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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에 빠진 뇌 과학자
주디스 그리셀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1년 12월
평점 :
밑바닥 약물중독자였던 뇌 과학자가 밝히는 중독의 모든 것
주디스 그레셀의 <중독에 빠진 뇌 과학자>는 약물중독에 관해 현실적이고 치밀한 설명이 돋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신경과학자이자 뇌과학자인 저자가 열세 살에서 20년 동안 자신이 경험한 약물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지역으로 알려졌지만, 요즘 들어 밀반입 사건이나 관련 사건이 발생하는 빈도를 보면 청정이라는 말을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마약으로 통칭하는 약물에는 생각보다 많은 종류가 있다. 저자는 지난 20년 동안 약물의 종류에 대한 특성과 그 약물을 접했을 때의 느낌을 해당 약물별로 소개한다.
미국의 경우 중독은 꽤 심각하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마약성 진통제의 과한 처방이다. 실례로 한국의 유명 유튜버 올리버쌤은 미국의 마약 중독이 심각한 영상을 따로 올려 많은 이들에게 미국인이 중독에 취약한 이유를 소개했고, 본인의 자녀를 출산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미국의 병원에 갔을 때도 산모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았다는 사실을 소개해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미국의 마약성 진통제의 오남용은 다른 약물로 진입하는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중독은 15세 이상 인구 5명당 1명이 겪으며, 매년 중독 치료와 예방에 드는 비용은 에이즈의 5배, 암의 2배에 달한다. 미국에서는 전체 사망자 수의 약 4분의 1이 과도한 약물 사용으로 목숨을 잃는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년 약물중독사망자가 2019년 대비 약 29.4% 늘어났다고 한다.
저자는 열세 살에 처음으로 취했을 때, 이브가 사과를 맛본 뒤 느꼈을 법한 기분을 경험했다.
알코올은 가장 일반적이고 익숙한 약물일 것이다. 인류는 적어도 1만 년 전부터 직접 술을 만들어 마셨으며, 일부 시대에는 천연 알코올음료가 의식의 일부로 사용되기도 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유럽 나라에서는 식사할 때 반주로 와인을 마시는 것이 당연할 일로 여겨진다.
첫 음주가 나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었다면, 처음 시도했던 마약은 순수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알코올은 삶을 견딜 만하게 해주었지만 대마는 아주 유쾌하게 만들어주었다. 또 코카인은 ‘핫’하게, 메스암페타민은 신나게, LSD는 흥미롭게 내 삶을 바꾸어주었다. 이 모든 약물 마술의 대가로 나는 조금씩 조금씩 나 자신을 팔아넘겼다. (16쪽)
이 말에는 책에서 다루는 약물에 대해 직관적으로 정리한 말이다.
술이 대형 망치, 일명 오함마이고 코카인이 레이저라고 한다면 대마는 한 통의 빨간 새빨간 페인트라고 할 수 있다. (88쪽) 이는 두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는 대마가 음악을 경이롭게 들리고,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고, 농담이 유쾌하게 여겨지고, 눈에 들어오는 모든 색깔이 찬란하게 보이는 등 환경적인 자극의 속성을 강렬하게 경험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대마는 패가망신하는 지름길이라고 적발시 강력하게 처벌하는 약물에 해당하지만, 미국의 경우 주에 따라 대마가 의료용으로 가능한 주도 있다.
대마의 유효성분인 THC는 뇌의 전반에 걸쳐 작용하며 일부 영역에서는 해당 부위에 속하는 모든 시냅스에 영향을 준다.
아편이라고 하면 ‘아편 전쟁’이 떠올라 예전에 사용하던 말처럼 다가오지만 실제 아편계 약물의 총칭이 마약성 진통제이다. 미국인 다섯 명 중 한 명 이상이 일생에 한 번은 아편을 사용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마약성 진통제인 아편은 미국을 병들게 한다.
유명 연예인 프린스, 히스 레저,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도 아편 중독으로 사망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저자는 코카인, LSD, 각성제, 진정제에 관한 내용을 이야기한다, 우리 주변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카페인 등 중독은 다른 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그리셀은 거울 속에서 비친 자신의 눈에서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연을 마주한다. 그것은 자신이 여태껏 시달려왔던 공허보다도 훨씬 더 비참한 것이었다. 내가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심연도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의 참담함은 그녀가 약물에 접했을 때 과거의 즐거움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독은 결국 자신을 갉아먹는 행위였다.
전문가는 물질남용자 중에서 상당 기간 물질을 끊을 수 있는 사람이 10%도 채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리셀은 다행히 사랑하는 가족과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던 지인으로 다시 회생할 수 있었다.
중독에 빠지는 신경과학적 원리에서 중독에 관한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중독에 빠진 뇌 과학자>는 중독이 위험성을 고발하고 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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