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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진리를 훔치다 - 철학자들의 예술가
김동국 지음 / 파라북스 / 2022년 1월
평점 :
철학자들의 예술가
파라북스에서 출판한 김동국 박사의 <예술, 진리를 훔치다>는 기존의 철학과 예술의 관계를 극복하고 철학과 예술의 공존을 알려주는 책이다.
김동국 박사는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2014년부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0세기 미술사」, 「철학자들의 예술가」, 「미학 원전 깊이 읽기」, 「아도르노 강독」, 「발터 벤야민 강독」, 「낭만주의 연구」 등의 강좌를 통해, 대학과 고등학교 및 다양한 인문학 공동체에서 미학과 철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 예술, 진리를 훔치다 책날개 중 ]
근래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깊이가 있고 철학적 사유를 요구하는 책이다.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았지만,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 하나하나가 묵직하고 따로 정리할 정도로 나에게는 많은 공부가 되었다.
사실 철학에 문외한이라 이름만 알았던 철학자의 사상과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거나 서로 교감한 예술가를 확인하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플라톤은 예술이 진리를 왜곡한다고 비난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은 진리와는 다른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예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 20세기에 이르러 예술이 추구하는 가치와 문제는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과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는 함축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저자는 아래의 철학자와 예술가를 통해 진리를 탐구하는 교감의 과정을 소개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 프리드리히 횔덜린
모리스 메를로퐁티 - 폴 세잔
테오도어 아도르노 - 사뮈엘 베케트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 바넷 뉴먼
모리스 블랑쇼 - 스테판 말라르메
미셸 푸코 - 르네 마그리트
자크 랑시에르 - 귀스타브 플로베르
장 보드리야르 - 앤디 워홀
8명의 철학자의 사상과 시인, 소설가, 화가로 대표되는 예술가는 진리를 위한 동반자였다. 철학자들은 한 편의 시, 한 점의 그림, 한 편의 소설 속에서 사유의 깊이를 더했고, 자신의 사유 체계를 구성해갔다.
하이데거는 현상학의 대가인 후설의 제자였으며, <존재와 시간>을 발표해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는 횔덜린과 릴케, 트라클 등에 대한 해석을 통해, 시와 언어의 문제에 몰두했다.
하이데거는 존재에 대한 사유에 천착했다. 보편을 추구하는 것이 존재의 기본적 성격이라고 파악했으며, “신의 결여를 결여로서 감지조차 못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우리가 풍요롭게 여기는 시대가 실은 결여를 결여로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이데거의 횔덜린의 시를 강의했으며, 고흐의 <신발>이라는 작품으로 도구와 도구존재의 의미를 나누었다. 고흐의 <신발>은 도구가 진정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드러냈다.
신발은 그 자체로 도구지만, 누구의 신발인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따라 도구존재로 파악할 수 있다.
그는 ‘우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세계-내-존재’란 세계를 향해 열려있는 인간이며, 곧 ‘현존재’로 정의한다. 세계 속에서, 세계를 향해, 세계와 관계 맺으면서 자신의 삶을 전개하고, 역사를 이루어간다고 설명한다.
수많은 존재가 관계를 맺고 있는, 일상적 삶 속에 은폐되어 있지만, 예술을 통해 드러나는 세계, 그것이 바로 세계이며 ‘열린 장’이다. 이 속에서 존재자는 진정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이를 ‘모험’이라는 말로 이야기한다. 존재란 생명이고 삶이다. 생명은 머물러 있지 않음으로써 생명이며, 삶이란 세계를 경험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경험이란 곧 위험이기도 하고, 모험이기도 하다.
메를로퐁티 사유의 토대인 현상학은 에드문트 후설에 의해 시작된 학문이다. 후설은 당대의 실증주의를 비판하면서 현상학이라는 학문의 체계를 세웠다. 후설은 대상에 대한 인간의 인식은 철저히 의식과 연관을 맺고 있음을 밝혔다. 한 마디로 인간의 의식은 지향성을 가지고 의식이 어떤 것을 향해 지향하는 현상을 밝힌 것을 현상학으로 파악했다. 사르트르는 의식 그 자체는 비어있다고 보았고, 텅 빈 의식의 인간은 실존의 자유를 가진다고 보았다.
메를로퐁티는 현상학을 세계에 대한 인간 의식의 출발점으로 다룬다. 이 출발점에서 세계를 드러내는 행위가 현상학적 작업이다. 그는 후설의 영향을 받았지만, 가장 중요한 관심사인 신체의 문제에 천착했다.
