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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 - 중국의 문화와 민족성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
스위즈 지음, 박지민 옮김 / 애플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중국의 문화와 민족성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
애플북스에서 출판한 스위즈 교수의 <중국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은 증국판 <국화와 칼>이다. 일본의 국민성을 드러내는 대표적 저서가 <국화와 칼>이 베네틱트의 교수의 문헌자료 연구를 토대로 집필되었다면, <중국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은 스위즈 교수의 살아있는 경험을 통해 집필되었다.
스위즈 교수는 중국 란저우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화동이공대학에서 언어학 석사, 미국 UC샌디에고주립대학에서 석사, 스탠포드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탠포드대학교 객원교수로 있었으며,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종신교수이자 중화과학기술대학, 동남대학, 충칭대학 겸직교수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인지기능과 언어학, 문법화이론, 중국어 역사 어법 형태학, 언어와 문학의 관계 등이다.
저자는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싱가포르에서 일하며 매년 중국에 돌아가 몇 개월간 강의를 했고 홍콩, 타이완, 유럽 등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며 현재 세계 각지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이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는지 발견해냈다. 냉철하면서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중국인들을 관찰한 그 결과물을 <중국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에 담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 중국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 책날개 중 ]
Photo by Donny Jiang on Unsplash
<중국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은 2016년 <중국, 엄청나게 가깝지만 놀라울 만큼 낯선>의 개정판이다. 6년이 시간이 지났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 중국의 국민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할 거로 생각한다. 막연하게 중국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점이 이 책을 통해 많은 부분 왜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게 되었고, 특히 사업이나 중국과 비즈니스 관계를 맺은 분이라면 한번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인이라면 중국에 대해 이토록 신랄하게 비판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 책이 중국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저자는 어떻게 이런 관점을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저자의 정체성이 궁금했다.
그는 중국에서 대학원까지 다녔고, 그 뒤 미국에서 7년을 공부했다. 박사 학위를 받은 뒤에는 싱가포르에서 10여 년간 일했다. 중국의 내부에서, 중국과 가장 가까운 외부에서, 그리고 중국과 가장 대척점이 있는 곳에서 중국을 바라볼 수 있었다.
사고라는 것이 자신의 성찰과 주위 사람과의 교류로 생성된다면 저자는 중국에 관한 다각도의 관점을 가지고 멀리서 바라보기 유리한 입장이었다.
Photo by zhang kaiyv on Unsplash
그가 바라보는 중국에 대해 살펴보자.
중국의 먹거리 문화는 대단히 발달했다. 어떤 민족이든 먹거리를 가장 근원적인 생존과 관련 있다는 점에서 먹는 행위는 중요하다. 중국의 경우, 특히 오랫동안 굶주림을 해결하지 못했던 경험이 민족 내부에 내재하였다고 한다.
중국인은 먹는 모습으로 상대의 인품과 서로의 감정을 드러낸다.
중국이 베끼기를 좋아하는 이유를 저자는 ‘같음’을 추구하는 성향으로 돌린다. 서양에서는 ‘다름’과 개성을 추구하는 것이 칭찬이 되지만, 중국에서는 “너는 다른 학생과 다르다!”라는 것은 칭찬보다는 비판에 가깝다. 중국인에게 ‘특별하다’, ‘다르다’라는 말은 그 사람의 언행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모방하다 보니 창의력이 떨어진다. 문제는 모방 문화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심지어 장려하기도 한다. 중국은 지적 재산을 보호하는 법률이 점차 체계적으로 갖춰지고 있지만, 일반 국민의 지적 재산에 대한 의식은 아주 희박하다.
Photo by Simon Zhu on Unsplash
중국인은 내기나 도박을 좋아한다. 그들이 도박을 좋아하는 이유는 수학 지식, 특히 확률을 잘 모르거나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느 민족에게나 있지만, 중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도박에 열광하는 민족이다. 라스베가스, 베니스, 마카오, 싱가포르 등의 카지노의 주요 고객은 중국인이다. 심지어 마카오의 도박 규모는 라스베가스를 넘어 세계 최대의 카지노 도시가 되었다. 저자는 중국인이 수학 분야에 취약하므로 도박을 좋아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인은 돈을 대단히 중요시하고 돈으로 모든 것을 가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자를 미워한다. 자신은 부자가 되고 싶지만, 부자들이 싫어서 부를 미워한다. 1949년 신중국이 성립된 이후 문화혁명 시기까지 중국에서는 출신 성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농민의 지위가 가장 영광이었고, 도덕적으로 고상할 수 있다고 여겼다.
중국인은 대개 현실적, 물질적 성향이 강하다. 돈이 없을 때는 열심히 일하다가 부자가 된 뒤엔 사치와 탐욕을 일삼는다. 그래서인지 각종 부정과 비리가 난무하고 ‘돈을 벌기 위해선 온갖 나쁜 짓을 다 한다’, ‘부자가 되면 나쁘게 변한다’ 같은 말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중국인 성격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공자의 유교다. 공자는 겸손한 안회를 최고의 제자로 여겼다. 솔직한 자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안회처럼 겸손하고 신중한 사람을 좋아했다. 이는 중국인에게 그대로 답습되어 독립적인 사고와 자유로운 인격을 지닌 사람이 적어지게 했다. 이런 유교 사상은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로 만들었고, 매일같이 자신을 감추는 것과 드러내는 것 사이에서 갈등한다. 중국인은 말할 때나 무엇을 할 때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서 항상 스스로 억제한다.
중국이라는 규모의 방대함과 인구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전체를 대표하는 중국인이라는 특성을 찾기에는 무리가 있다. 인구가 14억 명이 넘고, 공식적으로 56개 민족이 모여 사는 다민족 국가다. 소수민족에 의한 자치가 시행되는 지역이 나라 면적의 절반이 넘는다.
그런데도 중국을 규정하는 한 가지 특징은 ‘중화민족’이라는 체제가 만들어낸 정체성이다. 과거 한족으로 대표되었던 중국인은 이제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으로 인해 소수민족을 포함한 중화민족으로 외연이 확대하고 있다.
중화민족의 특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스위즈 교수의 <중국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은 의미 있는 도서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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