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 - 사라져가는 것들 사이에서 살아내는 오늘
박상률 지음 / 해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라져가는 것들 사이에서 살아내는 오늘

 

해냄출판사의 박상률 작가님의 <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는 인생의 돌아보며 남긴 에세이와 시를 담고 있다.

 

시인은 말을 되새기고 갈고 닦는 사람이다시작에 등장하는 작가님이 좋아하는 우리말 열 개가 기억에 남는다.

 

바람이야기꽃동무그러나그리메 : ‘그림자라 말하지 않고 그리메라고 말하면 그리움이 같이 딸려 나온다그리움은 나의 그림자를 밟으며 좇아가는 실존이다오래뜰 대문 앞에 있는 뜰나무오도카니 오도카니 있다는 건 외로운 게 아니고 고독하다는 것외로움은 수동적이고고독은 적극적이다맬겁시 맬겁시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 책의 글은 각종 문예지사보종교 잡지신문 등의 청탁이 있어 쓴 글이 대부분이지만페이스북에서 가져온 글은 자발적으로 맬겁시’ 쓴 글이다. (7)

 

                    Photo by Casey Horner on Unsplash

 

박상률 작가님(1958~)은 1990년 <한길문학>에 시를, <동양문학>에 희곡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소설희곡아동 문학청소년 문학 분야에서 왕성한 집필 활동을 펼쳐왔고 1996년 불교문학상 희곡 부문, 2018년에 아름다운 작가상을 받았다.

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 책날개 중 ]

 

 

진도 출신인 작가는 고향인 진도와 어머니에 관한 사랑과 불교에 관한 이야기문단의 이야기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택배 상자 속의 어머니라는 시는 아들네를 위해 한 달에 한두 번 고향에서 전해오는 택배 이야기를 담고 있다택배에는 부모님이 부치는 참깨콩가루고춧가루구기자검은 쌀이 담겨있다.

 

서울 과낙구 실님2……이라고 적혀있는 주소만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이제는 꽁꽁 묶어진 매듭을 풀어내고 보니 그 속에 어머니의 목숨이 들어있다어머니의 사랑은 죽어서도 아들에게 전해지는 듯하다.

 

진도는 진돗개로 잘 알려졌지만우수한 품종의 개로 대표되기에는 가지고 있는 유산이 다채롭다진도아리랑이 있을 정도로 문화가 발달했고과거 다양한 재주를 가진 이들이 유배하러 갔던 곳이다.

 

진도는 근래 가슴 아픈 사건으로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던 곳이기도 하다고향을 떠난 후 고향과 부모님을 생각하는 것은 다른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고향은 나고 자란 물리적 공간만이 아니고우리 존재의 모든 것을 있게 하는 정신적 공간이다물리적 공간으로서의 고향이 아니라 정신적 공간으로서의 고향을 찾아 사는 것만이 위기에 찬 시대를 사는 지혜다. (40)

 

 

일찍이 고향을 떠나 공부를 위해 나온 저자는 서울역 대합실에서 자신에게 호객행위를 고향 친구 혜진을 만난다혜진이는 학교 다닐 때 도시락을 싸올 수 없거나 좁쌀밥을 싸 오는 것이 부끄러워 점심시간을 싫어했다그런 그녀를 서울역 앞에서 마주한 저자는 고향 친구를 이렇게 만나는 것에 대해 분노했다.

 

그는 큰 키에 몸이 약하고 복용했던 약이 있어 요양을 위해 암자에 찾아들었다.

 

향 한 대를 피운다그리고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본다흩어지는 연기를 따라 낮 동안 찌들고 얽혔던 마음이 조금씩 눅어져 간다내가 어지러운 이 세상에서 쓰러지지 않고 두 발로 이만큼이나마 서 있을 수 있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다. (59)

 

불교에 관한 스님의 쓴소리가 기억에 남는다불교계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불교 환경이 비불교로 변해버렸다고 한다수도 도량은 관광지화되고승려들은 어려운 공부 대신 계율을 고치려 꾀만 낸다.

 

보시나 양보의 미덕이 없어 지난 1,600년간 불교 역사 중 지금이 가장 병들어 있다는 지적은 날카롭다사람들이 불교에 대해선 상식으로 많이 알아도 승려를 존경하지 않아 어찌 보면 불교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스님의 말씀은 불교 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Photo by NeONBRAND on Unsplash

 

저자가 들려주는 문단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롯데 신격호 회장이 문학도여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반해 회사명을 주인공 로테의 이름을 정한 건 잘 알려진 이야기다그가 문학의 길을 포기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일본에 있는 동안 만나는 동갑내기 문학인 이병주 선생의 해박함을 보고 자신의 길은 문학이 아니라 사업으로 돌린다고 한다이병주 선생은 후일 <관부연락선>, <지리산>으로 대작가로 성장한다.

 

최근 신격호 회장의 회고록<열정은 잠들지 않는다>가 출간되었는데다시 한번 이야기를 확인하고 싶다.

 

저자에게 영향을 미친 존경하는 선생으로 송기숙 선생이문구 선생의 이야기를 기억에 남는다두 사람은 서로 자신이 더 잘난 미남이라고 우기고 다른 문인들 앞에서 판단해 달라는 언쟁을 벌인다.

 

한승원 선생 또한 등장하는데 그의 친형이 송기숙 선생과 친구인지라 그는 송기숙 선생에게 깍듯했다고 한다한승원 선생의 따님인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해 명성을 크게 얻었다.

 

한강의 수상을 두고 한국문학의 쾌거한국문학의 승리니 하는 표현들은 자제했으면 좋겠다문학에 어찌 등수를 매길 수 있는가그리고 외국에서 상을 타야 인정받는 게 문학 행위인가상의 의미는 기죽지 말고 계속 열심히 문학 하라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겠다나야 밥상 말고는 자 붙은 걸 받아본 일이 없는데도 기죽지 않지만. (140)

 

저자는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때를 기억하며 노벨 문화상으로 상의 이름이 변해도 되겠다고 생각한다문학의 장르를 넘어 광범위하게 문화발전에 영향을 미친 사람에게 수상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좋으리라.

 

또한 자신의 성을 에서 으로 바꾸면 밥상률이 되니 밥상을 더 잘 받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편은 부고와 죽음에 얽힌 이야기다나이가 있다 보니 주변의 부고를 전해 들을 때면 남 일 같지 않다죽음은 마지막으로 주변을 불러들이는 힘이 있다코로나19는 그런 마지막 기회까지 박탈하고 있지만아직도 우리 정서에 상갓집에는 가능한 참석해 상을 당한 지인을 위로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 편에서는 암자에 있는 동안 비오는 날 애기 보살이 한밤중에 흐느끼는 모습을 보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달맞이꽃의 꽃잎이 모두 떨어진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아마 어젯밤애기 보살의 눈물이 떨어질 때 꽃잎도 같이 떨어졌으리라. (104)

 

삶은 마지막 꽃잎이 떨어지기까지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생에 충실한 과정일 것이다이 책은 겨울을 맞이해 삶을 돌아보는 잔잔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해냄 #박상률 #베스트셀러 #한국문학 #에세이 #꽃잎떨어지는소리눈물떨어지는소리 #인생이야기 #위로 #만남 #이별 #삶 #죽음 #인연 #리뷰어스클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