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루저의 나라 - 독일인 3인, 대한제국을 답사하다
고혜련 지음 / 정은문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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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 3대한제국을 답사하다

 

정은문고에서 출판한 고혜련 교수님의 <우아한 루저의 나라>는 대한제국 시절 우리 강산과 백성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책이다역사에 대한 무지로 최근 들어 궁금한 내용이 생기는 동안대한제국에 관한 내용은 더없이 궁금했다황현 선생의 <매천야록>, 정교 선생의 <대한계년사>를 읽어보자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지만백성의 생활상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던 차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독일인 3인의 바라본 대한제국의 이야기를 다루는 <우아한 루저의 나라>는 이런 궁금증을 많이 덜어주었다.

 

고혜련 교수님은 1985년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박물관에서 재직하다가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독일 도상해석학의 연구방법론을 습득하기 위해 바르부르크가 교수로 재직했던 독일 함부르크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02년 10월 하이델베르그대학에서 <미륵과 도솔천의 도상으로 박사논문을 제출, 2003년 2월 예술사학과 중국학 복수전공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우아한 루저의 나라 책날개 중 ]

 

저자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위탁한 한국독립운동사 자료를 발간하는 동안 독일에서 발견한 일제강점기 자료를 세상에 알리고 있다.

 

대한제국에 방문한 독일인 3인은 1898년 Korea를 방문한 공무원인 크노헨하우어조선 여행기를 작성한 예술사학자 예셴 박사이베리아반도와 조선반도를 탐험한 지리학자 라우텐자흐다.

 

일단 저자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희귀자료인 대한제국의 자료를 찾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을지 짐작이 간다도서관의 고문서 자료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안식년을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자료를 탐험하는 과정은 동굴에서 보석을 찾는 과정 같았으리라교수님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1871년 보불전쟁의 승리로 독일은 마침내 통일된 제국으로 성장했고세계를 둘러보니 제국주의 열강은 식민지를 거의 다 차지하고 말았다재상인 비스마르크는 식민지 대신 화학과 기술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강력한 제국으로 성장하고자 했다.

 

독일이 관심을 가진 곳은 중국의 산둥반도였고청도를 중심으로 조계지를 임차한다빌헬름 2세의 동생인 하인리히 왕자는 청도를 거쳐 조선에 입국해 조선의 왕인 고종을 알현한다이때 동행한 크노헨하우어는 조선이 황금사과라는 사실을 확인하고자 했으며 금광의 채굴에 관심을 가지고 강원고 당고개까지의 여정에 나선다.

 

그는 독일의 랑케의 역사관에 따라 조선의 있는 그대로 서술했으며독일의 기록문화와 체계적인 시스템 문화를 생각하며 그가 전하는 조선의 생활상은 자못 흥미롭다.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우아한 루저는 예쎈 박사의 표현이다그는 예술사학자로 당시 유럽에 광풍이 몰아쳤던 자포니즘에 관해 관심을 가졌다알려진 대로 우키에요에서 파급된 자포니즘의 환상을 유럽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귀족은 중국산 도자기와 일본산 제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이 부의 척도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했다.

 

예쎈은 미국을 거쳐 일본을 방문하고 유럽에서 불고 있는 자포니즘의 광풍은 과대 평가되었다고 생각한다다음 여행지인 조선에 들러 그는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조선에서 일본이 식민지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조선 백성의 생활상과 조선인이 남긴 예술품을 보고 깜짝 놀란다일본보다 더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을 소장한 사실을 확인하고 조선이 오랜 역사가 있는 것이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만그가 방문한 당시 조선의 최고 예술가와 기술자들은 소멸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씁쓸해한다.

그는 장인의 수공예품을 수집했으며수공업자와 도축업자가 천만 계층으로 취급받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특히자신이 경험한 조선 왕가와 불합리한 지출과 공예품과 같은 예술품이 사라지는 현실은 안타까웠다그는 고대부터 수준 높은 문화를 가진 조선이 격동기 현실에 살아남지 못하고 이웃 제국주의 국가들의 주도권 경쟁에 조선의 고대 문물과 수공예 전통이 파괴되는 현실을 안타깝게 지켜봤다.

 

 

식민지개척에 나갈 때면 반드시 동행하는 사람인 지리학자와 생물학자이다식민지 지리 환경과 생태를 확인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이들을 동행한다.

 

라우텐자흐는 1933년 경성을 시작으로 남으로는 지리산제주도동으로 울릉도까지그리고 북으로는 백두산까지 여행한다그의 가장 큰 목적은 자신의 연구 주제인 이베리아 반도와 동일 위도상에 있는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인 한반도의 지리 탐험이었다조선은 동일 위도 내 남북의 기온 차가 25도에 이르는 곳이다다양한 식물과 매혹적인 풍경에 감탄한다그는 조선인이 제작한 지도를 참고하는데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로 추정됨지도의 정확성은 대단히 뛰어났다고 한다.

 

라우텐자흐는 백두산을 탐험하고 그 이름이 산 정상이 눈으로 덮여 하향다는 뜻을 가진 장백산백두산이 아니란 것을 밝혔다백두산 정상은 만년설이 아니라 선캄브리아에 화강암이 침투되어 크리스털 결정체가 형성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백두산을 탐험하는 동안 한 무리의 게릴라 강도를 만난다강도들은 그의 일행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의 호위를 받으며 백두산 천지의 지형의 조사를 마칠 수 있었다지금도 그렇지만 백두산의 서식하는 호랑이는 크기가 장대해 인간을 헤치기도 한다라우텐자흐가 만난 무장 강도들은 백두산 호랑이 사냥꾼으로 유명한 홍범도 장군이 이끄는 대한독립군으로 추정된다이들의 승리한 청산리 대첩과 봉오동 전투의 결과에 일본은 만주 지방에 사는 3,000여 명의 조선인을 무차별 학살하는 간도참변을 벌인다.

 

북로군정서는 대한독립군대한국민회대한신민회 등과 북만주 밀산에 모여 대한독립군단을 결성하고 러시아 지역으로 이동했다그러나 1921년 자유시참변으로 독립군단은 무장해제를 당하고 홍범도는 일본과 싸우기 위해 러시아 붉은 군대에 들어갔다.

 

소련의 스탈린은 고려인은 일본의 첩자가 되어 소련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해 고려인 이주 정책을 고안했다. 1920년대부터 30년대까지 소련의 극동지역으로 이주한 고려인 17만여 명은 (18만여 명이 출발해 이동중 만여 명은 목숨을 잃는다) 1937년 고려인강제이주정책으로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으로 이동하였다홍범도 장군은 1943년 카자흐스탄에서 사망하였고, 78년이 지난 2021년 유해가 봉환되었다.

 

 

독일인 3명의 대한제국 서술에는 자신만의 목적에 따라 당시 상황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우아한 루저는 나라를 잃고 소멸해 가는 조선의 양반 문화라는 시스템과 조선이 가지고 있던 뛰어난 문화가 사라져 가는 안타까움의 또 다른 표현일 것이다.

 

100년 전 조선과 대한제국의 모습을 확인하며 현재를 돌아보는 것은 대한민국의 위상과 당면한 국제 정세의 어려움을 교차하며 안도와 위기를 느끼게 한다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는 대한제국의 생활상과 귀중한 사진 자료를 포함하고 있는 <우아한 루저의 나라>를 통해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선조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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