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시간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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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공허와 고독에 대한 입체적 사유

 

자음과모음에서 출판한 유영민 작가님의 장편소설 <화성의 시간>은 사회성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쓸쓸한 자화상을 조망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당연한 명제라고 생각했지만현대는 연결을 끊고 혼자만의 공간에 침식되어 외부와 단절된 선택을 할 수 있다.

 

자발적이든 강요에 의한 단절이든서서히 단절되어 가는 개인의 모습을 저자는 돈과 결합하여 범죄로 진행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묻지마 범죄를 제외하면 다수의 범죄는 치정과 돈 문제에서 시작한다고 하니 소설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현실에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영민 작가님은 첫 번째 소설 <오즈의 의류수거함>으로 많은 상을 받았고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화성의 시간역시 대중이 좋아하는 개성 있는 인물이 등장한다.

 

표지에 등장하는 반 다이크의 <Study Head of a Young Woman>을 보며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모성애라는 점과 여성의 고난스러운 삶을 표현하는 것 같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Photo by Mathilde Langevin on Unsplash 

 

소설 속 주인공 성환은 형사 생활을 그만두고 민간조사원으로 일한다어느 날 6년 전 사라진 동생을 찾아달라는 문창수의 의뢰를 받고 의아한 점을 발견한다사망보험금이 30억 원에 달하고 여동생 문미옥이 혼인한 지 일 년이 지나 실종된 채 시간이 지난 것이다피보험자가 남편인 오두진이라 성환은 보험 사기의 강한 냄새를 맡는다.

 

보험금 노리는 가짜 환자 급증성환은 보험이란 제도에 대해 사유해보았다.

인간의 죽음을 돈으로 치환한다는 것.

목숨과 돈의 가치가 역전된다는 것.

생의 소멸이 금전적으로 평가된다는 것.

보험은 모든 게 돈으로 계산되는 현대사회의 일면인가. (33)

 

성환은 지금까지 맡은 122건을 모두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12월 2일은 죽은 딸아이의 생일이었다딸의 죽음은 성환의 부부에게 활기를 앗아갔다.

 

성환은 오두진의 보험 사기를 의심하고 문미목의 행방을 추적하다 보험 사기 조사부의 민홍기를 통해 문미옥이 자식이 있다는 사실과 아이 윤슬의 아빠가 남편인 오두진이 아니라 한승수라는 사실을 듣는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실종되는 사람 수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한 100명쯤 되려나?”

성환은 미소를 지었다. “9만 5천 명입니다.”

가출이나 일시적인 잠적을 뺀순수하게 실종된 사람이 9만 5천 명이죠쉽게 말해하루에 260명씩 사라지는 셈입니다.” (69)

 

문미옥의 예상치 못한 임신으로 다니던 공장을 그만두고 오두진의 회사로 이직했다는 점과 미옥의 딸이 심장병을 앓았다는 정보는 사건이 단순 치정극을 넘어 더 확장된 것을 성환은 인식한다.

 

조사를 거듭할수록 모두 연기를 하는 느낌이다.

 

방금 남편과 아내가 겉으로 사이가 좋은 척했다고 말씀하셨는데그건 일종의 연기를 했다는 뜻인가요배우처럼 말입니다.”

고요한 표정으로 노인은 대답했다.

맞아요그들은 연기를 했어요.” (126)

 

                    Photo by Nicolas Lobos on Unsplash

 

나에게 영혼(spirit)’과 기회(opportunity)’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다…….

어머니제가 지금 화성에 있다면 믿으시겠어요지구로부터 약 1억 6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그 행성 말이에요이곳은 소피가 살았던 시베리아처럼 몹시 춥고 황량해요그리고 저 외엔 아무도 없어요. (169)

 

조사가 지속할수록 사건은 새로운 방향으로 진행한다문미옥이 화성에 자신을 가둬버린 진실의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결핍과 공허를 채우는 무언가가 오두진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자신은 존재했으나 사라진 것이었다쓴침을 삼키며 성환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입 속으로 되뇌었다결핍은 파멸을 부른다. (255)

 

사회의 약한 고리를 드러내며 사건이 풀릴수록 반전이 있다자신만의 공간에 개인을 가둬버린 사람을 다시 사회로 귀환하게 하려면 주위 사람을 둘러보고 관계의 끈을 이어가야 한다.

 

일 년에 실종자가 그토록 많다는 사실에 놀라고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가는 개인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해본다상처를 입은 개인이 코로나19로 인해 더 고통받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화성의 시간>은 사회성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특성을 잘 나타낸 소설이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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