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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역사학 선언 - 근대 동아시아에 나타난 역사적 전환들
강상규 지음 / 에피스테메(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 2021년 10월
평점 :
근대 동아시아에 나타난 역사적 전환들
에피스테메에서 출판한 강상규 교수님의 <동아시아 역사학 선언>은 19세기 후반(아편전쟁에서 청일전쟁 직전까지), 20세기 전반(청일전쟁에서 아시아·태평양전쟁 종결까지), 20세기 후반(일본의 패전에서 냉전의 종언까지), 21세기 초반(탈냉전에서 현재까지)의 네 개 시기로 나누고, ‘다중거울’과 ‘추체험’을 통해 동아시아의 역사를 해석한다.
지리 시간에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곳이고,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이 접점을 이루는 곳으로 배웠다. 역사적으로 두 세력의 주도권이 충돌할 때 한반도는 전쟁에 휘말렸다. 일본의 전국시대 이후 임진왜란과 정묘재란이 있었고, 중국의 대륙 세력이 명에서 청으로 교체하던 시기에 정묘호란, 병자호란이 있었다.
근대에 들어 19세기 후반 서세동점의 시기, 구미 열강과 일본, 중국의 대립으로 한반도에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일어났고, 세계대전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를 고스란히 보았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이라는 민주주의 공산주의 세력의 대립은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인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대만과 더불어 한반도의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저자인 강상규 교수님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일본학과 교수이자 한국동양정치사상사학회장이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학 총합문화연구과에서 국제관계론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 분야는 일본의 정치외교, 동아시아 정치사상사이다. 한국과 일본의 건강하고 의미 있는 소통과 상생의 길, 동아시아 역사의 새로운 해석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 동아시아 역사학 선언 책날개 중 ]
약력에서 알 수 있듯이 <동아시아 역사학 선언>은 일본의 관점을 가장 밀도 있게 서술하고 있다. 일본을 전공하는 한국인 학자의 서술이다 보니, 한국과 일본의 비교하는 바가 탁월하다.
조선 시대 문벌 양반이 득세하는 사회에서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하는 문학 고전은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과 같은 절개, 효성, 우애 등과 같은 윤리적 주제를 바탕으로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는 줄거리를 다룬다.
오늘은 일본인의 정서가 잘 드러나 있는 "47인의 사무라이"이다. 도쿄 여행 때 센카쿠지에 대한 소개를 들었고, 사무라이가 행진을 한 곳이라 해서 자세한 배경 이야기를 알지 못했지만, 이번 책을 읽고 일본인이 사무라이 정신에 강한 애착을 두고 있다는 점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47인의 사무라이는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고전 중 하나다.
일본의 “주신구라”는 주군을 위한 집단적 복수와 충성심, 의리, 할복과 같은 매우 극단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주신구라”는 1701년 발생했던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실제 사건은 현재의 효고현에 해당하는 아코번의 번주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게 되자, 그를 모시던 47인의 사무라이들이 절치부심하면서 주도면밀하게 기회를 노리다 결국 주군의 복수를 감행하여 주군의 원수를 갚았다는 것이다.
전국시대가 마무리되고 100년이 지났지만, 떠돌이 사무라이가 되어 주군과의 의리를 생각해 복수를 감행하고 모두 할복자살로 명예롭게 죽는다는 점이 너무 극적이었다.
이번 책을 읽는 동안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태평양전쟁 말기 연합군에 대한 일본의 항복 지연이었다.
한국과 일본 및 동아시아의 운명을 가르는 순간은 태평양전쟁이 끝나가는 1945년에 일어났다. 이 해에는 예기치 못한 사태가 연이어 벌어졌다. 히틀러가 베를린에서 마지막 저항을 하던 1945년 4월 12일 루스벨트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반공 성향이 강한 부통령 트루먼이 미국 대통령직을 승계했고, 극비리에 추진하던 핵무기 개발 계획이 성공을 거두었다.
소련의 참전을 종용하던 미국의 입장이 사실상 완전히 달라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1945년 7월 26일 포츠담 선언을 통해 연합국이 일본에 최종적으로 항복을 요구했다.
일본이 포츠담 선언의 무조건 항복 제안을 완전히 거부하고 ‘묵살’한 뒤 8월 6일 히로시마에 미국의 원폭이 떨어지고 난 후, 8월 8일 소련은 일본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고, 8월 9일 동이 트기 전 대일전 참전을 대규모로 개시했다. 같은 날 나가사키에 두 번째 원폭이 떨어지고 소련이 대일 참전국의 자격으로 포츠담 선언에 동참하게 됨에 따라 일본은 포츠담 선언을 수용하게 되었고, 8월 15일 천황의 종전선언문이 라디오를 통해 방송된다.
일본이 10일 전에 항복을 받아들여 지연이 없었다면 소련의 참전도 없었고 러일전쟁으로 러시아가 빼앗긴 영토를 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 국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도 없었을 것이다.
한국은 러시아가 참전하지 않았다면 한반도의 분할을 일어나지 않았고, 한국전쟁으로 약 300만 명이 목숨을 잃고 국토가 황폐화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은 만주를 차지한 소련이 일본이 남기고 간 각종 무기 자원을 공산당에 지원해 국민당에 밀리고 있던 공산당이 기사회생하게 되었다.
7월 26일에서 8월 15일 일본 정부와 군부의 결정은 현재까지 주변국에 커다란 고통을 주고 있다. 그 이전 1930년 만주 침략을 반대한 수상을 암살하고 일본 군부가 일으킨 만주 침략부터 잘못된 결정이었을 거다.
우리는 운전할 때 여러 개의 거울을 보고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운전한다. 지금 21세기 동아시아 상황을 정확하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다중거울을 염두에 두고 여러모로 현상을 파악해야 한다. <동아시아 역사학 선언>은 한국, 일본, 중국의 근대에 벌어진 현상을 여러 각도로 분석한다.
잘 알려진 사카모토 료마, 요시다 쇼인, 후쿠자와 유키치…등 62가지의 주목할 만한 사례를 분석하고, 20가지 질문과 대답을 통해 동아시아 역사를 재조명한다.
한가지 질문을 살펴보면, 제국주의 전쟁에서 수많은 일본인이 전사했다. 일본인은 전쟁의 피해자일까? 가해자일까?
태평양전쟁 때 사망한 일본 군인과 민간인은 310만 명으로 추산된다. 1945년 4월의 오키나와 전투에서 사망한 15만 명의 오키나와 민간인은 ‘집단자결’인지 ‘강제 학살’인지 지금도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보통의 일본인들은 전쟁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다. 피해자라고 한 것은 일본인이 미군에 의해 피해를 본 피해자라기보다 일본 내부의 억압과 천황제 이데올로기, 국제 이데올로기의 구체적인 피해당사자라는 것이다.
한편 가해자라고 하는 것은 그토록 착한 사람들이 무서운 ‘광기’를 발하며, 악마적인 정치에 적극적으로 동의했거나 혹은 적어도 저항하지 않음으로써 무책임한 국가의 행태를 견제하지 못해 사실상 인류에 대한 범죄에 동참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아시아 역사학 선언>은 균형 잡힌 안목을 가지고 동아시아를 ‘실체’가 아닌 ‘방법’으로 사고하고 글로벌 보편주의에 입각한 연대를 강조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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