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파

금파 - 조선의 마지막 소리
김해숙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2월

1902년, 대한제국 최초의 국립극장에 올라 소리판을 뒤흔든 여성 소리광대 허금파 실화소설.

다산책방에서 출판한 김해숙 작가님의 <금파>는 조선 후기 예인 허금파의 실화소설이다. 소설 <금파>는 제1회 고창신재효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가족과 함께 떠난 고창 여행에서 고창읍성을 들어서지 직전 한 고택에 대한 여행가이드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그곳은 신재효 선생의 고택이었고 판소리박물관이었다. 선생은 소리 판소리의 이론가이자 판소리 명창 김세종을 자신의 집에 소리 선생으로 기거하도록 하며, 판소리 교육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그곳이 ‘동리정사’고 선생은 동편제와 서편제에 속한 소리꾼들을 이론적으로 지도했다. 오늘날 잘 알려진 판소리마당인 춘향가, 심청가, 박타령, 가루지기타령, 토끼타령, 적벽가 등을 여섯 마당으로 체계를 세운 이도 신재효 선생이다.

동리정사 출신으로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은 <도리화가>의 주인공이 진채선이다. 배수지 님이 역할을 한 남장여자로 최초의 여성 소리꾼 진채선의 이야기는 잘 알려졌지만 두 번째 여성 소리꾼인 ‘허금파’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작가님은 허금파의 인생을 조망하는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다.

진채선의 남장여자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 후기 여성은 소리꾼이 될 수 없었다. 소리꾼이 여성임을 탄로 나는 순간 어떤 화가 미칠지 알 수 없었던 시기였다. 지난 100년간 한국 사회에서 가장 극적으로 변한 직업군이 ‘예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누구나 되고 싶어 하는 연예인은 100년 전은 한 많은 직업군 중 하나였다.

허금파와 함께 소설 속 주인공 승윤도 양반집 자제지만, 소리를 좋아하기에 집에서 나와 가문의 지원 없이 소리를 해야 하는 처지였다.

금파는 20대에 관기였고 후처가 된 후 동리정사에 소리를 배우러 가는 장면에서 소설은 시작한다. 스승 김세종은 금파의 실력을 알지만, 쉽사리 여성인 그녀를 제자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금파의 소리를 듣고 동리정사를 후원하는 주 영감은 그녀를 품에 넣기 위해 수작을 부리나 금파에게 오히려 혼이 난다. 적개심을 품은 주 영감은 동리정사의 후원을 끊는다며 김세종을 위협한다. 동리정사는 금파의 등장으로 구설에 휘말리게 된다. 주 영감은 소설의 주요 악역으로 금파의 인생을 방해하는 인물이다.

조선 후기, 갑오개혁을 기점으로 20세기로 들어서는 순간 조선 사회는 대변화에 직면한다. 신분제가 공식적으로 철폐된 것이다. 여전히 민가에서 양반제도는 존재했지만, 사회 전체가 격동기에 빠져들었다. 백성들은 소리꾼의 소리에 빠져들었고, 나라에서는 소리꾼들을 선발하는 대회를 마련한다.

윤용선은 ‘청경예식’에 대한 준비 내용을 정리했다. 고종은 유독 청경예식에 집착했다. 5년 전 러시아 공사관에서 돌아와 나라 이름을 대한제국이라 부르고 자신을 황제라고 불렀던 그때의 영광도 재현하고 싶어 했다.

대한제국이 선포되고 최초의 연희극장인 협률사 무대에서 금파는 <춘향전>의 월매 역을 맡으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금파는 우여곡절을 겪는다. 그녀와 승윤의 관계를 가로막는 장애물,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며 허금파는 스스로 최고의 소리꾼에 오르는 인생 여정을 소설은 주목한다. 금파가 만나는 사람들은 당대의 최고의 소리꾼들과 명창들이다. 어린 시절 고향 김천에서 만나 소리의 세계로 안내한 신재효 선생과 협률사를 꾸려가며 전국의 소리광대를 부른 김창환 선생이 그녀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금파는 ‘춘향전’에서 주인공 예쁜척하는 춘향이 다소곳하게 이도령만 바라보는 모습보다 입에서 나오는 거침 없는 소리를 내뱉는 월매가 마음에 들었다. 그녀가 ‘춘향전’에서 월매 역으로 인기를 얻었던 데에는 그녀의 인생을 잘 드러내는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소설은 읽는 동안 자연스레 <도리화가>, <서편제>의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판소리와 함께 대한제국의 여성 소리꾼의 일생을 알 수 있는 <금파>를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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