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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전시관
설혜원 지음 / 델피노 / 2022년 2월
평점 :
환상과 풍자로 읽어낸 21세기 앨리스의 래빗홀
델피노에서 출판한 설혜원 작가님의 <허구의 전시관>은 7편의 단편 소설집이다. 우리는 은유와 상징으로 이루어진 작품 속 숨겨진 의미를 알고 당혹감을 느끼곤 한다.
<오즈의 마법사>의 진실과 영화 <파워 오브 도그>를 보고 좀 편안하게 일상을 그리는 소설을 읽고자 <허구의 전시관>을 손에 들었다. <허구의 전시관>은 작가님이 만들어낸 바쁘지만 편안한 분위기 속 일상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미녀 병동의 콜라 도난 사건>은 아마 직접 필드에서 경험한 적이 있던지 아니면 오랜 기간 인터뷰와 취재를 통한 병동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있다.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콜라 도난 사건에는 아니나 다를까 복선이 감춰져 있었다. 커다란 음모를 확인하고 역시 인간사는 돈과 사랑으로 사건이 시작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부모에게 행하는 효도에도 경제적인 혜택이 엮이면 효도는 물론 부모 자식 관계는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천박해질 수 있다. 아들은 아버지의 건강을 위해 건강식만 드시게 하는데, 이는 또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설계의 한 부분이라고 하니 씁쓸함이 전해진다.
<디저트 식당> 역시 편안한 삼각관계를 이야기하는 우정과 연애에 관한 이야기라 생각하고 편안하게 읽다가 역시 작가의 촌철살인은 이 소설에서도 빗나가지 않는다.
요리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TV 속에 보이는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요리하는 남자도 많지만, 요리에 관한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남자 주인공은 한 사람은 열심히 노력해도 교수의 눈에 들기 힘들지만, 다른 한 남자는 천재적인 감각을 보여 실력을 인정받는다. 여자 주인공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한 충격적인 결정을 실행한다. 보이는 사랑 뒤에 가려진 진짜 사랑의 잔인한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행하는 잔인함은 어디까지 가능한 것일까? 사랑하는 사람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서 그녀는 쉽지 않은 행동을 감행한다.
설혜원 작가님은 보여주는 이야기는 모두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이면에 자리한 인간의 욕망의 비틀어지는 순간을 잘 포착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계급 사회에서 벌어지는 갑질의 비틀어 보여주는 <초인종이 울렸다>와 하루에도 의도하지 않게 자신의 모든 생활이 카메라에 노출되는 상황을 시간과 공간의 영역을 비틀어 보여주는 <빈한승빈전>, 현대인이 회사 생활에 생존을 위한 강박과 스트레스를 잉어를 통해 잘 표현하고 있는 <잉어와 잉여> 등 가볍지만 머릿속을 강타하는 가볍지 않은 내용을 들려준다.
<허구의 전시관>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허구’임을 강조하지만, 왠지 우리 주변에서 경험하게 될 개연성을 띠고 있는 이야기에 빠져든다.
공상과학적인 재미와 함께 개인을 돌아보게 하는 <허구의 전시관>으로 소설의 재미를 만끽하길 바랍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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