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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 : 재앙의 정치학 - 전 지구적 재앙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ㅣ Philos 시리즈 8
니얼 퍼거슨 지음, 홍기빈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전 지구적 재앙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21세기북스에서 출판한 니얼 퍼거슨 지은이, 홍기빈 옮긴이의 <둠 재앙의 정치학>은 인류가 맞이한 재난의 정치학적 고찰과 이를 통해 발생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결과를 조망한다.
저자인 니얼 퍼거슨은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21세기 최고의 경제사학자이다.
세계사적 전환의 시점에 경제위기를 예측하면서 국내외 언론에서 활발한 조명을 받았다. 폴 크루그먼과 조지 프리드먼의 최대 경쟁자로 꼽힌다.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용어로 중국과 미국의 공생관계를 설명해냈으며,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관한 수정주의 시각으로 유명하다.
1964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태어나 1985년 옥스퍼드대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했고, 현재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후버 칼리지 선임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올랐다.
[ 둠 재앙의 정치학 책날개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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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시점에 재앙을 평가하기 이르다는 주변의 평가에 퍼거슨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반문한다.
이와 관련해 헨리 키신저가 50년 전 중국을 방문해서 만나 저우언라이와의 프랑스 대혁명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키신저는 “프랑스 대혁명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저우언라이에게 물었다. 그는 아직 평가하기 이르다고 대답했다. 키신저는 이를 두고 서방 세계의 숨이 가쁜 평가에 비해 중국의 오래도록 숙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오해가 있다. 키신저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이야기했고, 저우언라이는 1968년 68혁명을 말하는 것이었다. 키신저는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을 끌어낸 프랑스 대혁명을 중국의 마오쩌둥 통치를 빗대서 이야기하고자 했지만, 저우언라이는 중국이 불을 지핀 자유주의 혁명인 68혁명이 서방 세계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반문하고 싶었을 것이다.
저자는 러시아를 대비하기 위한 키신저의 중국을 방문하고 50년이 지난 사건을 1차 냉전을 끝낸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1991년 소련의 붕괴로 미국은 초강대국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는 2차 냉전으로 들어가는 입장권을 구매하는 것과 같았다. 저자의 시각은 명확하다.
인류의 가장 큰 재앙은 전쟁과 전염병이다. 2차 냉전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저자가 소개하는 전염병의 과정과 전쟁이 일어난 전후 사정을 파악하는 것은 의미 있다.
재난에 역사를 돌아보며 실수와 오류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코로나19는 독감과 같은 유행병으로 자리 잡을 확률이 높으며, 우리는 앞으로 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이가 나올 때마다 강력한 공중 보건 정책을 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류가 이런 감염병을 마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가 경험하지 않아서 뿐이지 스페인 독감도 H1N1 바이러스 감염이었다고 한다. 세계화, 집단 이주, 신속한 항공망, 끝없는 인구 증가 그리고 거대하고 조밀한 대도시의 인구 집중 경향은 치명적인 감염병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다.
저자는 문명사를 돌아보며 고대 로마, 중세의 페스트, 현대의 체르노빌과 코로나19라는 팬데믹에 관해 이야기한다.
팬데믹이 끝나면 사람들은 삶의 목적뿐만 아니라 삶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새롭게 감각이 깨어나는 때가 많다. 1910년대 스페인 독감이 끝난 직후 미국에서는 라디오, 재즈, 음악, 할렘 르네상스, 신여성, 여성의 참정권이 널리 확산하였다.
팬데믹의 안정은 새로운 정치문제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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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를 통제하자마자 이스라엘은 기자로 미사일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영국은 코로나 1일 사망자가 한 자릿수로 떨어지자마자 스코틀랜드 독립 문제가 터져 나왔다. 같은 방식으로 유럽에서 코로나 통제가 적절하게 이루어지면 이민자 문제를 둘러싼 논쟁으로 돌아갈 것이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행하는 총 6조 달러에 달하는 개혁 입법들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고, 트럼프의 국경 장벽 건설 취소에 맞추어 멕시코의 불법 월경은 급증할 것이며, 폭력 범죄도 늘어날 것이다.
저자는 팬데믹의 가장 큰 결론이 국내 정치가 아닌 지정학의 영역에 있다고 생각한다. 팬데믹 이전에 시작한 2차 냉전이 미·중 무역 전쟁의 틀을 벗어나 정치적인 영역으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한다.
저자는 과거 팬데믹과 전쟁이 어떻게 함께 다가왔고 뒤를 이어서 따라왔는지 지적한다.
미국과 소련의 1차 냉전의 결과가 한국전쟁이었고, 2차 냉전의 가장 큰 화약고는 언제 터질지 모른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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