학 선생님은 리미널 페이즈(Limminal phase)라는 단어를 가르쳐 주었다그것은 서로 다른 두 세계 사이의 지점으로통과의례 중 가장 상처받기 쉽고 취약한 부분을 의미한다그것은 어른도 어린이도 아닌 시점에 이른 청소년아직 이 세상을 완전히 떠나지 못한 망자가 속한 세계다.

 

이 세계는 자칫 잘못하면 모든 것이 어긋날 수도 있지만진정으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 진정한 자아를 형성할 수 있다얀은 후자에 해당했다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현재의 삶을 돌아보며 과거의 모습을 회상한다.

 

언어학자가 되어 세계의 손꼽히는 지역에서 연구를 진행하고아내인 이다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자녀를 낳고 아버지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며 그가 가진 장애가 일상을 누리는데 극복할 수 있는 어려움인 점을 알려준다그는 일반인과 똑같이 <율리시즈>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베를린 천사의 시>를 떠올린다수많은 작품과 영화를 감상하고 자신의 언어학적 철학적 견해를 기록하고 남긴다.

 

세계 곳곳에 장애를 대하는 시선은 다르다타인의 시선은 훈육과 통제를 의미한다타인의 시선이 머무르는 하나의 대상물이 되면 자기 자신에 관한 자의적 의식즉 주변의 기대에 따라 항상 사전에 조율된 의식을 발전시킬 수밖에 없다이것은 자의와는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 이미 만들어진 삶의 한 형태 속에 내가 배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현듯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대하는 시선을 생각한다근래 들어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며 자폐 환자에 대한 궁금한 시선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유전적 변이에 의한 근육 질환을 앓는 환자의 두뇌 활동은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오히려 자신만의 견해와 성찰을 통해 학문에 집중하고 놀라운 업적을 보이기도 한다.

 

얀은 자신이 신체적으로 휠체어에서 보내는 개인적 경험을 소개한다.

 

휠체어 사용이 자유로운 모든 도시들은 서로 닮았고휠체어 사용이 불가능한 도시들은 제각각 나름으로 다르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처음 구절을 각색한 이 표현은 안나 카레니나 법칙의 변형이다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보행권에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가.

 

이 질문은 우리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 아니라 장애인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확인해야 한다서울 지하철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는 장애인 단체의 모습이 대한민국의 장애인의 통행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은 아닐까.

 

얀 그루에의 <우리의 사이와 차이>는 격조 높은 에세이로 저자는 과거현재미래의 모습을 돌아본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우리의사이와차이, #얀그루에, #손화수, #김원영, #아르테, #21세기북스, #인권, #에세이, #자전에세이, #책과콩나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