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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의 지혜 - 뇌과학으로 풀어낸 속담의 숨은 뜻
김재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평점 :
뇌과학으로 풀어낸 속담의 숨은 뜻
21세기북스에서 출판한 김재진 교수님의 <역발상의 지혜>는 제목그대로 우리 사고에 역발상을 제안한다. 오랜 시간 익숙하게 사용해온 우리 속담을 철저히 분석하고 외형적으로 드러난 의미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숨겨진 의미를 뇌과학을 동원해 분석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물은 아무리 깊어도 들어가서 보면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들여다볼 수 없으니 도통 그 속을 알기 어렵다는 말이다. ‘길’은 길이의 단위로, 열 길의 깊이는 30미터 정도이다. 숙련된 잠수부가 내려갈 수 있는 보통의 깊이이니, 물속을 알기가 어렵지 않다. 정교한 잠수정도 개발되어 있어서, 잠수부가 직접 들어가지 않아도 더 깊은 물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게다가 음파탐지기라는 장치를 통해 직접 들여다보지 않아도 물고기가 얼마나 있는지 정도는 화면을 전송받아 쉽게 알 수 있다. (5쪽)
그렇다면 우리의 두뇌도 물속처럼 들여다볼 수 있을까?
과학의 획기적인 발달은 뇌과학에도 영향을 미쳤고, 과거보다 다채로운 방법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음파탐지기 정도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바로 기능MRI가 그것이다. 기능MRI는 국소적 혈류 변화를 감치에 마음 변화에 따라 뇌의 영역들이 어떻게 다르게 활동하는지 영상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28개의 주제에 대하여 속담의 숨은 의미와 현대적 지식, 뇌과학 실험의 결과와 의미, 그리고 관련 문제에 따른 임상적 질환 환자의 사례 등을 연결한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속담이 있다.
조금 주고 그 대가를 몇 배가 많이 받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 보상을 바라지 않고 도움을 주었을 경우, 혹은 선물을 주었을 경우 상대의 기뻐하는 마음을 보고 주는 기쁨을 느낀다.
이러한 이타적 행동은 생존의 법칙이 우선하는 동물의 세계에서 자식을 보호하는 어미의 행동을 제외하면 발견하기 힘들다. 사회친화적으로 발달한 인간은 모성 본성이 보편적 인간을 향해 확장되면서 타인을 위한 이타적 도움 행동이 일반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기능MRI 연구에 따르면, 연인 간의 사랑, 모성애, 자원봉사자의 사랑은 모두 애착의 중추와 희열감의 중추를 포함하는 뇌 변연계 활성과 관련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속담이 있다.
자기가 해낼 수 없는 불가능한 일에 대해 처음부터 욕심을 내지 말라는 뜻이다. 높은 나무를 올라가야 하는 이유는 인간의 보려는 속성과 관련 있다. 보지 않으면 믿지 못하고 의심이 발동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마음의 신 프시케 이야기는 이런 속성을 잘 표현한다.
세 자매의 막내였던 프시케 여신은 사랑의 신 에로와 결혼을 하지만, 빛이 있는 곳에서는 서로 보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밤에만 만나야 한다. 언니들은 에로스가 괴물이라고 프시케를 부추겨 밤의 등장에서 에로스를 보게 되고, 에로스는 떠나간다. 프시케는 어머니인 아프로디테를 찾아가 상자 하나를 저승에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프시케는 호기심이 발동해 상자를 열어 보고 기약없는 잠에 빠진다.
프시케는 ‘보지 말라는 것을 본’ 잘못을 저지른다.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정신의학(Psychiatry)과 심리학(Psychology)의 어원은 모두 프시케(Psyche)다. 신화에서 드러나듯 인간의 뇌는 다른 감각보다 시각에 더 많이 의존하도록 진화되었다. 이런 시각 자극을 받아 정보처리를 하는 사람의 뇌도 역시 정확한 처리를 위해 시각 기능에 높은 할당 비율이 설정된다.
저자의 전공 분야를 생각하면 가장 의미있는 주제는 걱정과 불안에 대한 분석과 해결책이다. 뇌기능 실험을 해보면 다른 사람의 공포 표정만 보아도 편도체의 활성이 관찰된다. 편도체의 기능인 공포는 인간 생존에 필수적이다.
공포는 때로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역기능도 초래한다. 우리는 다양한 공포증에 관해 들어왔고 특정한 상황을 대면하면 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습이 필요하다. 사회공포증은 학습을 통해 회피행동에서 벗어나 공포의 대상에 직면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노출훈련’을 통해 고통 상황을 점차 적응해 오랫동안 자신을 지배한 공포와 불안을 극복할 수 있다.
저자는 인간의 사회기능과 정신질환의 병태생리를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하였고, 특히 대인공포증, 불안증, 우울증에 관한 연구에 주력했다. 더불어 뇌의 전기 혹은 자기신호를 측정하고 이를 매핑하여 환자 치료에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뇌기능매핑과 함께 디지털치료제 개발 및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 하니 속담에서 시작한 뇌의 연구와 분석이 뇌기능매핑을 넘어 디지털치료에도 활용된다고 하니 쉽게 가볍게 접근했던 책의 중요성과 무게감이 느껴진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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