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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인 케미스트리 1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두려울 때면 기억해야 할 유일한 사실, 변화란 화학적으로 언제나 가능한 것이다.
“매일 저녁 6시, 우리는 요리나 화학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배워요.”
다산책방에서 출판한 보니 가머스의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여성 과학자가 거의 없던 1950~60년대 역경을 딪고 일어서는 여성 화학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인 보니 가머스는 올해로 예순다섯 살 생일을 맞은 문학계의 후발 주자다. 그녀의 데뷔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20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서 가장 큰 화젯거리는 보니 가머스의 원고 『레슨 인 케미스트리』였다.
엘리자베스 조트가 누군가의 눈에 띄어 발탁된 계기는 절도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음식을 도둑맞은 일이 계기였다. 캘리포니아에 자리한 저명한 화학 연구소 헤이스팅스의 연구원인 엘리자베스는 딸 매들린의 성장기 발달 과정에 맞는 영양을 고려해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 학교에 보냈다. 매들린의 도시락은 친구들에게 인기였지만 그녀는 친구인 어맨다에게 도시락을 나누어주었다.
엘리자베스는 어맨다가 딸의 도시락을 몇 달 동안 먹었던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일하는 방송국에 찾아간다. 어맨다의 아버지 윌터는 TV프로그램 PD로 오랫동안 일해왔고 이혼한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고 딸의 도시락에 무관심했다. 자신을 찾아온 엘리자베스에게 남다른 ‘무언가’있다고 느낀 그는 <6시 저녁 식사>프로그램을 제안했고, 이 방송은 1년이 지나자 부통령도 애청하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10년 전, 엘리자베스는 헤이스팅스 연구소의 유력한 책임연구원 캘빈 에번스를 만났다. 단순 단백질을 합성하는 방법을 발견해 <케미스트리 투데이>의 표지를 장식한 캘빈은 조정을 좋아하고 비를 싫어한다. 강수량이 적다는 점에 마음이 들어 캘리포니아의 헤이스팅스 연구소를 선택한 캘빈은 그 고서에서 자신의 가지고 있는 통념을 뒤흔드는 여성 화학자 엘리자베스를 만난다. 자신의 실험에 필요한 비커를 엘리자베스가 빌리러 온 것이다. 캘빈은 원한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엘리자베스 조트도 속에 원한을 품고 살았다. 주로 여자들이 뒤떨어진다는 통념에 근거하고 있는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원한이었다. 능력이 떨어진다, 지능이 낮다, 창의성이 부족하다, 남자들이 일터에 나가 우주에서 행성을 발견하고 제품을 개발하고 법을 제정하는 등 중요한 일을 하는 동안 여자들은 집에서 아이를 봐야 한다는 통념들 있잖은다. 그녀는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았다.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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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평등적 관점에서 보자면 1952년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시대였다.
헤이스팅스 연구소에서 그녀의 담당과장은 엘리자베스가 주축인 프로젝트에서 배제하고 기초적인 수준의 아미노산 연구에 배정했다. 헤이스팅스 이전의 UCLA의 연구소에서 자신의 담당 교수인 마이어스의 성폭행에 대항하며 그의 몸 속에 연필을 찔러넣었다. 수많은 논문 실적을 가지고 있는 마이어스를 UCLA는 잃고싶지 않았다. 그들은 엘리자베스의 석사 학위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다른 곳으로 쫓아냈다.
그녀는 UCLA의 교수든 지금의 화학과장이든 몇 안 되는 편협한 동료들이 자신의 목표 달성을 자꾸만 방해하도록 놔두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전에는 이보다 더 심한 일도 겪었다. 무슨 역경이 닥쳐도 견뎌낼 거야…….
이 세상 인구의 절반이 쓰이지도 않고 있다는 거예요. (…) 문제는 여자들이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가 없다는 거예요. (…) 여자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고, 따라서 동등한 존중도 받을 수 없다는 뜻이죠. (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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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대로 움직이지 마요. 시스템을 뛰어넘어버려요.”
가족으로부터 상처를 지닌 두 사람은 화학적 변화를 거쳐 결합한다. 가정 사정으로 혼자 요리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 엘리자베스는 캘빈과 한집에 살면서 일주일에 4번에서 5번 요리를 해주기로 한다. 때로 인생에 화학적 분해도 나타나도 예기치 못한 화학적 변화로 인생의 항로가 바뀌곤 한다.
작가인 보니 가머스에게 <레슨 인 케미스트리>가 화학적 변화를 불러올 거로 보인다. 예순다섯 살에 데뷔작으로 펴낸 소설이 대박의 조짐을 보이고 여성 과학자가 역경을 딛고 성공의 궤도에 오르는 모습은 몇 년 전 의미있게 읽었던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저절로 떠오르기도 한다.
소설 자체가 가지고 있는 주제의식과 소재도 흥미롭다. 지구의 삶의 원소의 화학적 변화로 이루어지듯, 우리네 인생도 화학적 원소 변화의 과정을 겪을 따름이다. 이런 화학 변화를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행위는 우리의 생존을 결정하는 ‘요리’이다.
엘리자베스가 역경을 극복하는데 가장 필연적인 행동인 요리가 그녀의 인생을 주도할 변화를 이끌어간다는 설정이 자못 흥미롭다.
당연히 이런 흡입력 있는 이야기는 출판사와 애플TV를 매료시켰고, 이는 시리즈 드라마로 제작하게 된다.
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레슨 인 케미스트리>가 올해의 추억할 작품이 될 것입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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