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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 - 세계적인 법의인류학자가 들려주는 뼈에 새겨진 이야기
수 블랙 지음, 조진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r/e/reimmagen/IMG_bone_00.jpg)
세계적인 법의인류학자가 들려주는 뼈에 새겨진 이야기
세종서적에서 출판한 수 블랙의 <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는 영어 제목이 ‘written in bone’이다. 뼈에 새겨진 것들인데, 저자는 법의학 선진국인 영국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세계적인 법의인류학이자 해부학자이다. 이 책은 저자가 지금까지 겪은 사건과 뼈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한 책으로 논픽션이고, ‘CSI’, ‘Bones’ 시리즈의 실사판이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법의인류학(forensic anthropology)은 주로 인류학과 뼈대생물학을 적용하여 법의학적 과제 및 사건을 해결하는 학문이다. 흔히 혼동할 수 있는 법의학은 의학과 법을 담당하는 의학의 특수한 하위 분야로, 의학과 관련 과학을 이용해 사망의 원인과 장애, 질병을 조사하는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법의인류학과 법의학은 다른 방향과 목적을 가진 학문이다.
법의인류학에 관한 드라마는 ‘Bones’로 잘 알려져 있고, 뼈의 해부학적 구조를 바탕으로 범죄 현장을 재구성하고, 부패된 시신의 곤충 지표를 이용해 과학 수사를 펼치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뼈와 관련된 머리, 몸통, 사지의 각 뼈를 주제로 사건 이야기를 덤덤하게 펼쳐간다.
아무래도 뼈를 찾아서 해결하는 사건들이기에 너무 참혹해 장면이 많다. 픽션인 추리소설을 읽을 때와는 달리 여기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논픽션이다보니 사실성으로 인해 인간의 잔혹한 법죄 수법에 놀라기도 한다. 범행의 가장 주요한 동기는 역시 돈과 사랑에 읽힌 부분이 많아 범행 동기는 시대나 장소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런데도 토막살인, 연쇄살인, 어린이 상대 범행, 성매매 여성 상대 범해, 가족 간 살해 사건 등 범행 동기나 수법이 지극히 악랄하고 시신을 훼손하는 과정은 잔혹하다.
이름도 모른 채 죽어간 이들의 이름을 찾아주는 역할이 법의인류학자의 역할이다.
저자가 법의인류학자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1999년 초 코소보 내전과 2004년 인도양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처럼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수많은 시신을 확인하고 그들의 신원을 찾아줄 때라고 한다. 그녀는 2004년 쓰나미 때 태국으로 파견된 최초의 법의인류학자 중 한 명이라고 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경험과 기억을 두뇌에만 기록되는 건 아니다. 가진 질병과 상처는 인식하지는 못해도 뼈에도 온전히 새겨진다. 가령 관절염이 있다면 뼈에는 그대로 상처가 남는다. 치아는 신원을 확인하는 여러 증거를 남기고, 발은 인간만인 가진 동물과 구별되는 고유한 특징이다. 저자는 각 뼈에 얽힌 사건을 소개한다.
가장 놀라운 사건은 2002년 런던의 한국인 관광객 살인사건이다. 당시 어린 나이의 한국 여자 관광객은 런던의 민박집에 숙박한 후 살해되어 요크셔 지방에서 여행용 가방 안에 숨진 채 발견되었다. 저자는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고 민박집 주인은 그녀의 돈을 빼앗기 위해 살해 후 유기한 것을 확인했다.
그녀가 담당하는 사건들은 통상 글로 옮기기 힘든 살해 사건을 주로 다룬다. 이탈리아의 연쇄 살인범의 거주지 부근에서 발견한 두개골을 가방에 넣어 스코틀랜드로 돌아오는 길은 그녀가 담당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다가가는지 느끼게 한다. 이후 범행을 확인하기 위해 이탈리아 법정에서 살인마를 마주하고 대면한 순간의 섬뜩함은 자기 일이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겠다는 염려를 하게 한다.
시신에서 빠져있는 뼛조각을 찾아 사망원인과 뼈에 새겨진 특성을 파악해 피해자의 신원을 찾아주는 일은 피해자 가족으로서는 너무도 소중한 일이다.
그녀는 특히 판독하기 까다로운 어린이 피해자의 뼈에 관한 분석에 정통하며 어린이 뼈대 교과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나에게 스코틀랜드는 ‘브레이브 하트’, 에든버러를 떠올리는 ‘원데이’, ‘미 비포 유’, ‘아웃랜더’의 하일랜드가 떠오르는데, 이번 책으로 Sir 수 블랙의 던디도 다음에 방문하고 싶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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