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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니 - 젓가락의 문화유전자 ㅣ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3월
평점 :
이어령 마지막 유작!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두 번째
파람북에서 출판한 이어령 선생님의 <너 누구니>는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의 두 번째로 젓가락 문화유전자로 한국인을 살펴본다. 젓가락을 우리의 가장 오래된 미래로 상정하고 그 안에 담긴 한국인의 유전자 암호를 해독하고 세계와 미래로 나가는 거대한 문명론을 탐사하는 도서이다. 젓가락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 문화와 관련한 사고를 확장하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다.
이어령 선생님은 1960년대 이후 대한민국 지성을 대표하는 역할을 해왔다.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67년 이화여자대학교 강단에 선 후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였고, 석좌교수를 지냈다. 그는 시대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진 명 칼럼리스트로만 활약한 게 아니라 88서울올림픽 때는 개ㆍ폐회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문화 기획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1980년 객원연구원으로 초빙되어 일본 동경대학에서 연구했으며, 1989년에는 일본 국제일본문화연구소의 객원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1990~1991년에는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 너 누구니 책날개 중 ]
오늘날 대한민국의 문화의 힘을 키우는데 그의 역할은 지대했다. 초대 문화부 장관으로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주도했으며, 문화부 장관 재임 말기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령을 극적으로 통과시켜 오늘날 다양한 예술 문화 분야에서 역량을 가진 인물을 배출하는 인큐베이터를 만들었다.
가장 효과적으로 국력을 향상하는 방법이 교육이라는 점에 착안하면 이어령 선생의 문화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그의 선견지명은 오늘 대한민국의 문화가 세계 저변에 확장하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본다.
한국,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세계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 지식을 바탕으로 젓가락에 담긴 한국인의 우수한 문화적 역량을 확인하는 것은 흥미로웠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는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 젓가락을 사용하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길이나 생긴 모양이 모두 제각기 다르며 한국은 젓가락 문화에서도 특이하게 금속젓가락을 사용하는 나라이고, 젓가락과 숟가락을 함께 짝을 이뤄 사용하는 유일한 민족이다.
한국인으로 성장하면 제일 먼저 배우는 식사 예절 중 하나는 젓가락 사용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상대와 식사 자리에서 상대방의 젓가락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식사 예절을 배운 정도를 판단하기도 한다. 금속젓가락은 위생에도 탁월하며 나무젓가락보다 능숙하게 사용하기 어렵다. 젓가락의 능숙한 사용은 두뇌 발달과 손기술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쳐 과학 기술의 발달에도 이바지한다.
수저를 빗대어 출생과 신분을 비유하는 모습도 기발하다. 양반과 노비에 이루어진 봉건사회의 신분 구조는 타파했지만, 자본과 부를 기준으로 금수저부터 흙수저까지 4개의 계급이 존재한다는 사람들의 풍자는 수저가 가지는 문화적 의미를 상징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문화를 설명할 때 ‘가락’ 문화는 빼놓을 수 없다. 엿가락, 신 가락, 노랫가락, 국수 가락…….
가락이라는 말은 한군데서 갈라져 나온 것을 말한다. 하나가 두 개로 갈라지는 것은 두 가락, 세 개로 갈라지면 세 가락이다. 중국의 ‘저’나 일본의 ‘하시’라는 말은 두 개의 막대기를 표현하지 못한다.
한국 사람은 술을 마시면 젓가락을 두드린다. 중국의 경우 젓가락으로 다른 물건을 두드리는 것을 매우 교양 없는 행동으로 여긴다. 젓가락으로 두드리는 것은 묘한 리듬감을 만들어낸다. 한국인을 흥의 민족이라 부리는 사연 중에는 술자리에서 두들기던 젓가락 장단에도 있다.
선생은 평생의 지적 편력을 집대성해 최후의 유작 시리즈를 남겼다. 한국인 이야기 전 4권과 아직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전 6권이 해당한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선생의 방대한 지적 사유의 결과를 <너 누구니>를 통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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