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의 언어 - 우리 삶에 스며든 51가지 냄새 이야기
주드 스튜어트 지음, 김은영 옮김 / 윌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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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 스며든 51가지 냄새 이야기

 

윌북에서 출판한 주드 스튜어트의 <코끝의 언어>는 51가지 냄새에 관한 저자의 놀라운 통찰력을 선보이는 책이다.

 

주드 스튜어트는 디자인과 문화에 관련된 글을 기고해왔다프린트PRINT의 자유기고가이기도 하다디자인 전문작가로서 오랫동안 직업적인 시각을 발달시켜왔던 그는 우연한 계기로 후각이라는 감각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이후 냄새들의 이야기를 탐험하며 신기하고 경이로운 향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고독자들에게 후각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느끼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이 책을 썼다.

 

냄새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입자가 공기 중에 떠돌다 사람의 코안에 앉으면그것이 가지고 있는 화학적 성질에 따라 갖가지 미묘하고 이상한 감각을 일으키며 사람에게 특정한 느낌을 전달한다.

 

우리의 감각에서 가장 예민하게 작용하는 후각은 다른 감각보다 독특한 특징을 가진다물체가 뿜어내는 전기 신호를 느끼는 시각과 물체가 내는 공기의 진동을 느끼는 청각을 보관하고 전달할 수 있는 매체의 발명은 100년도 넘은 이전에 발명되었다.

 

유사한 화학적 작용으로 우리가 느끼는 냄새를 보관하고 전달하는 매체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후각은 그만큼 직접적이고 다른 감각보다 실재하는 물체와의 접촉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냄새를 맡았을 때특정한 순간이 떠오른다면 과거 물체가 내뿜는 화학 입자와의 직접적인 접촉이 후각과 연결돼 떠오른다문학 작품에서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는 홍차에 살짝 적신 마들렌의 향기로 꼭꼭 접혀 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한다.

 

감각 전문작가인 주드는 51가지 냄새를 주제에 따라 분류하고 이를 가능한 시각과 청각을 동원해 후각적 느낌을 되살려내고 있다코로만 냄새를 맡는다는 상식과 달리 사람은 몸 전체로 냄새를 맡는다특정한 냄새에 관한 기호가 생기는 것은 냄새를 맡을 때 우리 몸은 비자발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개인에 따라 냄새를 선호하는 것은 다르지만냄새에 대한 민족적인 성향도 드러난다새 차를 살 때 평균적인 미국의 소비자는 특유의 새 차 냄새를 맡는 걸 선호하지만중국의 평균적인 소비자는 새 차에서 아무 냄새가 나지 않기를 희망한다중국인은 무취에 대한 선호가 다른 자동차의 특성인 가격성능연비안정성을 우선한다이런 연유로 중국에서 영업하는 자동차 회사는 냄새를 제거하는 사람을 별도로 고용한다고 한다.

 

냄새와 관련해서 싱가포르에서는 두리안을 가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상당한 벌금을 내야 한다과일의 왕이라 불리는 두리안은 식감이나 맛의 중독성을 가지고 있지만특유의 냄새로 인해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높은 진입장벽을 가지게 한다.

 

냄새를 통해 계층을 구별하는 작품으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꼽을 수 있다사람의 살냄새는 서로 섞여 있는 세 단계로 구성된다표피층에서는 살짝 역한 체취와 바디워시 등의 방향성 화장품 냄새가 대립한다중간층에서는 문화적인 습관이 작용한다먹는 음식환경 그리고 사회적 기준이 그런 것들이다그보다 깊은 층으로 내려가면 땀전날 밤 먹은 음식 냄새 등 그 사람이 가진 냄새의 베이스라인을 만난다.

 

내가 속한 계층과 다른 사람의 냄새라고 여기는 것은 표피층과 중간층의 냄새가 다르기 때문이다비슷한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에게서 특유의 음식 냄새가 나는 것도 살냄새로 오해하기 쉽다.

 

냄새를 구별하는 것은 나의 동지인지적인지를 구별하는 고대의 습관에서 현대는 향수로 나만의 냄새를 연출하는 시대에 이르게 되었다한때 향수를 좋아해 조향사를 꿈꾸기도 했지만냄새를 오래 맡는 것이 피곤한 일임을 깨닫게 되고 포기한 적이 있다.

 

냄새에 추적하고 관찰하며 연구한 작가님의 노력이 <코끝의 언어>에 잘 드러나 있다색다르고 평소 생각하기 어려운 주제에 관해 코끝의 언어는 생경하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가 구별하고 경험하는 냄새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자신이 좋아하는 냄새를 확인하고 이를 늘려가는 것도 삶을 풍부하게 사는 방법일 것이다작가님은 냄새에 관한 이야기와 더불어 냄새를 잘 맡는 연습법을 소개하고 냄새에 대한 소개 뒤에는 자주 묻는 질문 코너를 구성해 궁금증을 풀어준다.

 

가까운 미래에는 티비 화면에 나오는 음식이 냄새로 전달되는 시대가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다른 감각에 비해 지금까지 주목을 적게 받았던 후각에 대한 다양한 사실을 <코끝의 언어>는 자극한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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