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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기쁨 - 길바닥을 떠나 철학의 숲에 도착하기까지
토머스 채터턴 윌리엄스 지음, 김고명 옮김 / 다산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책 읽는 기쁨을 모르는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난 세계적 문화비평가가 된 토머스 윌리엄스의 감동실화
다산책방에서 출판한 토머스 채터턴 윌리엄스의 <배움의 기쁨>은 일탈에 빠지지 않고 문화비평가가 되기까지 저자의 솔직한 여정을 담고 있는 회고록이다.
저자인 토머스 채터턴 윌리엄스는 인종 문제에 관하여 동시대에서 가장 신선하고 섬세하고 도발적이고 진보적인 비평가이다.
1981년 미국 뉴저지주에서 태어났다.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난 혼혈이지만, 세상의 기준에서 자신은 흑인임을 일찍이 알았다. 힙합이 지배하는 문화 속에서 거친 친구들과 어울리다가도, 아버지의 훈육에 따라 공부에 파묻히는 이중생활을 했다. 경제학을 배워 월가에 입성하려 조지타운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철학을 전공했고 이후 뉴욕 대학교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문화비평가이자 <뉴욕타임스매거진>의 기고 작가로써, 프랑스에서 가족과 거주하며 미국과 프랑스를 무대로 활동한다.
[ 배움의 기쁨 책날개 중 ]
Photo by Pickawood on Unsplash
영어 제목은 <Losing my cool>로 자신의 이성을 잃어버리고 길바닥 생활에서의 거칠고 난폭했던 인생을 지나는 여정을 보여준다. 한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2020년 화제를 불러일으킨 타라 웨스트오버의 <배움의 발견>과 결이 비슷한 책이다. <배움의 발견>을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라면 두 책을 비교하며 읽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두 권 모두 교육의 기회를 얻는데 ‘책’이라는 매체가 인간의 성장에 이바지하는 바를 잘 그리고 있다.
토머스는 뉴저지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부모는 백인들이 모여있는 마을에서 자녀를 교육하기를 기대했지만, 토머스의 형이 학교에 들어가서 배인 친구에게 차별을 받는 모습을 지켜본 그의 부모는 토머스를 학교보다 홈스쿨링을 통해 교육하기로 한다.
그의 회고록에서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흑인 아버지 파피다. 저자의 소개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백인인 어머니의 가정은 두 사람의 결혼을 결사반대했었다. 혼인을 축하하는 사람도 없었고 부부의 사랑으로 결혼에 이르렀다.
어머니는 침례교 목사의 딸이자 개신교도였고, 아버지는 세속주의자이자 인문주의자이자 현실주의자로 기성종교에 관심이 없었다.
현재 미국 사회는 세속화가 진행 중이어서 무교를 가진 사람이 30%에 이르지만, 과거 미국에서 무교인 사람은 비기독교인처럼 미국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어울리지 않는 집단으로 여겼다고 한다.
Photo by kazuend on Unsplash
부부는 아이들의 인종에 관한 정체성에 관해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토머스는 흑인이 되고 싶었다. 얼굴색으로 봐서 자신을 백인으로 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판단했고, <말컴 엑스의 자서전>을 읽고 받았던 충격으로 그에게 백인은 흑인에게 고통을 가하는 집단이라 여겼다.
토머스가 학생이었던 80년대 90년대 힙합 음악은 흑인 사회를 강타했다. 토머스는 흑인 친구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행동을 하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여자친구는 자신에게 값비싼 선물을 건네는 과시용에 불과했고, 어울리는 친구들 사이에서 상스러운 말과 여자를 함부로 대하는 일상이 그의 청소년기를 지배했다.
아버지 파피는 박사학위와 방대한 독서 이력을 살려, 집에서 대학입학시험 준비 과정을 가르치는 사설 입시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파피는 젊은 시절 한 권의 책을 사기 위해 노력했고,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파피에게 인생의 길을 알려준 것은 책이었다. 책의 저자와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가르침을 해석하고, 모든 책에 자신의 의견을 적고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인생을 깨달았다. 일할 때마다 한 권씩 모은 책은 만권에서 만오천 권이 되어 집안 전체가 책으로 뒤덮었다.
장르별, 주제별로 구성된 파피의 서재는 토머스에게 다른 흑인 친구들과 분리되는 공간이었다. 파피는 토머스와 친구에게 독서와 작품을 가르쳤다.
토머스와 친구는 유명한 대학에 입학해 마을의 다른 흑인 친구들과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 자기 집을 압도하는 파피의 책을 이해할 수 없었다. 흑인 동네에서 벗어나고 조지타운의 힙합공동체에서 벗어나고자 고상한 척하는 허세로부터 해방되고자 파피의 서재를 들락거렸다.
그럴 때면 파피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책만 있으면 주변에 아무도 없어도 괜찮아. 나는 너와 너의 어머니와 네 형을 빼면 여기 이 책들의 유일한 친구다. 아들아, 책과 대화하면 천재들과 대화할 수 있어.” (195쪽)
토머스가 책의 저자와 등장인물과 친구로 지내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그의 온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작고 비좁은 집에 서 있던 거대한 책의 장벽들이 보르헤스가 말한 신비한 알레프가 됐다.
토머스는 세계 유수의 잡지에 글을 기고하는 세계적인 문화비평가가 되었다.
토머스가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그를 변호하고 도와주기 위해 파피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토머스뿐만 아니라 그의 친구들까지 지성의 길로 인도하는 모습을 참된 아버지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이 책은 토머스가 자신의 아버지인 파피와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사와도 같다. <배움의 기쁨>은 책을 통한 인간의 성장을 잘 나타낸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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