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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인 - 상
박영규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월
평점 :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일, 활인
교유서가에서 출판한 박영규 작가님의 <활인>은 조선 초기 사건을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이다. 작가님은 <한 권으로 읽는 00왕조 실록>으로 역사 대중화에 이바지한 바로 그분이다. 이번 소설 <활인>은 조선 초기 가장 중요한 사건 ‘제1차 왕자의 난’과 태종 시절 일어난 역병을 배경으로 하고, 고려왕조와 조선왕조의 선택을 달리한 이들의 가치관의 충돌을 그리고 있다.
태종 16년 (1416년) 창궐한 역병은 전국 마을에 퍼졌다.
마을을 가로지르자, 굶주린 개들이 핏기어린 눈을 하고 겁먹은 표정으로 슬금슬금 달아나고 있었다. 타작마당엔 버려진 시체들이 즐비했고, 쥐떼가 풀쩍풀쩍 뛰어오르며 시신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앞서가던 오작인(시신을 다루는 천민)들이 발을 구르며 에끼! 에끼! 하고 소리를 질러댔지만 쥐들은 당최 달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7쪽)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서활인원의 의승(의술을 행하는 스님) 탄선, 그의 여제자 소비, 오작인 노중례와 충녕대군(세종)이다.
탄선은 고려왕조의 귀족 출신으로 태종이 살인으로 권력을 획득하는 모습으로 보고,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고 불교에 귀의한 후, ‘활인’으로 백성을 돌본다. 그는 역병이 악충이 사람을 숙주로 삼아 옮겨 다니는 병마라고 생각했다. 악충도 살기 위해 사람 속으로 찾아든 벌레였고, 그 벌레도 천지의 섭리 속에서 윤회하는 불쌍한 중생이라 생각했다.
탄선은 ‘역병잡이 대사’라는 별명이 붙었고, 역병이 번지는 곳은 안 가본 곳이 없었다. 올해의 역병은 지난 역병과는 다른 정황을 알아차린 탄선은 역병에 해결할 방책에 골머리를 앓는다.
하루는 시체 중 사인이 역병으로 인한게 아니라 살인이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오작인 노중례를 만나게 된다. 노중례는 양반집 출신이지만 아버지가 누명을 쓰고 가족은 관비가 되었다. 오작인이지만 송나라에서 전해진 의술서를 보고 공부한 재능이 뛰어났다. 시신이 살해당했다는 자신의 주장을 조리있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탄선은 그를 제자로 삼는다.
탄선의 여제자 소비는 이번 역병이 40년 전에 일어난 역병이 다시 발병했고, 이전에 병에 걸렸던 사람을 재발하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제안으로 탄선에게 실마리를 가져다준다. 소비는 의술 실력이 뛰어나 충녕의 큰아들을 살리고 왕실의 총애를 받는 여의로 성장한다. 사실 소비는 정도전의 손녀였다.
왕실의 태의 양홍달은 자신의 의술이 소비의 의술보다 못하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낀다.
충녕은 불교가 사람을 현혹하고 윤리를 그르치는 요설로 취급한다. 부인 심 씨가 절에 다녀온 것이 못마땅하다. 심 씨는 유교와 불교의 도리를 조리 있게 설명하며 충녕에게 유학을 비난하지 말라고 설득한다.
소비를 둘러싼 노중례와 충녕의 이야기, 역병을 다루는 탄선과 양홍달의 갈등, 조선 시대 가장 극적인 태종에서 세종 시기의 역사를 다루는 흥미로운 지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번 가제본은 <활인> 상권이지만, 하권에는 더 극적인 전개가 펼쳐질 거로 예상된다. 역병이 나돌았던 조선이라는 점이 아니라면 출생의 비밀을 가진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와 <낭만닥터 김사부>의 극적인 의학 드라마가 제대로 된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작가님이 ‘한 권으로 읽는 00왕조 실록’으로 역사 대중화를 불러일으킨 것처럼 주목할만한 역사소설을 더 자주 만나길 바란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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