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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스트 키친 - 어떤 마음은 부서지지 않는다
에린 프렌치 지음, 임슬애 옮김 / 윌북 / 202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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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건너갈 만한 가치가 있는 음식점 <더 로스트 키친> 그곳에서 전하는 찬란하고 지극한 희망의 기록
윌북에서 출판한 에린 프렌치의 <더 로스트 키친>은 성공한 식당의 스타 셰프인 에린 프렌치의 성공에 이르는 험난한 여정을 꾸밈없이 보여준다.
에린 프렌치는 ‘로스트 키친’의 오너 셰프다. 로스트 키친은 미국 메인주 시골마을 프리덤에 위치한 좌석 40개짜리 식당으로, <타임>선정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공간들’ 중 하나이자 <블룸버그> 선정 ‘바다를 건너갈 만한 가치가 있는 음식점 12곳’에 오른 곳이다.
[ 더 로스트 키친 책날개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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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Nick Karvounis on Unsplash
예약하기 가장 어려운 식당, 가장 빨리 예약이 마감되는 식당, 전 세계인이 찾아가는 식당인 메인주의 작은 도시 프리덤에 위치한 ‘로스트 키친’은 이름그대로 ‘길 잃은 사람들을 위한 식당’이다. 멋진 외모의 스타 셰프로 명성을 얻은 에린은 역경을 헤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고백한다.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티고 이겨낸 것이 대단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그녀의 인생은 역경의 연속이었다. 자신이 요리를 할 수 있게 해준 아버지께 감사하는 모습이 다소 역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어린 시절 어머니 혹은 할머니가 차려준 음식이 떠올라 감격한다. 병원에 오랜 시간 입원 후 가장 먹고 싶은 음식도 집에서 어머니가 차려주는 집밥일 때가 많다.
에린은 음식이 가지고 있는 힘을 느꼈다. 사람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먹는다는 행위를 벗어나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낀다. 에린은 손님에게 최고의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신선한 재료에 정성을 쏟는 요리사의 마음이 더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로스트 키친’에 찾아가는 손님은 그녀가 손님을 대하는 마음이 음식에 투영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기에 외진 메인주 프림덤의 한적한 식당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예약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성공한 식당의 운영하는 에린의 과거는 슬픔과 고통의 연속이었다.
오후 3시 10분. 내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매일 오후 3시쯤 되면 아버지가 운영하는 다이너주방에는 평화로운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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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John Dancy on Unsplash
태어나면서부터 딸로 태어나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 축하대신 한탄의 말을 들었던 저자는 아버지가 인수한 식당 다이너에서 어린 시절부터 요리의 기초를 배운다. 자전거를 사고 싶은 소녀는 열두 살이 되자 아버지가 매질을 그만한다는 말에 기뻐하지만 그 말은 장사를 본격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뜻이었다. 아버지는 비수와 같은 말을 던지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교사로 재직하는 어머니는 아버지의 엄격함과 짓눌려 새장에 갇힌 새처럼 느꼈다.
메인주의 작은 마을, 인구 719명이 전부인 나의 고향 프리덤은 머무는 곳이 아니라 더 큰 도시로 가기 위해 거쳐 가는 곳이었다. (25쪽)
에린은 하루빨리 고향을 떠나는 것을 소원으로 여긴다. 그녀는 대학교에 진학하며 드디어 바람을 이루게 된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임신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다시 프리덤으로 돌아간다.
나는 프림덤을 탈출해 도시에서 꿈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삶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나는 몰랐다. 하룻밤의 결정적인 실수 때문에, 딱 한 걸음 잘못 내디딘 대가로 그간의 노력과 희망의 꿈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89쪽)
애 아빠는 무책임함으로 그녀가 아이를 낳고 싶으면 키우라는 말로 상처를 준다. 아버지는 상황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게 되자 분노로 길길이 날뛰거나 폭언을 퍼부으며 좌절감을 방출했다.
고향에서 환대를 바란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의 질책과 비난은 그녀에게 상처가 된다. 다시 아버지의 식당에서 일하며 만나게 되는 또 다른 남자 톰은 그녀 인생의 새로운 탈출구가 될 거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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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Pablo Merchan Montes on Unsplash
톰은 약간씩 술을 마셨다. 에린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톰이 괜찮은 사람인지 확인하라고 하지만 에린은 같이 술을 마시며 주위의 걱정을 뒤로한다. 결국, 그녀 인생에서 톰은 치울 수 없이 몸에 매달려 있는 쇠사슬 같다. 술주정은 심해지고,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아가려는 듯하다.
에린은 아버지 식당에서 벗어나 자신의 식당을 열었다. 손님에게 불평도 듣지만 만족한 손님의 칭찬에 자신이 만든 음식에 자부심을 느낀다.
“난 여든아홉이오.” 그가 천천히 말했다. “어머니가 만들어준 생선만큼 맛있는 생선은 오늘 처음 먹어.” 그의 눈에 행복한 눈물이 차올랐다. 나는 얼굴이 붉어졌고, 가슴이 벅차오르며 눈물이 맺혔다. 음식에 그런 힘이 있다는 사실은 항상 알고 있었다. 부드러운 파스닙 퓌레, 가벼운 드레싱을 뿌린 루콜라, 레몬즙, 향긋한 한련 꽃잎을 곁들인 바삭한 넙치처럼 간단한 요리도 정서적인 영향을 발휘하고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런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201쪽)
‘로스트 키친’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곳이었다. 재활원에 가게 되고, 양육권도 잃어버린 에린이 무너지지 않은 것도 ‘로스트 키친’ 덕분이었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아버지와의 결혼 생활을 끝내고 독립할 수 있었던 것도 에린이 ‘로스트 키친’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 그녀는 자신을 가두고 있었던 새장을 벗어난 선택을 한 것이다.
일전에 60살이 되어 처음으로 자신이 먹고 싶어 치킨을 주문한 여성의 글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산다는 것은 자신의 의지로 하고 싶은 일은 하는 데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로스트 키친’은 희망을 잃고 절망의 터널에 갇혀 있는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상징과 같은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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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함께 삶의 이유를 찾았다. 이곳에서, 외딴 시골 마을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우리는 함께 성장했다. 작은 공동체를 형성해 서로를 안아 일으키고, 응원하고, 사랑했다. (…) 이곳에서 당신은 우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 길은 굽이졌으나, 결국 나는 집에 도착했다. 좋은 삶과 나만의 천국을 바로 이곳 프리덤에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곳이라고들 말했던 바로 이곳에서 찾았다. (388쪽)
메인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진 작은 마을 프리덤의 ‘로스트 키친’은 ‘길을 잃은 자’들을 위한 ‘자유’를 전하는 곳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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