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가와 천황 - 일본의 이중구조를 이해하는 두 가지 방법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이마타니 아키라 지음, 이근우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1월
평점 :
일본의 이중구조를 이해하는 두 가지 방법
천황이라는 용어는 책의 서술에 따릅니다.
A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출판한 이마타니 아키라 교수의 <무가와 천황>은 일본 정치제도의 특징을 천황과 무가(막부)의 권력관계에서 분석하는 책이다. 근래 2차 세계대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며 가장 의아한 사실은 태평양 전쟁과 필리핀해 전쟁, 특히 오키나와와 마리아나 제도에서 보여준 일본군의 천황에 대한 신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정말로 천황을 신으로 생각하는지, 신념이 이성을 압도한 경우인지 궁금했다.
이후 <바람의 검심> 시리즈를 보며 메이지에 대한 일본인의 천황에 대한 신념이 강화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1853년 흑선의 출현으로 막부의 한계를 경험하며 국학존왕론이 대두되었고, 막부를 타도하려는 운동이 격화되었다. 천황가와 막부의 갈등이 절정에 이르는 보신전쟁(무진년 1868년)과 대정봉환으로 천황이 신격화되는 과정을 거치며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일본군은 천황을 신과 동일시 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막부시대에는 공가(천황)과 무가의 관계는 어떠했을까?
<무가와 천황>은 가마쿠라 막부(1185~1333), 무로마치 막부(1338~1573), 에도 막부(1603~1867), 메이지 유신(1868~1912)의 전시대에 걸쳐 천황과 쇼군의 권력관계를 조망하고, 특히 쇼군의 권위가 정점에 이르는 시기인 전국시대(센고쿠 1467~1573)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에도 막부에 이르는 시기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에도 막부 쇼군의 종교적 권위에 도전한 사건과 여제 소동을 다루고 왕권 회복의 과정을 돌아본다.
가마쿠라 막부 시기 천황과 쇼군은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을 이루었지만, 천황은 쇼군에 대한 군사적 도전에 거침없었고 통상 막부의 승리로 끝났다. 조큐의 난에는 천황이 포로가 다름없는 처지에 이른다.
아시카가 다카우지는 가마쿠라 막부를 멸망시키고 교토로 돌아와 천황의 군대를 격파했다. 이때 일본은 천황이 두 명이 되는 남북조 시대가 발생했다. 무로마치 3대 쇼군은 아시카가 요씨미쓰는 북조를 재건하고 회군했다.
그는 천황가의 손에 연호의 제정이나 제사의 주최권, 형식적 관위 임명권, 등 의례적·형식적 권력만 남기고 모두 빼앗았다.
요시미쓰는 전국에 파견된 다이묘들에게 장원과 국가 소유 영지의 반을 차지할 권리를 주어 이후 다이묘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요시미쓰의 최종계획은 차남을 황위에 앉히는 것이었지만 반대 세력이 결집해 천황가를 유지하게 한다.
센고쿠 시대(전국시대)에 들어서며 무가에 빼앗겼던 천황의 권위는 하나씩 다시 복권된다.
천황과 쇼군 관계의 변곡점에 이르는 사건은 센고쿠 시대의 정점에 이르는 세키가하라 전투와 오사카성 전투 시기다.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관백에 취임에 천황이 가지고 있던 권한을 모두 빼앗았다. 히데요시는 자신을 추종하는 다이묘의 영지를 확보하기 위한 침략으로 조선을 주목하고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일으킨다. 1598년 히데요시가 죽은 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동군과 히데요시의 가문의 보호자를 자처한 이시다 미쓰나리의 서군은 1600년 일본 역사상 가장 큰 전투 중 하나인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동군이 승리했다.
에도 막부의 실권자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천황의 모든 권한을 박탈하고 심지어 천황을 궁에 사실상 감금하며 천황에 대해 충성을 보이는 사람을 숙청하기에 이른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사후 자신의 신격화에 천황의 권위를 이용한다. 자신을 신격화하려는 시도는 오다 노부나가에서 비롯해 막강한 권력을 가진 도요토미 가문에도 있었으나 모두 실패했다.
도쿠가와 씨는 천황가의 도움을 받으며 자신 조상신의 권위를 방방곡곡 넓혀나갔던 것이다.
일본의 천황제도가 오래도록 유지하는 데에는 그들이 가지고 있던 오랜 역사성과 허수아비로 치부되었지만, 상징적인 권위가 있었기에 2,500년 동안 계승될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곤 한다. 자신의 불리하고 잘못한 역사를 철저하게 숨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일본을 생각하면 아키히토 천황의 백제 후예 발언도 일본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궁금하다.
일본의 천황제도는 그만큼 논란도 많고 오랜 왕조를 지닌 역사가 있는 우리로서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그런 상황에서 <무가와 천황>은 일본 천황가인 공가와 무가의 역학 관계를 밀도 있게 다루고 있어 일본사에 관심 있는 분의 흥미를 자극할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무가와천황, #이마타니아키라, #이근우, #AK커뮤니케이션즈, #일본, #일본사, #정치비평, #인문학, #세계사, #책과콩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