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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 - 제1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고요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5월
평점 :
장례식장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진짜 우리의 밤이 시작된다!
나무옆의자에서 출판한 고요한 작가님의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은 서울의 밤을 떠도는 두 청춘의 죽음을 포용하는 성장 소설이다.
고요한 작가님은 2016년 『문학사상』과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번역문학 전문저널 『애심토트(Asymptote)』에 단편소설 「종이비행기」가 번역 소개되었다. 첫 소설집 『사랑이 스테이크라니』(2020)와 첫 장편소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2021)를 펴냈으며, 2022년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으로 제18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 책날개 중 ]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은 죽음이라는 것이 느닷없이 다가오는 깜짝놀랄만한 경험이 아니라 살면서 필연적으로 한번은 겪게되는 과정임을 드러낸다. 특히 가까운 가족의 죽음은 기억의 왜곡과 인간관계를 엇나가게 만든다. 죽음에 대한 과도한 생각은 피해의 책임이 자신이게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잉태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확대 재생산한다.
소설 속 주인공 재호와 마리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청년을 상징한다. 정규직 일자리라는 자아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경험하다 광화문 앞 장례식장에서 실장이 연락하면 상주와 손님의 편의를 돌봐준다. 손님의 내방 규모에 따라 마치는 시간이 달라진다. 사회에서 명성을 가진 자의 죽음은 밤새 일을 해야하고 때로는 새벽에 일을 마치기도 한다.
함께 일하는 마리는 집이 동인천이라 대중교통이 끊어지면 인근에서 밤을 지새며 시간을 보낸다. 이들은 진정한 밤은 장례식장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시작한다.
인근의 24시간 영업하는 맥도널드에 들러 요기를 하며 자신만의 여행을 감행한다. 서울의 다른 맥도널드를 찾아보며 비교하고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람을 비교한다.
재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누나의 죽음으로 이혼하게 된다. 어린 시절 자신과 목조르기 놀이를 하며 잘못해서 누나가 죽었고, 재호는 자신이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고 느끼며 살아간다. 아버지는 ‘아죽사’를 운영하며 다른 사람에게 죽음에 익숙해지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 이 정도면 괜찮은 이름인데.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죽는가도 중요해. 요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게 문제야. 타인이 죽는다는 건 인식하지만 자신이 죽는다는 건 인식하지 않더구나.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거지.
죽기 위해 사람들이 그 모임에 나오는 거 같아.
죽는 것도 중요하니까. (47~48쪽)
일본 여행가이드를 했던 어머니는 지금도 아버지와 일 년에 한 번씩 일본 여행을 다닌다. 두 분의 이혼으로 남게 된 방에 세 들어 사는 일본인 히로시는 고베 지진으로 가족을 잃었다. 그 역시 자신이 고향 집에 부모님과 함께 있지 않았기에 모두 피해를 보시고 돌아가셨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주인공의 꿈에 찾아오는 동물의 꿈과 광화문 앞 세종로에서 펼쳐지는 밤의 모습을 처연하지만, 희망을 동시에 품고 있는 장소로 그리고 있다. 도시의 낮과 밤은 그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밤의 주인공은 방황하는 사람이 차지한다.
우리의 밤은 죽은 자들이 있는 장례식장에서 시작되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장례식장에서 보았던 창밖 풍경. 상주들의 울음소리와 시끄럽게 떠들며 술을 마시던 조문객들. 그 사이로 피어오르던 육개장 냄새와 국화 냄새와 밤새도록 꺼지지 않고 타오르던 향 냄새. 그런 냄새 속에 우리의 밤이 있었다. 그리고 일이 끝나 장례식장을 나서면 진짜 우리의 밤이 시작되었다. (217쪽)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현실의 왜곡을 바로잡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청춘을 위한 소설이다. 과거 죽음은 우리 곁에 찾아오는 필연적인 사건이라는 점과 우리 주변의 청년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에게도 그런 날이 올 거야. 저 물고기도 자신이 날아갈 줄은 꿈에도 몰랐을 테니까. 우리도 언젠가는 정규직 일자리를 얻을 거야. 물고기처럼 훨훨 하늘을 날아갈 거야. 산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일할 날이 올 거라고. (105쪽)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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