메를로퐁티는 ‘지각에 앞서는 정신’이라는 것은 없으므로 우리는 아직 지각의 수준에서 구성되지 않는 객관적 관계들을 지각에 대한 이해에 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철학자들이 인간의 정신을 신체보다 우월한 차원에서 해석하려 했다면 메를로퐁티는 정신은 신체에 깃들어 있다고 보았다. 그는 신체의 여러 감각 기관들의 통합적으로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우리는 감각한다고 판단했다.
세잔의 회화는 세계와 자신의 동일성으로부터 시작한다. 세잔에게 회화란 동일성을 표현하는 일이다. 동일성을 표현한다는 것은 우리의 주체적 감각 인식, 다시 말해 우리가 세계를 본다는 행위를 넘어선다.
1922년 유대계 곡물상인으로 부를 축척한 펠릭스 바일은 프랑크푸르크 대학에 ‘사회조사연구소’라는 이름의 마르크스주의 연구소를 설립했다. 1대 소장이었던 칼 그륀베르크는 정통 마르크스주의를 추구했다. 2대 소장인 막스 호르크하이머는 정통파 마르크스주의에서 벗어나 새롭고 다양한 관점에서의 사회 분석을 시도했다. 3대 소장인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비판이론의 강령이라고 할 수 있는 <계몽의 변증법>, <부정변증법>, <미학 이론>을 저술했다.
<계몽의 변증법>은 파시즘이라는 재앙을 광기나 우연이 아닌 “역사상에 있어서의 장기간에 걸친 경제사적· 사회사적· 정치적· 사회 심리학적 및 문화적 발전 과정이 가져온 필연적인 결과”로 파악했다.
그리고 그를 관통하는 원리를 ‘계몽’으로 이해한다.
파시즘의 등장에 그는 ‘왜 인간은 스스로 파괴하는가’라는 문제에 천착했다. 이는 무지와 신화, 이성과 과학, 인류의 불행이 모두 인간이 계몽이라고 파악했다. 현대의 지적 단순성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만 지식을 사용하고 경제활동에 집중하며 취미활동과 소비생활에 집중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는 인간이 추구하는 계몽이 모든 것을 동일성의 원리로 환원한다고 보았다. 동일성의 원리 아래에서는 잣대에 맞지 않는 것은 남김없이 제거되고 인간을 ‘사물’로서 간주하며 대체 가능한 요소들로 여긴다.
아도르노는 동일성의 사유를 거부하며 계몽에 숫자로 환원할 수 없는 것은 ‘가상’으로 여긴다. 동일성의 사유를 벗어나기 위해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이 예술로 인식했다.
아도르노는 자신의 저서 <미학이론>을 베케트에게 헌정하고자 했다. 이 책은 베케트의 문학을 관통한 아도르노 예술론의 표현이라고 했다.
아도르노는 베케트의 <승부의 종말>에 대한 에세이에서, 이 작품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것이 이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작품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지 않는 사실 자체에 대한 의미를 재구성해야 한다. 작품 속에서 무언가를 지시하거나 내포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그리고 있다는 것은 ‘없음’ 자체를 인식하는 것이다.
미셸 푸코가 1966년 <말과 사물>을 출판하자마자 르네 마그리트는 그에게 편지를 보내 벨라스케스에 관한 몇 가지 자신의 의견으로 조심스레 그러나 완고하게 표현한다. 푸코가 유사와 상사를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았고, 이들이 르네상스 시기의 지적 인식을 토대로 한다고 지적했다.
미셸 푸코는 에피스테메를 통해 르네상스에서 현대에 이르는 담론의 에피스테메를 찾아내고 분석하고자 했다.
에피스테메는 사물에 질서를 부여하는 무의식적 기초를 뜻한다. 이는 경험에 앞서 있으면서 인간 사고에 영향을 미치고 시대마다 다르며 불연속적으로 나타난다고 푸코는 인식했다.
20세기 후반의 현대 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철학자 중 한 명인 푸코의 에피스테메를 통해 역사는 연속적이 아니라 불연속적으로 영속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르네상스, 고전주의, 근대·현대의 담론인 에피스테메는 점진적으로 발전하거나 축적하지 않고, 각각의 시대는 에피스테메의 단절을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번의 불연속이 르네상스, 고전주의, 근대·현대 사이에 나타났다고 보았다.
르네상스의 붕괴는 세르반테스의 <동키호테>를 통해 드러났고, 고전주의의 붕괴는 생명학, 문헌학, 정치경제학 등 이전과 다른 다양한 학문의 영역 속에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예술, 진리를 훔치다>는 근래 읽었던 책 중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에 속했지만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훌륭한 책이었다. 아마 모르는게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철학자들이 한 가지 사물이나 작품을 통한 사유의 깊이를 축적했던 과정을 공감할 수 있었던 경험도 의미 있었다.
철학과 예술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예술, 진리를 훔치다>를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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