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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서 날아온 엽서
표재명 지음, 박정원 엮음 / 드림디자인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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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에르케고어 사상을 추구했던 한 철학자의 삶과 생각!
드림디자인에서 출판한 표재명 지은이, 박정원 엮은이의 <덴마크에서 날아온 엽서>는 가슴 뭉클한 한 철학자의 삶을 돌아보는 책이었다.
지은이와 엮은이가 다른 사정은 표재명 교수님은 엮은이 박정원 교수님의 시아버지이다. 그는 덴마크의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키에르케고어에 대한 연구와 저작의 국내 번역, 보급에 한평생을 바쳤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전에 키에르케고어의 영향을 받은 이는 박종홍, 윤동주 시인이다. 1920년대 말 주권을 상실한 상황에서 주체적 실존을 강조한 키에르케고어의 이론은 큰 힘이 되었다. 이후 <백년을 살아보니>의 저자 김형석 선생과 그의 동료 안병욱 선생은 번역서를 출간했다.
평생 키에르케고어를 천착한 이는 표재명 선생이었고, 그가 활동한 키에르케고어 학회는 오늘도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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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Nick Karvounis on Unsplash
표재명 선생(1933~2016)은 6남 2녀 중 5남으로 출생했다. 둘째 형의 소개로 교회에 다니며 기독교 정신을 받아들였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육군에 입대하여 한국전쟁에 참전하나 고지전으로 총알이 목을 관통하는 중상을 입는다. 목 부상으로 성악가의 꿈을 접었다.
이때의 전쟁 경험은 평생 인간관과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실존주의 철학, 생명윤리 사상, 종교적 헌신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는 2남 1녀를 두었고, 자신의 철학적 지향점을 키에르케고어에서 찾았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의 연구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가족에게 보낸 엽서는 이 책을 펴내게 된 기초 자료가 된다.
아버지가 사랑하는 아내, 아들, 딸에게 보낸 엽서를 보내 자신이 경험한 내용과 자녀의 교육을 걱정하고 아내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은 감동적이다. 자녀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위해 독서, 음악, 미술에 관해 설명하고 관심을 가지길 권유했다.
멋진 풍경을 보고 감격하는 감정을 가족과 공유하기 위해 자주 편지와 엽서를 보냈다. 특히 그 지역의 명소를 담고 있는 엽서는 하나의 기념품이 되었다. 엽서에 등장하는 70년대, 80년대 유럽과 세계 곳곳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선생과 그의 가족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2남으로 인해 망연자실하지만, 종교의 힘으로 서서히 이겨냈다. 남은 자녀와 결혼한 이들은 이후 한국사회의 지식인이 되어 훌륭하게 성장했다. 이 책은 그가 가족에게 보낸 편지와 엽서를 기반으로 5년 내 책을 펴내자는 가족의 지나가는 듯한 약속으로 시작되었다.
큰아들인 박정원 교수의 남편도 몸이 좋지 않아 선생의 사후 3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 모든 일이 최근 5년 내 한 가족에게 일어나다 보니 정말 마음고생이 심했을 거로 생각했다.
표재명 선생이 평생 연구한 키에르케고어의 삶을 비교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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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Rafael Kellermann Streit on Unsplash
덴마크의 철학자이자 종교사상가인 쇠얀 오뷔에 키에르케고어(1813~1855)의 아버지는 첫 번째 부인과 결혼 후 2년 만에 사별하고 하녀인 룬과 재혼했는데, 이 여인이 키에르케고어의 어머니다. 아버지는 사별 후 폭력적 방법으로 룬과 육체적으로 관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1801년 덴마크 함대는 영국의 넬슨 제독에 의해 섬멸되었고, 코펜하겐이 공격당했으며, 키에르케고어가 태어난 1813년 덴마크는 영국에 패하여 파산하고 조약으로 노르웨이를 잃고 ’작은 나라‘가 되었다.
키에르케고어의 아버지는 그에게 엄격한 종교교육을 했다. 학창 시절 중세의 전설 <파우스트>와 <돈 주앙> 연구를 거쳐 마침내 인격적 절망을 상징하는 유대의 전설적 인물 ‘아하스베로스’에게서 자기 시대의 절망적인 시대 정신을 보았다. 스무 살 전후까지 2명의 형과 3명의 누이와 어머니가 계속 사망하자 가족의 불행에 신의 저주를 느끼고, 폭력적으로 어머니를 범한 아버지의 죄와 결부 짓고, 죽음의 의식과 우수의 포로가 되었다.
27세 때 10세 연하의 레기네 올센과 혼인하였으나, 그는 놀랍게도 일방적으로 약혼을 파기한다. 이유는 그녀에 대한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참으로 사랑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키에르케고어는 당시 유럽의 정신계를 지배한 낭만주의와 헤겔의 영향을 받았으나 헤겔 철학의 객관적 보편적 합리주의의 체계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가 추구한 것은 객관적인 진리가 아니라 주체적인 진리, ‘나에게 대해서 진리인 진리’였다. 그는 근대의 이성적 사고의 출발점이 된 데카르트의 ‘회의’를 너머 실존의 출발점이 되는 ‘절망’에로 사람들을 이끌었다.
절망에 관한 키에르케고어의 주장은 “인간을 정신이고 정신은 자기이며, 자기란 자기 자신에 관계하는 관계이다”라고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키에르케고어는 ‘믿음을 가지고 하느님 앞에 홀로 선 단독자로서 자기의 죄를 고백하고 오직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으로 구원받는 그리스도교적 종교적 실존’을 강조해 니체와 함께 실존 철학의 선구자로 자리한다.
<덴마크에서 날아온 엽서>는 한 철학자의 연구와 가족 사랑과 그를 사랑한 사람이 느끼는 가슴 뭉클한 사연을 담고 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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