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았던 날들 -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델핀 오르빌뢰르 지음, 김두리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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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북하우스에서 출판한 델핀 오르빌뢰르의 <당신이 살았던 날들>은 삶과 죽음의 의미를 성찰하는 에세이이다그녀의 이력이 독특하다. 1974년생으로 랍비이자 철학자작가이다. 1992년 예루살렘의 히브리 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다 1995년 이츠하크 라빈 총리 암살 사건을 계기로 근본주의로 기우는 종교에 깊은 의문을 품고 프랑스로 돌아와 언론인으로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다이후 탈무드를 연구하기 위해 뉴욕으로 이주맨해튼의 히브리 유니온 칼리지에서 공부를 마치고 랍비가 되었다.

 

        Western Wall Photo by Sander Crombach on Unsplash

이츠하크 라빈의 암살 사건의 가해자가 소유주의 시오니즘 신봉자라는 사실에 그녀는 자신이 믿어왔던 시오니즘에 관해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유대인은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소유를 표현한 구약성서의 이야기를 마치 매매계약서처럼 그 땅을 모두 차지해야 한다는 소유주의 시오니즘이 퍼진 듯하다그녀는 자신이 배웠던 생물학의학이 타자에게 줄 수 있듯이 성서와 탈무드를 익히고 랍비가 되어 유대인에게 마음의 평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특히 죽음과 관련해 의식을 주도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모두 그녀가 주재한 장례에 관한 이야기이다.

 

최근 보았던 <그리고 베를린에서>에서 보여주는 정통파 유대인의 혼례와 출산 문화는 대단히 흥미로웠다유대인은 생존을 위한 투쟁이 삶의 한 부분을 지배하고 있었다인간의 생애에서 부인할 수 없는 한 가지 사실은 우리는 모두 죽어간다는 점이다델핀은 죽음이라는 의식을 주재하는 랍비로서 삶의 중요성과 살아있는 자들이 느끼는 죽음에 관해 담담하게 서술한다.

 

그녀는 세속주의 유대인 랍비가 되어 랍비의 가장 큰 책무는 의심할 수 없는 교리를 가장 강력하게 의심하는 것이라는 점을 믿고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유대인 공동체에 진보와 자유주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synagogue Photo by Boris Ivanovi? on Unsplash

그녀가 소개하는 유대인 장례 문화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흥미롭다.

 

죽음의 천사 아즈라엘은 한 손에 검을 쥐고 목숨을 노리는 사람들 주변을 서성인다고 전해진다유대인 가족은 식구 중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 환자에게 다른 이름을 붙여준다그의 정체성을 바꾸어 아즈라엘이 그의 목숨을 요구하기 위해 초인종을 누르면 그런 사람은 없다고 대답해 죽음을 피하고자 한다.

 

그녀가 소개하는 인물은 희생과 박해를 경험한 이들이다몽파르나스 공동묘지에 찾아가 <샤를리 에브도>의 희생자 엘자의 장례를 주관하고 무덤 위에 조약돌을 올려놓는다그 행위가 가지는 의미는 조약돌이 무덤에 안식하는 사람에게 우리가 그의 유산에 포함된다고그의 이야기를 연장하는 잇따르는 세대들에 속한다고 선언하는 것이다돌멩이는 진정한 계보를 말해준다.

 

2015년 프랑스에서 있었던 <샤를리 에브도>의 무함마드 만평과 이에 분개한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사무실 총기 난사로 12명이 사망한 사건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엘자는 희생자 중 한 명이었고살인자들은 엘자의 유머에 대한 앙갚음으로 그녀를 침묵하게 했다.

 

         Photo by Jacinta Christos on Unsplash

유대 전통에서 죽은 자들의 채비를 매듭짓는 마지막 사항은 수의의 가장자리를 꿰매야 한다는 것이다이렇게 끝맺음이 되면 시신은 곧장 매장될 준비를 한다죽은 자들의 옷을 꿰매는 바느질이 그들의 떠남에 도장을 찍는 것이다.

 

델핀은 우리는 모두 유령과 함께 살아간다고 한다특히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유령들은 죽어서 무덤 없이 버려졌고강제로 개종당했고침묵의 후손들과 침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들은 유령으로 소환된다고 한다.

 

델핀이 랍비 교육생 자격으로 맨해튼의 한 시너고그에서 히브리어 수업을 하곤 했다대부분이 부촌인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사는 할머니들은 그녀의 프랑스 발음에 굉장한 호감을 나타낸다예전이나 지금이나 유럽과 북미에서 프랑스어는 귀족의 언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듯하다할머니 중 미리암은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동안 삶의 욕구가 생겼다우울증으로 실의에 빠져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장례 준비로 분주한 그녀에게 가족들은 미리암에게 장례식 계획을 그만하라고 다그친다.

 

미리암은 자신의 장례식을 살아 있는 동안 가족자식손주친지를 만나기 위한 이벤트로 활용한다지인을 장례식에 초대하고 작별을 고하고 눈물을 흘렸던 경험은 그녀 인생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장례식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살아남은 이는 지인의 죽음을 통해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델핀은 죽음의 이야기를 켜켜이 쌓아 올려 축적한 이야기를 유대인 공동체에 삶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길 바란다.

 

유대인 공동체가 드레퓌스 사건 이후 자신의 나라를 되찾아(?) 여러 차례 중동전쟁을 겪으며 오늘의 영토를 보존하고유대인의 수를 늘리기 위해 혼인과 출산을 통해 유대인의 수를 늘리려는 노력이 죽음과 묘하게 교차해 다가온다.

 

유대인 사회의 종교장례의 의미죽은 자를 기억하며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당신이 살았던 날들>은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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