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낼 수 없는 대화 - 오늘에 건네는 예술의 말들
장동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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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건네는 예술의 말들

 

파람북에서 출판한 장동훈 사제님의 <끝낼 수 없는 대화>는 미술 이야기를 담고 있다한때 화가의 길을 생각해 그림에 관심이 많았지만그는 천주교 사제의 길을 택했다도록 속 그림을 실제로 봐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무작정 길을 나선 만큼 예술에 미련이 크다.

 

그는 <끝낼 수 없는 대화>에서 성화만을 다루지 않고세속화와 화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다루고 있는 화가는 아래와 같고성직자의 눈으로 바라봐서인지 그림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다그림의 출발은 신과 자연에 대한 기원으로 시작되었고중세를 들어서면 모든 예술이 종교의 시녀이듯미술도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다.

 

교회 화가들은 재단화와 성경의 내용을 민중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그림으로 표현했고이는 예술이 종교의 품에서 벗어난 건 오래지 않았다.

 

 

 

1부 나와 당신의 세상

불안한 풍경 … 에드워드 호퍼

해체한 세계로 장식한 세계 … 다비드와 프로파간다 미술

네 번째 계급 … 주세페 펠리차 다볼페도

무너지고 공허해진 것 … 리베라와 멕시코 벽화운동

 

2부 어둡고도 빛나는

허약하지만 질긴 … 피테르 브뤼헐

투쟁하는 인간의 초상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가끔은 뒤로 물러나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 렘브란트 반레인과 오노레 도미에

 

3부 종교 너머의 예수

두 개의 갈림길 … 주세페 카스틸리오네

차가운 기록 … 한스 홀바인

끝낼 수 없는 대화 … 오윤과 민중미술

종교로 내려앉다 … 바로크 미술

 

4부 혼미한 빛

화가의 블루 … 조토 디본도네

모두가 입장을 가진 것은 아니다 … 프란치스코 고야

변방의 감성 … 알브레히트 뒤러

아르장퇴유 … 에두아르 마네

 

 

한 장의 그림은 천 마디 말보다 더 무게를 가지기도 한다.

 

호퍼의 그림은 꿈을 위협할 것’ 같도인물은 하나같이 정말로 버려진 것’ 같다고 하지만형태를 외곡하거나 특이한 색을 사용하지 않는다화면 속 대상은 색은 분명하지만생동감이 없고어딘가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이다.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을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이유는 아마도 현대를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그림 속에서 보기 때문인지 모른다늦은 밤 도시의 인적 드문 식당 풍경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을 객창감이다여행하면서 느끼는 낯설고 쓸쓸한 감정이나 집에 대한 그리움을 객창감(나그네가 느끼는 쓸쓸한 정서)이라고 한다면때때로 우리를 엄습하는 참을 수 없는 쓸쓸함이나 멜랑콜리를 삶의 객창감이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른다.

 

 

프로파간다로서의 예술

 

모든 시대모든 권력자는 예술을 자신의 목적대로 활용해왔다.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개념은 한 세기 전에 등장한 것이고작품은 의뢰인의 의도와 목적에 맞게 제작되었다.

 

자크 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와 <마라의 죽음>은 대표적이다.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는 혁명에 봉사해야 하는 예술의 모범만이 아니라 다가올 시대가 요청하는 시민적 덕목의 청사진과 같았다.

 

<마라의 죽음>은 열렬한 왕정주의자에게 살해된 혁명의원 마라는 죽는 순간에도 시민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그는 나무 궤짝을 책상으로 쓸 만큼 가난하고 금욕적이기까지 하다마라는 거룩한 혁명의 순교자였다.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미켈란젤로다그는 그림은 손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그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메디치가의 양자로 유년기를 보낸 덕에 가문이 배출한 미래의 교황들과 친구일 만큼 가문의 일원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정치적 이상으로는 공화주의자였다.

 

가장 위대한 그림을 꼽는 질문에 다수의 사람은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에 열두 사도를 그려달라는 작업을 의뢰받았을 때 미켈란젤로는 경쟁자들의 질투심에 의한 음모라고 생각했다자신은 조각가이지 화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미켈란젤로에게 천장화를 그려달라고 했던 까닭이다.

 

<최후의 심판>은 황혼기의 작품이다청년기 완벽한 비율의 <피에타>와 조각상과 달리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른 근육과 과장된 몸짓 등으로 전성기 르네상스를 지나 매너리즘에 접어든 작품이라는 평가도 있지만간단히 정리하기엔 매우 풍부한 현실적 모티브를 담고 있다.

 

 

 

자금성의 유럽인주세페 카스틸리오네

 

<심사치평도>에는 청의 황제 건륭제와 황후를 시작으로 11명의 후궁의 초상들을 나란히 담고 있는 그림이다건륭제는 청의 황제 중 가장 재위가 길었고 청나라가 가장 번성했을 때이다.

 

이탈리아와 중국의 교류는 마르코 폴로나 마테오 리치로 잘 알려졌지만카스틸리오네는 이탈리아에서는 낯선 이름이었다대신 중국에서는 황실 화가 낭세녕으로 더 유명하다그의 독특한 그림은 베이징의 고궁 박물관과 타이베이의 고궁 박물관에서 보았던 터라 낭세녕이 이탈리아 화가란 사실을 전혀 몰랐었다.

 

그는 마테오 리치와 같은 예수회 선교사였다강희제와 건륭제는 그의 재능과 인품을 높이 사 평생을 청의 황실 화가로 일하면서 새로 들어오는 화가를 가르치는 일을 하도록 했다.

 

카스틸리오네는 선교와 화가로서의 갈림길에서 고뇌했을 것이다예수회가 가장 먼저 중국의 선교에 나섰고이후 도착한 도미니크회와 프란치스코회 등은 예수회가 우상 숭배를 용인한다고 교황청에 제소했다교황청 특사는 청 황실에 중재를 요청했으나 황제는 분노했고선교 활동을 불법으로 간주했으며 박해했다.

 

황제는 카스틸리오네와 같이 쓸모있는’ 재능을 가진 선교사들을 구제했다.

 

 

 

그림은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미학자가 바라보는 시선과 의사의학자가 바라보는 시선수학자화학자가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그림을 업으로 삼으려 했던 성직자의 시선은 그림을 그린 화가의 본질을 잘 이해하는 사람 중 한 명일 것이다.

 

장동훈 신부님의 <끝낼 수 없는 대화>를 읽는 동안문득 웬디 수녀님이 소개하는 유럽 미술 산책이 떠올랐다그림을 바라보며 화가가 느끼는 심정과 광활한 지식은 그림에 대한 이해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에 등장하는 인물을 면면을 알아가는 것도 이번 책을 통해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한스 홀바인은 <무덤 속 그리스도의 시신>으로 너무나 사실적이지만 불경스러운 이미지를 남겼다독실한 신앙인으로 인간과 신앙의 관계에 천착했던 도스토옙스키도 홀바인의 <무덤 속 그리스도의 시신>'을 보고 공포에 휩싸인 듯 굳어져 있었다고 한다홀바인은 종교 화가로 시작했지만 성상 파괴 운동 이후 초상화가로 전향했다고 한다덕분에 우리는 <헨리 8>와 <에라스뮈스>, <대사들>과 같은 명작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신부님은 노동자빈민 등 사회적 약자의 처우에 관심을 기울였다이를 대표하는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대패질하는 사람들>이 책의 표지로 선정했고김봉준 화가의 그림과 오윤의 판화들로 민중의 현실 모습을 나타냈다.

 

미술을 좋아하시는 분은 <끝낼 수 없는 대화>를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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